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처럼 얽혀‥‘혈세만 줄줄 센다’

▲서서울톨게이트 전경. <사진 안쪽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최근 열린 국정감사에서 한국도로공사 김학송 사장은 통행료 현실화를 위해 요금인상이 불가피 하다고 주장했다. 김 사장은 “부채증가 최소화와 고속도로 건설 및 유지관리를 위해 최소한의 통행료 인상률은 7%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응은 냉담하다. 도로공사의 부채를 왜 고객들이 떠 앉아야 하느냐는 논리다. 여기에 도로공사는 그동안 퇴직자에 대한 상상을 초월하는 특혜와 낙하산 인사, 그리고 방만 경영으로 거액을 날리면서 국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장애인 고용에 대한 지원금 문제로 기간이 끝난 장애인에 대해 교환 채용하거나 해고하면서 공기업의 도덕적해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한국도로공사를 덮고 있는 비리의 검은 그림자를 짚어봤다.


지난 8일 한국도로공사 국정감사에서 김학송 사장은 고속도로 통행료 인상을 요청했다. 김 사장은 “부채증가 최소화와 차질 없는 고속도로 건설 및 유지관리를 위해 통행효의 현실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속도로 통행료 인상이 지난 2007년 이후 2.9% 그쳤다면서 통행료가 주요 선진국 대비 40%이하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고속도로 노후화에 대비해 안전한 도로관리를 위해서는 안정적 운영비 확보가 필수적이지만 정부출자비율 축소, 통행료 감면 확대 등으로 오히려 부채규모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통행료가 현저히 낮은 수준인데다 국고 매칭 비율 축소에 따른 추가 부담까지 고려하면 최소한의 통행료 인상률은 7%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통행료 7%’ 인상 요구


하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은 “부채를 감축하려면 통행료를 올리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지만 구조조정부터 선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로공사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부채는 25조9628억원으로 지난 2012년보다 6146억원 증가했다. 도로공사가 해결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부채해결이다.


도로공사의 부채 중 94%가 금융성 부채라는 것이 다른 공기업과 비교해 위험이 더 크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로 인해 도로공사가 지불하는 연간 이자 비용만 1조1517억원에 이른다.


도로공사는 부채 감축을 위해 건설사업 구조 개편, 핵심 가치자산 매각 등 자구노력으로 부채를 감축하겠다고 밝혔지만 오는 2017년 부채 규모는 29조원으로 현재보다 3조원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김 사장이 요구한 것처럼 통행료 인상은 도로공사의 부채 해결에 지름길일 수는 있다. 하지만 뼈를 깎는 부채감축 노력 없이 정부의 지원과 서민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통행료 인상 등을 통해 손쉽게 해결하려고 하는 모습에 여론은 호의적이지 못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장애인 ‘고용장사’ 논란


도로공사는 최근 장애인 채용을 빌미로 ‘장려금 장사’를 펼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장애인 채용을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해야할 공기업이 오히려 장애인 채용으로 장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공 ‘장애인 고용장사’ 하다 딱 걸려…“3년 지나면 교환 채용”
보조금 빼먹는 영업소…출연기관 임직원 ‘대부분 낙하산 의혹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 신기남 의원은 지난 3일 “도로공사 톨게이트 영업소의 장애인 고용보조금이 지난해 54%나 급증했다”며 “장애인 고용장사 의혹이 전국적으로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은 법정의무고용률을 초과달성한 사업주에 대한 고용장려금 지급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고용노동부령을 통해 경증(4~6급) 장애인 근로자의 근속년수에 따른 장려금 차등지급을 하고 있다.



정부에서 지급한 톨게이트 장애인 보조금은 지난 2012년 27억 7000만원에서 지난 2013년 42억 7000만원으로 증가했다. 1인당 보조금(경증 남자 월30만원, 여자 월40만원)을 적용하면 1186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보조금이 지급된 137개 톨게이트 영업소 인력 2740명 중 43%에 해당하는 규모다.


