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연말 인사철 관통 키워드 ‘셋’ [집중분석]

[스페셜경제=조경희 기자]다가오는 연말 인사철을 앞두고 재계가 벌써부터 뒤숭숭하다.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이 올해 사상 최악의 실적을 겪었으며 현대, 동부그룹 등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의 부재 속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승진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또 이재용 부회장의 측근 라인들이 전면에 배치될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며 한전부지를 인수한 현대차그룹도 재무 출신들의 승진 여부에 눈길이 쏠린다.

또 LG그룹 후계자인 구광모 LG 시너지팀 부장이 임원으로 승진할지도 관심사다. 이미 현대중공업 정기선 부장이 상무로 고속 승진한 바 있어 구 부장에 이어 한화 김동관 영업실장,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동부팜한농 부장의 승진 가능성도 유력해 보인다. 하지만 업계에서 대부분은 이번 인사가 ‘태풍’으로 다가온다는 분석이다.

임원인사 전 30대그룹 중 12개사가 사장단을 줄였으며 최고 44%까지 감축한 것으로 나타나 이미 사실상의 ‘한파’가 몰아쳤다는 분석이다.


30대 그룹 중 12개사 사장단 줄여‥최고 44% 감축
삼성 이재용 부회장 ‘촉각’‥김승연 한화 회장 ‘주목’


연말 인사철이 다가왔다. 올해 재계 인사 키워드는 ‘구조조정’, ‘총수부재’, ‘세대교체’로 크게 나뉠 것으로 분석된다. SK그룹, CJ그룹 등 일부 기업은 총수 부재 속에서 임원감축과 더불어 세대교체가 일어날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올해는 사상 최악의 실적을 비롯, 업황 불황에 세월호 사태까지 겹치면서 기업 재무구조가 극도로 악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평가 속에서 치러지는 연말 인사는 ‘태풍’ 수준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연말 인사는 아직 시작도 안했지만 이미 30대 그룹 중 12개 그룹이 1년 사이 사장단 숫자를 18%나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는 44%나 줄였고, 현대, 동부, KT도 30% 이상 감원했다.


전문경영인 309→279명 감소


19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가 사업보고서(분기·반기)를 제출하는 30대 그룹 251개 계열사의 임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 상반기 기준 사장단 수가 줄어든 그룹이 12곳이었고 감소율은 17.8%였다. 이들 12개 그룹의 사장단 수는 236명에서 194명으로 줄었고, 감소폭은 최고 44%에서 최저 2%였다.

연말 사장단 인사가 본격 실시되기 이전이지만, 이미 30대 그룹의 3분의 1 이상이 사장단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한 모양새다.

30대 그룹 전체 사장단 수는 348명으로 전년 동기 376명보다 7.4% 감소했다. 2014년 사장단 348명 중 대주주 일가는 69명이었고, 전문경영인은 279명이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대주주 일가는 67명에서 2명 늘었고, 전문경영인은 309명에서 30명 감소했다.


삼성, ‘신상필벌’ 원칙 이어가나


이 가운데 삼성그룹 인사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은 12월 첫째주에 전통적으로 사장단 인사와 임원인사를 단행하는데, 올해는 이건희 회장의 부재 속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하는 삼성發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졌다. 계열사 통합 등이 진행돼온 만큼 사업 재편에 따른 후속 인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이 주도하는 사실상의 첫 인사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때문에 삼성 안팎에서는 주요 계열사의 세대교체를 점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삼성그룹은 올해 삼성전자 실적 ‘쇼크’를 맞으면서, 성과주의 인사 원칙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이 올해 3분기 2조26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삼성전자 모바일 부문의 1조7500억원 보다 많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확실한 보상이 있을 전망이 크다.


반면,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의 합병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박중흠 사장과 박대영 사장의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달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은 이들을 불러 주가관리와 실적 개선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 모두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주가 관리에도 실패해 결국 주주들의 반대로 합병이 무산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의 행보에도 일부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법인의 최대주주가 바로 삼성전자이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정기 인사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세대교체’로 보는 시각이 대다수인 가운데, 삼성그룹 인사의 원칙인 신상필벌이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차그룹, 대폭 물갈이 ‘예고’


현대차그룹은 올해 큰 폭의 물갈이를 앞두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박승하 현대제철 부회장과 최한영, 설영흥 현대차 부회장이 물러나면서 큰 폭의 물갈이 인사를 앞두고 있다. 이에 앞서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사장이 사임했으며 신임 대표에는 이상국 전무가 선임되는 등 ‘내홍’을 겪기도 했다.

물론 정몽구 회장을 중심으로 하는 체제가 확고한 점에서 깜짝 인사는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지만 현대차그룹은 올해 박승하 현대제철 부회장과 최한영, 설영흥 현대차 부회장이 물러나면서 자연스럽게 정의선 부회장을 중심으로 하는 세대교체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는 판단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정기 인사 보다는 수시 인사가 많아 큰 폭의 변동은 없을 것이라는 판단도 있다. 이미 지난해 연말 사임했던 권문식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장이 3개월 만에 복귀했으며, 안병모 기아차 북미 총괄 부회장과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은 한 단계씩 각각 승진했다.

자동차 산업이 엔화 강세 때문에 부진을 겪는 만큼 재경본부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한국전력산업부지를 10조5500억원에 인수하는 통큰 행보를 보였기 때문에 이제는 내실 경영에 치중하기 위해 재무 라인을 강화한다는 것.

