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과 방패의 싸움‥공정위‧노동부도 ‘속수무책’

10월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한 롯데건설 하석주 부사장이 인사를 하고 있다.

[스페셜경제=조경희 기자]롯데건설 부당하도급 심결 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내부 조사서인 심사보고서에서 부당하도급대금 113억원, 과징금 32억원 등 중징계가 불가피했던 심사보고서가 최종 결정에서는 경고, 무혐의, 심의절차 종료 등 정반대의 의견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최종 심결을 내린 공정위 전 상임위원이 1년 후 롯데건설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바른’으로 이적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를 두고 참여연대는 “공정위의 심결과정을 믿을 수 없다”고 비판하며, 공직자윤리법 등 공직자의 취업 제한 법률 저촉 여부와 무관하게 심각한 의문이 든다고 논평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학영 의원은 “롯데그룹이 지난 5년간 공정거래 위반으로 1215건이 신고가 됐지만 단 3건만 고발조치된 것은 의문”이라고 공정위의 솜방망이 처벌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 공정위 위원, 심결 후 롯데 대리 법무법인 ‘이적’
지난 5년간 불공정거래 위반 1위 롯데, 고발 단 3건



지난 2010년 4월 ‘아하엠텍’이 롯데건설을 부당하도급 대금 계약 미지급을 이유로 공정위에 제소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공정위 내부 조사서인 심사보고서에서 부당하도급대금 113억원, 과징금 32억원 등 중징계가 불가피했던 심사보고서가 최종 결정에서는 경고, 무혐의, 심의절차 종료 등 완전히 뒤집힌 의견으로 정리됐다.

이후 상황이 종료됐지만 해당 최종 심결을 내린 공정위 전 상임위원이 1년 후 롯데건설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바른’으로 이적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앞뒤가 뒤바뀐 심사결과

‘아하엠텍’은 플랜트기기 제작 전문 업체로, 석유화학 설비 및 발전설비 제작을 시작으로 2009년 현대제철 및 포스코 제철설비 제작 시공, 2010년 두바이 엑스포 프로젝트 패키지(Jubail Export Project Package) 등 환경설비 제작 납품을 해왔다. 2011년 태안IGCC와 포스코 COAL-CNG PILOT PLANT 등 신재생에너지부문까지 사업영역을 점차 확대해오고 있다.

하지만 롯데건설과는 현대제철 화성 일관제철소 건설 관련 하도급 계약을 맺으면서 처절한 싸움을 이어오고 있다.

아하엠텍은 2008년 6월부터 2010년 2월까지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화성공장 건설공사’ 중 기계공사와 배관공사를 맡았다.

이후 아하엠텍은 2010년 4월 롯데건설을 불공정행위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공개된 심사보고서에 공정위 심사관은 중징계가 불가피하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심결위원회는 ▲사실관계 확인 곤란 ▲피신고인과 신고인의 주장이 상반됨 ▲하도급법 적용 사항 아님 등의 사유를 들어 약 10건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경고 2건을 처분하고 나머지 사안은 모두 무혐의 또는 심의종결 처분했다.

또 기타 롯데건설의 추가공사 서면 미발급 행위에 대해서는 ▲나중에 발급해주었다는 이유 하도급 대금 및 지연이자 미지급 행위에 대해서는 ▲판결 5일 전에 일부 금액을 공탁했다는 이유로 ‘경고’라는 경징계 처분을 내렸다.


솜방망이 처벌 <왜>


사실 이 같은 논란은 이번 한번뿐이 아니다. 국회 정무위 새정치민주연합 이학영 의원(경기 군포)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상위 30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소속회사에 대한 공정거래위반 신고건수(1,215건)를 분석한 결과, 롯데그룹이 192건으로 1위, 현대자동차(143건), LG(94건), SK(88건), 삼성(83건), KT(75건), 포스코(64건) 순으로 집계됐다.

공정위에 신고된 상위 7개 기업집단(롯데, 현대자동차, LG, SK, 삼성, KT, 포스코)에 대한 신고건수는 738건으로 전체 신고건수의 60.7%에 달했고, 1위는 ‘불공정 하도급 거래행위(234건)’였으며, ‘지위남용(149건)’으로 인한 신고가 뒤를 이었다.

상위 7개 그룹이 가장 많은 신고를 당한 ‘불공정 하도급 거래행위’에 대한 징계 내용을 보면, ‘고발’은 단 한건도 없었으며, 절반이 넘는 130건이 ‘무혐의’와 다름없는 ‘심의절차종료’로 처리됐다.

‘지위남용’으로 인한 신고도 마찬가지로 ‘무혐의’와 ‘심의절차종결’로 처리된 신고 건수가 5%(127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7개 그룹에 대한 ‘고발’ 건수는 단 1건도 없었다.

이와 관련 새정치연합 이학영 의원은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아하엠텍을 비롯해 심의종결된 사례는 검사가 기소를 했는데 판사가 사건을 심의하던 도중 사실관계 확인이 어렵다며 심리를 중단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국회에서 피감기관에 자료 요청에도 불구하고 공개하지 않자 이를 결국 감사원에 정보공개 청구를 해 알게 된 사실”이라고 밝혔다.


