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구광모 부장 임원 등재 여부 주목

[스페셜경제=조경희 기자]연말 정기 인사철이 다가오면서 대기업 오너 일가의 3~4세들의 움직임이 관심을 끌고 있다.


경영권 승계작업이 진행중인 그룹들의 경우 연말이면 차기 총수 후보들이 직급을 높여왔기 때문이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과 현대·기아차그룹, LG그룹 등은 연말 임원 인사를 준비하면서 총수 자녀들의 승진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다만 올해는 이미 연중 승진이 이뤄진 총수 자녀들이 많은데다 기업실적 악화까지 겹쳐 '승진 잔치'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삼성의 경우 일각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회장 승진설'이 퍼지고 있지만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삼성과 재계의 전언이다.


이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할 것이라는 추측은 그가 '회장 전용 공간'으로 불리는 승정원에서 VIP급 인사들을 접견하는 등 실질적인 1인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 등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하지만 삼성측은 "이 부회장은 과거에도 승정원에서 손님을 맞은 사례가 있다"면서 "회장 승진은 전혀 근거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재계도 이 부회장이 회장직을 서둘러 승계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회장직에 오르면 자칫 이건희 회장이 회복불능임을 공인했다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면서 "굳이 회장직에 연연할 이유도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밖에 삼성에서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의 직급에 어떤 변화가 올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올해 재계 연말 인사의 관전 포인트는 LG그룹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른 그룹들과 달리 실적이 나쁘지 않은데다, 그룹 후계자로 꼽히는 구광모 LG전자 부장의 경영수업이 무르익었기 때문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구광모부장은 LG전자에 근무하다 지난 4월 그룹지주사인 (주)LG 시너지팀으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새로운 직무를 맡은지 불과 6개월이 지났을 뿐이지만, 구 부장이 그간 단기간에 여러 계열사와 부서를 돌며 압축식 수업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승진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분석이다.


구 부장은 2006년 LG전자에 대리로 입사한 뒤 2007년부터 3년간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2009년부터 2012년까지는 미국 뉴저지 법인에서 근무한 뒤 2013년 초 국내에 돌아왔다. 이후 서울 여의도 LG전자 본사에서 근무하다 올 초 창원공장으로 내려갔고, 100여일만에 다시 서울로 돌아와 (주)LG로 자리를 옮겼다.


구 부장의 숨돌릴 틈 없는 행보는 그가 양자로 입적돼 다소 늦게 후계자 수업을 시작한 만큼 서둘러 그룹 업무 전반을 파악토록 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구 부장이 올해 37세로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임원으로 승진했던 때의 나이와 같다는 점도 승진가능성을 점치게하는 이유다. 1945년생 구본무 회장은 37살이되던 1981년 LG전자 이사로 임원 반열에 올라 그룹 승계 절차에 본격 돌입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과 현대차 등 다른 그룹 후계자들의 경우 이미 CEO급으로 승진했다는 점에서 구광모 부장의 직급을 높일 필요가 있을 것"이라면서 "이재용 부회장은 입사 4년만인 33세때 삼성전자 상무보로 임원이 됐고,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도 30세에 임원이 된 만큼 37세인 구 부장이 승진할 경우 이르다고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아직 어린 후손들의 승진보다는 최태원 회장의 신변이 더 큰 관심거리다.


SK는 12월 말에서 내년 1월 사이에 정기 인사가 있을 예정인데, 최대 현안은 최 회장의 가석방 여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가석방 요건인 '형기의 3분의1 이상'을 채운 상태다.


특히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준을 충족하면 기업인도 가석방 될 수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역차별"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그룹 총수의 가석방 여부가 관심으로 떠올랐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인 가석방 논의'에 불을 지핀 상태이지만, 정부는 여론 동향을 살피고 있어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법무부는 지난달 28일 제69주년 교정의 날을 맞아 모범수형자 458명을 가석방했다. 가석방 대상에는 최태원 회장과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 등 기업인이 포함되지 않았다.


최태원 회장의 장녀 윤정씨와 장남 인근군은 아직 SK그룹에 입사하지 않은 상태다. 차녀 민정씨는 지난 9월 해군 장교로 입대했다. SK그룹 관계자는 "나이가 어려 입사 여부를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GS그룹은 12월 초 연말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장남 허윤홍씨는 2002년 LG칼텍스 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GS건설로 자리를 옮긴 허윤홍씨는 지난 2012년 상무보로 승진한 데 이어 지난해 상무가 됐다. 허창수 회장의 장녀 윤영씨는 2006년 김영무 김앤장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의 장남 현주씨와 결혼했다.


GS그룹 관계자는 "허윤홍 상무는 승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번 인사에서 승진할 가능성이 없다"며 "허윤영씨는 전업주부"라고 말했다. 이어 "LG나 GS 등 범 LG가에서 딸은 경영 참여를 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화그룹은 연말에 인사를 할지 확실하지 않다.


올해는 지난 4월, 지난해에는 5월에 정기 인사가 있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연말에 정해놓고 인사를 하지 않는다"며 "연말에 큰 폭의 인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경영 복귀를 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시기나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남은 사회봉사 시간을 채우면, 연초에는 경영복귀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2012년 8월 1심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김 회장은 징역 4년형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됐지만, 조울증과 호흡곤란 등 건강 악화를 호소해 5개월 만에 구속집행이 정지됐다. 이후 항소심을 거쳐 대법원에서는 일부 배임액 산정을 다시 하라는 취지로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지난 2월11일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김기정)는 김 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억원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300시간을 명했다.


