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非)농민임에도 농지 매입…‘편법’ 의구심 증폭

▲ 에머슨퍼시픽 힐튼 남해 골프/스파 리조트(에머슨퍼시픽 홈페이지)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골프장 운영 및 리조트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에머슨퍼시픽과 이 회사 이홍규 전무의 수상한 토지거래가 다시금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 전무는 에머슨퍼시픽 이중명 회장의 차남이다. 이 전무가 보유하고 있던 토지를 에머슨퍼시픽이 매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는 에머슨퍼시픽과 토지거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전무가 농지법을 위반함과 동시에 미리 사업개발 부지를 확보했다는 의혹이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에머슨퍼시픽과 이 전무 사이에 벌어진 토지거래 의혹에 대해 살펴봤다.


‘농지취득자격증명’ 취득 않고 전답 40필지 매입?
토지거래 의혹 외에 부진한 실적으로 어려움 겪어


에머슨퍼시픽은 레저시설 개발 및 건설, 골프장과 리조트 등을 운영하는 코스닥 상장기업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 비중은 리조트 운영으로 96.6%, 골프장 공사 2.5%, 기타 0.9%로 대부분의 매출은 리조트 운영으로 올리고 있다.


의혹의 시작점


현재 힐튼 남해 골프/스파 리조트, 금강산 아난티 골프/온천 리조트 등 2개의 종합 골프 리조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아난티 펜트하우스 서울’과 ‘아난티 펜트하우스 해운대’ 등 서울과 부산에 신규 리조트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에머슨퍼시픽의 최대주주는 19.0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중앙디앤엘(유)이다. 이 중앙디앤엘의 최대주주는 중앙관광개발로 에머슨퍼시픽 이중명 회장의 장남인 이만규 에머슨퍼시픽 대표이사가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 에머슨퍼시픽 이중명 회장(사진제공 뉴시스)
이는 에머슨퍼시픽의 경영권 승계가 장남 이 대표에게 이미 마무리 됐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 회장은 현재도 경영과 관련해 중요한 사항은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이 회장의 차남인 에머슨퍼시픽 이홍규 전무가 에머슨퍼시픽과 두 차례 토지거래를 하면서 일각에서는 이를 놓고 ‘수상한 거래’라며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다.


의구심이 증폭되는 이 전무와 에머슨퍼시픽의 수상한 거래는 이렇다. 에머슨퍼시픽은 지난 2005년 6월 14일 경남 남해군 일대 전답 40필지(총 28,021㎡)를 이 전무로부터 4억 4784만원에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당시 공시에는 “남해군 일대 전답 40필지는 당사자(에머슨퍼시픽)가 사업 추진 중인 남해 골프 리조트 사업부지 일부에 대한 매입으로 농지 거래 법규상 법인이 농지를 취득할 수 없는 이유로 사전에 당사(에머슨퍼시픽)의 특수관계인(이홍규 전무)이 개인 명의로 해당 농지를 매수한 뒤 당사(에머슨퍼시픽)가 매수 원가로 재매입 계약하는 것”이라고 명시했다.


▲ 2005년 6월 14일 에머슨퍼시픽 기재정정 공시(전자공시)
이는 현행 농지법상 법인회사가 농지를 취득할 수 없기 때문에 사전에 이 전무가 개인 명의로 농지를 매입한 것이고 이어 이 전무가 매입한 농지를 골프 리조트 사업을 하기 위해 에머슨퍼시픽이 이 전무로부터 농지를 매입했다는 것. 즉, 이 전무는 처음부터 농사를 짓기 위해 전답 40필지를 매입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행 농지법에는 ‘농지를 취득하고자 하는 자는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농지취득자격증명은 농지를 매입하는 매수인이 농민인지를 확인하고 심사하여 적격한 농민에게만 농지의 매입을 허용함으로써 비(非) 농민의 투기적 농지매입을 규제하기 위한 제도이다.


만약 이 전무가 농지취득자격증명을 취득하지 않고 전답 40필지를 매입한 이후 이 농지를 남해 골프 리조트 사업부지로 용도 변경해 에머슨퍼시픽에 매각했다면 이는 명백한 농지법 위반인 것이다.


사업개발 미리 알고 토지 매입?