톨게이트 노조의 한 관계자는 “영업소 사장들 대부분은 도로공사의 퇴직자로서 서로 다 잘 아는 사이다”며 “이들은 장애인 고용이 돈이 된다는 정보를 서로 공유하면서 임기 내 많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장애인을 서로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조금 빼먹는’ 영업소


문제는 영업소 사장들이 보조금이 줄어들기 시작하는 3년부터다. 일부 영업소는 장애인들을 반강제로 해고한 후 인근 영업소에 다른 장애인들을 신규 채용해서 보조금을 편법으로 수령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입사 후 3년이 지나면 장애인 고용보조금이 30% 감액되고, 5년이 지나면 절반으로 줄어든다. 정부도 보조금 사각지대에 있는 장애인 보조금제도에 대해 방관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제대로 감독조차 하지 않은 채 장애인 채용만을 권고하고 영업소는 보조금 제도를 악용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 지금 영업소 장애인 제도의 현실이다.


톨게이트에서 근무한 한 장애인 직원은 “영업소에서 온갖 구실을 빌미로 협박과 함께 퇴사를 종용한다. 이후 영업소장은 인심 쓰는 것처럼 다른 영업소에 추천을 넣어 놨다”며 “장애인 고용지원금을 받기위해 물건처럼 옮겨다는 것이 톨게이트 장애인 노동자의 비애”라고 털어 놨다.


신 의원은 “도공 외주업체들은 사업자로 독립성이 없고 도공이 업무와 예산을 직접 감독하기 때문에 외주 사장들이 고용지원금을 받아서는 안 된다”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고용지원제도를 악용하는 실태에 대해 엄중한 조사와 처벌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로공사 영업소는 퇴사한 직원의 자리한 외주업체가 대부분이다. 새정치연합 박수현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한국도로공사의 외주영업소 퇴직자 수의계약이 국회와 감사원 지적에도 여전해 자기식구 챙기기가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이 도로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영업소 외주화 추진계획을 살펴보면, 2014년 입찰 및 계약 예정인 53개소의 영업소 가운데 27개소를 수의계약으로 퇴직자들에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박 의원은 “2011년 30개소 중 21개소, 2012년 79개소 중 55개소, 2013년 51개소 중 33개소를 수의계약으로 퇴직자에게 특혜를 줬다”며 “매년 공개입찰 비율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으나 올해도 공개입찰 비율은 39%를 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현재 전국 335개 영업소 중 264개소가 도로공사 퇴직자가 운영중이어서 도로공사 영업소는 사실상 퇴직자들의 밥벌이 수단으로 전락됐다.


감사원이 관련 업무에 대한 감사를 벌여 영업소 외주업무를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 입찰로 진행할 것을 지적했고 2011년과 2013년에도 퇴직자와 수의계약하지 않도록 요구했지만 도로공사는 감사원 지적을 무시한 채 외주영업소 수의계약을 지속하고 있다.


퇴직직원 수주 보증수표


톨게이트 영업점들과 마찬가지로 도로공사는 전직 직원들 근무하는 설계업체에 공사의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 또한 도로공사 출연기관 임직원으로 도로공사 전직직원과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낙하산으로 내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비리 집합소를 양성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찬열 의원은 도로공사 퇴직직원을 영입한 13개 업체가 도로공사가 발주한 공사감리용역 22건을 수주해 감리용역의 100%수주를 기록했다고 8일 국정감사에서 밝혔다.


이 의원은 “지난해 기준으로 퇴직직원을 영입한 34개 설계업체가 건설이 진행 중인 148개 공사 가운데 125건의 설계용역을(84.5%)수주했다”고 지적했다.


출자출연기관을 살펴보면 KESTA(지분 12억원 출자)는 한국도로공사 해외사업단 차장이 사장으로 재직중이며 비상근감사는 도로공사 감사실장이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울산고속도로 대표이사는 한국도로공사 전 총무처장, 비상임감사는 국민연금공단 전직 관료, 한국건설관리공사 사장은 새누리당 출신 김원덕 부대변인, 상임이사 3명과 감사 1명은 국토부와 산하기관 출신인사, ‘행당도 개발’ 감사는 도로공사 전 교통기계팀장, KR 사장은 LH 부처장 출신인사, 서울북부고속도로 사장은 행복 도시계획국장 출신인사 등이 낙하산 의혹을 받고 있다.


