지금 자동차 산업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스페셜경제=김미희 기자]“자동차 산업은 100년 넘는 역사 중 가장 중대한 전환기”


자동차 산업은 현재 커다란 전환기에 직면했다. 그들의 앞에 나타난 상대는 애플(Apple Inc.)과 구글(Google),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Corporation), 인텔(Intel) 같은 IT 분야의 대기업이다.

그들의 무기인 ‘스마트폰과 클라우드’가 자동차에 거대한 영향력을 끼치기 시작했다. 이것은 비단 차량 탑재 OS와 카 내비게이션, 인터넷 라디오 같은 차내 장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엔진과 서스펜션의 제어, 나아가서는 자동차의 제도에서 판매까지 자동차 산업의 모든 요소가 IT 산업의 지배를 받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애플과 구글이 자동차 산업을 지배하는 날》은 이러한 자동차 산업의 급격한 변화를, ‘텔레매틱스’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파헤치고 미래 자동차 산업의 향방을 조명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자동차산업의 거점이 디트로이트에서 실리콘밸리로 넘어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구글 카의 ‘자동운전’, 테슬라의 ‘전기 자동차’, 애플의 ‘카 플레이’처럼, 실리콘밸리의 최강자들과 GM, 크라이슬러, 도요타, 현대 등, 기존 자동차 기업 간의 연합과 경쟁이 얼마나 심화되고 있는가를 심층 취재해 보여준다. 차량 탑재 OS를 둘러싼 애플과 구글의 대결도 흥미진진할 뿐 아니라 각 기업의 이해에 따른 각기 다른 대응과 행보 역시 자세하게 그려지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자동차 산업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일본 자동차 산업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은 우리의 현실에서도 많은 부분에서 귀 기울여야 할 바가 매우 크다. 그밖에 소형 모빌리티와, 집단주행(플래투닝), 하늘을 나는 자동차 등 혁신적인 모빌리티 기술의 현재도 엿볼 수 있다.


텔레매틱스의 충격
차세대 자동차와 관련해 전 세계의 자동차 업계가 ‘자동운전’ 이상으로 주목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텔레매틱스(Telematics)’다.

이것은 정보통신(Telecommunication)과 정보공학(informatics)의 융합을 의미하는 조어로, 자동차 분야에서는 카 내비게이션 등의 차량 탑재 기기와 스마트폰 등의 통신 단말기를 연계시켜 실시간으로 다양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 전반을 가리킨다.

텔레매틱스를 통해 차량 탑재 기기에서 교통 정보나 날씨, 뉴스 같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얻거나 음악 또는 동영상 등을 즐길 수 있으며, 음성인식을 통한 자동운전, 엔진과 서스펜션의 제어나 다이어그노스(차량 자기 진단장치) 등의 안전, 보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자동차와 인터넷이 융합해 스마트폰 같은 자동차가 탄생하는 것이다.

차세대 텔레매틱스에서 중요한 키워드에는 ‘브로트 인(Brought in)’이 있다. 이것은 ‘스마트폰 등의 정보 단말기를 차 안으로 들여온다’는 의미로, 앞으로 운전자는 좀 더 편리하게, 좀 더 즐겁게, 좀 더 일상생활에 가까운 형태로 차내 공간을 이용하려 할 것이다.

소비자는 생활을 차 안으로 ‘브로트 인’할 것이다. 이를 내다보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IT기업과 통신 인프라 기업이 자동차 산업의 진화를 꾀하고 있는 중이다.

저자는 차세대 텔레매틱스가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에서 거의 시간 차이 없이 발달하기 때문에 패러다임 시프트의 틀을 뛰어넘는다고 진단한다. IT 기술의 발전이 그동안 성숙산업으로 비춰지던 자동차 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주고 있으며, IT기업이 자동차 산업으로 뛰어들기 쉬운 여건이 되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거액의 벤처캐피탈 자본이 이미 신생 기업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기존 자동차 기업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우리의 대응은 무엇인가?


저자는 책에서 2020년 도쿄 올림픽을 기점으로 일본에서 자동운전 서비스가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그리는 자동운전 보급 로드맵에 따르면 바로 이 무렵에 고속도로 본선에서 차선 변경을 포함한 자동운전이 실현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도쿄 도에서는 오다이바의 각 경기 시설 주변에서 선수 이동용 자동운전 자동차를 운용한다는 계획이 세워지고, 버스 노선의 전기버스화와 자동운전화가 검토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미 2013년 6월에 새로운 성장 전략인 ‘일본 재흥 전략’을 발표하면서 그 로드맵으로 ‘2030년을 내다본 시장 전략’을 제시했다. 차세대 자동차로 전기자동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클린 디젤 자동차, 연료전지 자동차를 꼽고 인프라 정비와 보급 추진을 꾀한다는 것이다.

이들 차세대 자동차의 세계 시장 규모는 2013년 3조 엔에서 2020년에는 35조 엔으로 1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리고 자동운전 시스템의 시장 규모 역시 2013년의 0.5조 엔에서 2030년에는 20조 엔으로, 이와 관련된 정체 억제 시스템은 같은 기간에 2조 엔에서 30조 엔으로 확대되리라고 예측했다.

이 책의 감수를 맡은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미래연구실 박재항 실장은 “‘수소사회’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자동차 업계를 포함해 에너지, 건설 등 다양한 부문을 연계하여 로드맵을 제시하고 독려하는 일본 정부의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평가한다.

이처럼 이 책에는 빠르게 변화하는 자동차 산업의 지형 속에서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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