에머슨퍼시픽과 이 전무의 토지거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전무는 지난 2009년 7월 15일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방일리 일대의 농지를 매입했다. 이후 이 토지를 올해 1월 22일 에머슨퍼시픽에 1억 8530만원에 되팔았다.


이 전무가 에머슨퍼시픽에 매도한 토지는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방일 산 94-1번지 인근에 위치해 있다. 방일리 산 94-1번지는 지난 2010년 1월 가평군과 에머슨퍼시픽이 ‘가평 예술의 축복지구 관광단지 조성 사업’을 위해 투자 양해 각서를 체결한 부지이다.


축복지구 관광단지 조성 사업은 가평군 방일리 일대에 15만6481㎡ 규모의 빌라형 콘도 및 부대시설과 문화체험시설, 공공편익시설 등을 설치하는 친환경 관광시설 조성사업이다.


에머슨퍼시픽은 원활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선 이 전무가 소유하고 있는 방일리 일대의 농지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이 전무의 토지를 농지에서 사업용지로 용도변경을 받아 매입했다. 축복지구 관광단지는 올해 2월 본격적으로 착공에 들어갔으며 이 전무가 에머슨퍼시픽에 매각한 토지는 축복지구 관광단지 사업부지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이 전무는 2005년과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농지를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에머슨퍼시픽에 매각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전무가 소유했던 토지는 모두 농지였다”면서 “농지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현행법상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보유하고 있어야 취득이 가능한데 이 전무가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보유하고 있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며 의혹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에머슨퍼시픽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전화 통화에서 “회사차원에서 진행한 것(이 전무의 농지취득)이 아니라서 이에 대해 정확히 아는 바가 없다”면서 “이에 관한 모든 상항(이 전무와 에머슨퍼시픽의 토지거래)에 대해 특별히 답변 드릴게 없다”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말을 아꼈다.


이와 같이 이 전무의 농지취득자격증명 보유 사실이 불분명하다보니 이 전무가 편법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얻어 농지를 소유하다가 이 농지를 사업개발부지로 이용하면서 에머슨퍼시픽에 매각한 것이라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이 전무가 비(非) 농민임에도 불구하고 농지를 매입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편법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얻은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이 전무는 농사를 지을 생각은 전혀 없었고 해당 농지가 회사의 사업개발 부지로 이용될 것을 미리 알고 취득해 시세차익을 남기고 회사에 되판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 전무는 자신의 회사에 토지를 매각하면서 시세차익도 챙기고 사업개발 부지도 확보한 셈이 되는 것이다.


또한 이 전무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인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한운리 일대의 토지를 매입하면서 주민등록 주소지만 매입한 토지 인근으로 옮기며 ‘위장전입’의혹까지 일고 있다. 이 전무가 매입한 부지는 에머슨퍼시픽 골프클럽 북쪽과 맞닿아 있는 곳으로 충청북도와 안성시 경계선에 있다.


이 전무는 2003년 당시 토지거래허가구역인 안성시 한운리 일대 임야 3필지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1979년 땅 투기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토지는 해당 지역에 전 가구원이 주민등록 전입 후 6개월 이상 거주해야 하며 해당 시군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 전무가 한운리 일대 임야를 매입할 당시 이 전무의 주민등록 주소지는 한운리 인근 마을이었지만 이 주소지의 등기부등본에는 다름 사람 명의로 기재되어 있었고 사람이 주거 할 수 있는 건물 역시 들어서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이 전무가 회사의 사업 부지를 사전에 취득하기 위해 서울에 거주하고 있으면서도 주민등록 주소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 인근으로 옮긴 위장전입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한편, 에머슨퍼시픽은 이러한 의혹 외에도 최근 부진한 실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에머슨퍼시픽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1년 매출 209억원, 영업손실 54억원, 당기손순실 56억원을 기록했으며 2012년에는 매출 274억원, 영업손실 6억 5000만원, 당기손순실 26억원 이었다.


지난해는 매출 207억원, 영업손실 13억원, 당기손순실 40억을 기록하였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151억원, 영업이익 18억원을 달성해 최근 3년 동안 처음으로 영업이익을 냈다. 그러나 당기손순실은 6억을 기록하며 여전히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실정이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