도공 퇴직자, 수주 보증흥행수표(?)…출자 기관엔 낙하산 잔치
포트홀 사고 책임 운전자에 떠넘겨 ‘물의’…청렴도 갈수록 하락


경영성과도 엉망이다. KESTA와 부산울산고속도로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한국건설관리공사는 지난해를 제외하고 내리 3년 적자였으며 서울북부고속도로 역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미경 의원은 “낙하산 인사행태로 인해 도덕성 결여와 전문성 부족으로 지속적인 적자가 발생하는 심각한 경영상태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포트홀 사고 운전자에 떠넘겨라


최근 잇따른 포트홀 사고에 이은 소송에서 도공은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공사의 관리부실 보단 운전자의 과실에 무게를 실으라는 대응 매뉴얼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달 8일 박수현 의원이 도로공사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도로공사는 포트홀 소송이 증가하자 대응방안을 만들어 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도로공사의 대응방안에서 ‘기상이변 및 고속도로 노후화’ 포트홀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도로관리상 하자가 없다고 주장, 운전자 과실 주장, 실효성 있는 서증자료 제출 등을 통해 승소율을 높이라고 지시했다.


포트홀로 인한 도로공사와 운전자간 소송은 지난 2010년부터 2014년 8월까지 총 63건에 달한다. 이중 도로공사 승소율은 76%. 박 의원은 “도로공사가 고속도로 노후화로 인해 포트홀이 발생하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소송에서 이기기 위해 자신들의 잘못은 없고 운전자의 과실을 극대화하라고 지신한 것은 참된 공기업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국유지 관리도 엉망


도로공사는 국유지 관리도 엉망인 것으로 국정감사에서 지적됐다. 도로공사가 국유지 관리를 엉망으로 관리하면서 5년7개월 동안 불법점유부지가 20.2배 늘어났고 불법점유자들이 부지를 재임대해 2억1705만원의 부당이득이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태원 의원은 올해 7월말 기준으로 306명이 도로공사가 관리하는 국유지 9만433㎡(2만7404평)를 불법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국도로공사가 김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불법 점유된 부지는 2009년부터 올해 7월말까지 413명에 15만1309㎡(45,851평)로, 5년7개월 동안 인원은 45.9배, 면적은 20.2배나 급증했다.


하지만 아직도 불법점유자 306명이 불법점유지의 59.8%인 9만433㎡를 불법점유하고 있는 상태로 남겨져 있다. 도로공사는 불법으로 부지를 점유하고 있는 점유자들에게 1억7252만원의 변상금을 부과했지만 징수율은 3.6%인 616만원에 그치고 있어 부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김 의원은 “도로공사가 위탁 받은 국유지 관리를 엉망으로 해 국유지 불법점유가 크게 늘고, 자신의 부지인 것처럼 재임대해 부당이득을 취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며 “무단금지 안내판 설치, 점유물 철거, 변상금 부과 등 보다 강도 높은 제재를 강구하고, 임대전환을 통해 국유지에 대한 불법점유가 근절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렴도 최하위 ‘어찌 할꼬’


도로공사는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가 조사한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결과’에서 7.82점의 최하위 점수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해 공기업(8.31) 및 전체 공공기관(7.86) 평균 점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도로공사의 종합청렴도 점수는 2011년 8.86점, 2012년 8.30점, 2013년 7.82점 등 해마다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렴도 점수는 외부청렴도, 내부청렴도, 정책고견 평가 등을 감안해 산정하는 점을 비춰볼 때 공직기강 해이에 따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강동원 의원은 “도로공사 직원들이 뇌물과 향응수수, 횡령 등 갖가지 범죄에 연루되고 있는 점을 들어 직원들의 직무태만과 비리 등을 청렴도 점수 하락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국도로공사를 이끌고 있는 김학송 사장에 대한 비난 여론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도로공사에 새롭게 취임한 김 사장은 취임 전부터 낙하산 논란으로 정치권을 뜨겁게 달궜던 인물이다.


김 사장은 취임부터 비리와의 전쟁을 통해 비리 근절을 약속했지만 취임 1년의 성적표를 받기 직전인 현재까지도 비리 척결은 커녕 비리가 오히려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 그의 구호가 공염불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