이후 김 회장은 지난 관련 법 규정에 따라 ㈜한화, 한화케미칼 외에도 한화건설, 한화L&C, 한화갤러리아, 한화테크엠, 한화이글스 등 7개의 계열사 대표이사 직을 내려놓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다.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씨는 2010년 한화그룹 회장실 차장으로 입사했다. 한화큐셀 전략마케팅 실장을 맡고 있던 김동관씨는 지난 9월 한화솔라원 영업담당 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2012년 10월 매니저 직급 체계 도입됐다. 대리, 과장, 차장, 부장 모두 매니저"라며 "김동관 실장의 직급은 부장쯤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동관씨는 직책이 실장이라 승진 자체는 의미가 없다. 이미 태양광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차남인 김동원씨는 지난 3월 한화첨단소재에 입사해 한화그룹 디지털팀장을 맡고 있다.


삼남인 김동선씨는 지난 10월 초 한화건설 매니저로 입사했다. 한화그룹에 따르면 김동선 매니저는 입사 이후 이라크 비스마야, 사우디아라비아, 두바이, 쿠웨이트 플랜트 현장 등 한화건설 해외 현장에서 실무경험 중심의 현장 경영 연수를 받을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해외건설공사에 관한 실무 영업능력을 배양하고 경험을 축적해 글로벌 비즈니스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미 그룹 내 요직에 올라 착실히 경영승계를 밟아나가는 3세 경영인도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장남 정의선(44) 부회장은 이미 지난 2009년 부회장으로 승진, 경영 일선에서 제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현대차그룹이 최한영 부회장, 설영흥 부회장, 박승하 부회장 등을 차례로 현직에서 물러나는 모습이어서 올 연말 정기인사에서 '세대교체' 작업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도 이삼웅 기아차 사장이 노조 파업 사태에 따른 책임을 지고 대표이사직을 내려놓는 등 주요 요직에 있던 인사들이 속속 자리를 떠났다.


정 부회장 체제의 도래를 앞두고 정 부회장을 보좌할 수 있는 젊은 임원들이 대거 발탁되면서 물갈이 인사가 대폭 실시되지 않겠느냐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 전 의원의 장남 정기선(31) 상무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정 상무는 지난해 6월 현대중공업에 재입사한 이후 경영기획팀과 선박영업부 부장을 겸임해오다 지난달 16일 승진, 그룹의 기획실의 총괄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에 상무로 승진하며 3세 경영의 신호탄을 쏘아 올랐다. 정 상무는 권오갑 기획실장(사장)과 함께 영업손실 누적으로 경쟁력 제고가 절실한 현대중공업의 기획과 조정, 재무 등을 맡게 됐다.


세아그룹은 이태성(36) 세아홀딩스 기획본부장(상무)도 최근 동부특수강 인수전에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 의욕적으로 참가하며 활발한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결과적으로 현대제철에 고배를 마시긴 했지만 2009년 세아홀딩스 전략개발팀장으로 가업을 이은 이후 계열사의 요직을 두루 거치며 경험을 쌓아올리고 있다. 이 상무는 고(故) 이운형 세아그룹 전 회장과 박의숙 부회장 슬하의 1남3녀 중 장남이다.


이 상무와 함께 동갑내기 사촌지간인, 고 이 회장의 동생 이순형 세아홀딩스 회장의 장남 이주성 상무도 그룹 내에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그는 최근 세아제강 주식을 매입하며 이태성 상무와 함께 그룹 내에서 목소리를 키워가고 있다. 다만 세아그룹이 그동안 두터운 형제애로 큰 다툼 없이 계열사 지분을 나눠 갖고 가족경영 체제를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지분을 둘러싼 경쟁 국면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 박용만 회장의 장남 박서원(35) 빅앤트 대표도 올해 그룹에 몸 담아 자신의 전문 분야인 광고 분야에서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는 올해 초 두산그룹이 빅앤트를 계열사로 편입하면서 그룹의 일원이 됐다. 박 대표는 최근에는 빅앤트와 그룹 광고계열사 오리콤간 사업구조 재편 과정에서 오리콤의 크리에이티브총괄(CCO)를 맡아 광고 캠페인을 총괄하고 있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3남매도 주력 계열사 대한항공에서 각자의 영역을 맡은 데 이어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로서 경영 능력을 검증받고 있다.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은 올해 초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조 부사장은 대한항공 경영 전략·영업 업무를 총괄하고 있고, 지주사 대표로서 그룹 지배구조 재편 업무를 맡아 그룹 내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맏딸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도 지난 4월 한진관광 대표이사를 맡았고, 차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도 올해 초 정석기업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리는 등 경영 일선으로 전면 배치돼 경영 능력을 시험받고 있다.


이 같은 구도가 굳어질 경우 대한항공은 조원태 부사장이 맡고 장녀와 차녀는 각각 호텔업과 저비용 항공사 진에어로 무게 중심이 옮겨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와 올해 초 이미 승진한 오너 일가 자녀들이 많다"면서 "기업들의 실적도 좋지 않은 상황이라 올해 연말에 승진잔치가 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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