심사보고서와 심결서 비교

1년 2개월 만에 자리 이동?


하지만 이 같은 심결 이후 해당 사건을 맡았던 심결위원장은 1년 2개월 만에 롯데건설을 대리한 법무법인 ‘바른’으로 이적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

결위원장 J씨는 바른 법무법인이 대리했던 롯데건설 하도급불공정행위 건에 대해 이와 같은 처분을 결정하고 나서 롯데건설이 아하엠텍을 상대로 하는 채무부존재 민사소송이 진행 중인 2012. 11. 02에 바른 법무법인에 공정거래팀장으로 취업했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는 “중징계가 심결위에서 심의종결, 주의로 사실상 면죄부 수준”이며 “심결위원장은 해당 사건의 피신고인 대리를 맡은 법무법으로 이직하는 것은 공정위 심결과정 자체를 믿기 힘든 수준”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공직자윤리법 등 공직자의 취업 제한 법률 저촉 여부와 무관하게, 이 사건 심결의 공정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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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바른‥최초로 상임위원 영입


법무법인 바른은 공정거래 분야 변호인단 소개에서 공정위 상임위원을 지낸 장용석 변호사를 팀장으로 영입한 사실을 홈페이지에 명시해 놨다. 국내 최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바른 홈페이지에는 “국내 최초로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장용석 변호사를 팀장으로 하여 공정거래 전문변호사들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협력국장, 사무관 출신의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다른 전문분야의 160여명의 변호사 및 전문가 그룹과 필요에 따라 긴밀하고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업무사례에서 “법위반 여부에 대한 검토뿐만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의 최근 동향에 따른 가장 효과적인 대응방안도 제공했다. 대표적으로 삼성, 현대, LG, SK, 포스코, KT, 동부, 한화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의 공정거래 관련 자문 업무를 수행한 바 있다”고 명시했다.

실제로 바른은 ▲자율준수 프로그램(Compliance Program) ▲공정거래 관련 자문 ▲부당한 공동행위 ▲기업결합,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및 불공정거래행위 ▲하도급, 대규모 유통, 가맹사업 관련 사건 ▲전자상거래소비자, 약관 등 소비자 관련 사건 ▲검찰고발 및 공정거래 관련 소송 등 공정거래에 관련된 컨설팅 및 법무대리를 하고 있다.

극동건설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에 과징금 부과 없이 단순 경고, 대성산업 시정명령, 부광약품 단순 경고, 에이스침대 거래상지위남용행위 무혐의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전 공정위 상임위 출신이 이직 전 행위에 대해 참여연대 등이 논란을 제기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평가다.


아하엠텍 vs 롯데건설 사건일지

아하엠텍, 산재 ‘공상처리’ 강요


롯데건설은 또 아하엠텍에서 지난 2009년 산재사고가 발생하자 재해 근로자와 아하엠텍이 합의·공증하는 자리에 소속 안전과장을 보내 입회하게 하고, 현장소장이 추후에 합의금을 보전해 주기로 이행각서를 써주는 등 산재처리를 하지 않고 공상처리 하도록 했다.

특히 롯데건설은 당시 한국산업안전건보공단에 ‘무재해 인증’을 신청해 ‘무재해 인증’과 직원 1명이 표창을 받기까지 했다.

이에 아하엠텍이 이 사실을 뒤늦게 알고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천안지청에 실토하고 롯데건설의 산재은폐 종용을 고발했다. 하지만 천안지청은 조사 후 고발 사실을 확인하고도, 법상 처벌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롯데건설에 대한 고발을 ‘각하’ 하고 신고한 하청업체에 산재발생 보고의무 위반으로 과태료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새정치연합 이석현 의원은 “롯데건설이 하청업체에 발생한 산재사고를 은폐하도록 종용하고 합의금을 물어주는 등 은폐 과정에 적극 가담했다”며 “대기업 건설사가 관급공사 수주에 불리해질 것을 우려해 하도급 업체에 발생한 산재를 은폐하고 이른바 ‘공상 처리’하도록 강요하는 관행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 사실이 증거와 함께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해당 논란에 대해 롯데건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아하엠텍과 관련 공정위, 법원 등 모두 승소했다. 다만 민사소송이 현재 남아있는 상태이며, 도의적인 책임에 대해서는 롯데건설이 질 수 있지만 이미 모두 민‧형사상 소송이 모두 롯데건설의 손을 들어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해당 공정위 상임위원의 경우 이미 1년 2개월 후 법무법인 바른으로 이직한 것은 맞지만, 해당 상임위원이 롯데건설을 변호하고 있지는 않다. 법무법인 바른이 롯데건설의 법률대리인은 맞지만, 이 구성원(변호사) 중에는 아하엠텍측에서 주장하는 전 공정위 출신 상임위원이 없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시장경제에 미치는 공정한 경제 질서를 위해 세워진 기관이다. 그래서 경제검찰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공정위 출신 인사들이 대기업의 사외이사나 대형 로펌에서 대기업을 변호하는 일들이 벌어지면서 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롯데건설 같은 대형 건설사가 하도급 업체들을 상대로 벌이는 일들에 대해 공정거래 차원에서 보다 면밀하게 들여다봐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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