지난 6월 강학서 현대제철 재무본부장이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7월에는 박한우 기아차 재경본부장, 8월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이 각각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 중 박한우 사장은 지난 11일 이사회에서 물러난 이삼웅 전 기아차 사장을 대신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다음 달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2015년 정기 임원인사가 발표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재무강화 나선 현대차그룹, 구조조정 칼 앞둔 포스코
오너 2~4세 관심‥LG 구광모·한화 김동관·동부 김남호


LG 사장단 인사, 실적희비 엇갈릴까


12월 첫째주 계열사별 이사회를 열고 사장단 및 임원 인사를 단행하는 LG그룹은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와 비슷한 시기에 진행하기 때문에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여진다.

LG는 G3가 히트를 치면서 3분기 MC사업본부가 스마트폰 사업을 본격화한 2010년 이후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사장단 인사에 주목하고 있다. 사기 진작 차원에서 승진 규모가 예년 보다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 계열사들의 실적이 올해 상대적으로 호전되면서 현 경영진이 중용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36) LG 시너지팀 부장이 올해 인사에서 임원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가운데, 내년 만 70세를 맞는 구본무 회장의 경영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진다.

구자경 명예회장이 70세가 되던 지난 1995년 퇴진을 선언하고 당시 구본무 부회장에게 그룹 회장자리를 넘겨준 바 있으나, 당장 구 회장이 물러나지는 않고 현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 판단하는 시각이 더 크다.


SK‧CJ그룹 ‘경영공백’ 최소화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부재 속에서 생기는 경영공백을 최소화하는 한에서 인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다만 올해 석유업황 불황에 따라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등에 대해서는 사업 재편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편으로는 SK그룹 내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하면서, SK하이닉스에서 대규모 임원승진이 있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SK그룹은 지난해 1월 임원 인사를 했던 것과는 달리 올해는 12월 15일 전후로 계열사 임원 인사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CJ그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의 경영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지난해 10월에 진행한 임원인사를 올해는 12월경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주력 계열사로 꼽히는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 인사가 먼저 이뤄진 만큼 정기인사의 폭이 SK그룹과 같이 크거나 많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경영복귀 ‘관심 ’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이 경영복귀를 앞두고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김승연 회장의 복귀를 위한 인사를 마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11월 10일 한화그룹은 금춘수 전 한화차이나 사장을 그룹 경영기획실장에 임명했다. 금 경영기획실장은 이미 2007년부터 4년여간 경영기획실장을 역임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데 기여한 경험이 있다.

이미 김승연 회장의 ‘남자’로 함께 일을 해본 경험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금 경영기획실장이 복귀 자체가 김승연 회장이 복귀를 앞둔 초읽기라는 것.

지난해 4월부터 김승연 회장을 대신해 그룹 비상경영위원회를 이끌던 김연배 부회장이 올 9월 말 한화생명 대표이사로 선임된 것도 눈길을 끈다.

더욱이 한화그룹은 추가 인적 쇄신을 예고하며 그룹의 군기를 잡고 있는 모양새다. 금 실장의 복귀와 관련 한화그룹 측은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 그룹이 의욕적으로 추진해왔던 금융과 태양광 등 주력회사의 사업실적이 크게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며 “전반적인 조직 개편과 인적 쇄신 등 대대적인 변화와 혁신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올해 3월 취임 후 다음 달 초 첫 인사를 실시하는 포스코는 권 회장의 측근 인사들이 배치될 것이라는 평가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권 회장이 내년 임기 2년차로 접어들면서 구조조정 등에 더욱 ‘속도’를 내기 위해 측근 인사들을 전진배치 한다는 것이다.


오너 2~4세 임원승진 ‘유력’


아울러 올해 임원 인사의 관전 포인트는 그룹 2~4세들이 임원 승진 여부다. 이미 지난 10월 16일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의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이 16일 현대중공업 상무로 승진했다.

이례적으로 상무보를 거치지 않고 바로 상무까지 올라서 고속승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사실상 현대중공업이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대주주의 장남이 책임 경영을 한다는 평가가 더 컸다.

이에 따라 이번 임원 인사에서 오너 2~4세들이 정 상무처럼 고속승진 절차를 밟을 수 있을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 LG 시너지팀 부장이 올해 인사에서 임원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 구 부장은 매년 인사철 마다 임원승진 후보로 거론돼 왔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구 부장은 LG전자에 근무하다 지난 4월 그룹지주사인 LG 시너지팀으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새로운 직무를 맡은 지 불과 7개월 남짓 지났지만, 단기간에 여러 계열사와 부서를 돌며 압축식 수업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승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라원 영업실장도 승진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김 실장은 2010년 차장으로 입사해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을 거쳤다. 올해 9월부터 한화솔라원 영업담당실장으로 자리를 옮겨 중국 상하이에서 근무하고 있다.

김 실장은 한화큐셀에서 올해 2분기 흑자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뤄 임원 승진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동부팜한농 부장도 내년 임원 승진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부장은 현재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국내 최대 농자재기업 동부팜한농에서 근무하고 있다. 김남호 부장은 지난 2009년 동부제철에 입사해 잠시 도쿄지사에서 근무한 뒤 2012년 1월 부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7월 동부팜한농으로 옮겼다.

다사다난했던 2014년을 마무리하고, 2015년을 이끌 승진자 및 임원 명단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