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숭숭한 분위기 ‘쇄신’‥경영 ‘고삐’ 다시 죈다

[스페셜경제=조경희 기자]연말 인사철을 앞두고 재계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그룹은 예년처럼 12월에 사장단 인사를 밝혔으며 이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진설도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는 추측이기는 하지만 이건희 회장이 1987년 취임할 당시 나이가 45세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부회장이 현재 46세로 회장직 취임이 충분하다는 것.

단 이건희 회장의 병세가 나아지는 점에서 회장 승진이 자칫 오해를 일으킬 수 있어 승진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 2, 3세 오너 일가의 승진 여부도 재계의 관심사다. 특히 정몽준 전 의원의 장남인 정기선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이 상무로 승진함에 따라 오너 일가들의 승진 여부에 촉각이 쏠리고 있다.


LG, 한화, 동부, 코오롱 2~4세 임원 승진하나
삼성 이재용 부회장, 회장 승진 여부도 ‘촉각’


연말 인사철을 앞두고 벌써부터 재계 오너들의 2, 3세들이 실질적으로 경영에 뛰어드는지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는 연초부터 세월호 정국에 돌입하면서 기업들이 모두 경영악화 일로를 걸어왔다. SK, 한화, CJ등의 기업들은 총수부재 속에서 사실상 성장을 멈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동부그룹 등은 채권단과 막판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하다가 최근에 와서야 MOU를 맺고 경영정상화를 꾀하고 있다.


2달 앞당기는 롯데그룹 인사


매해 2월에 인사를 단행하는 롯데그룹 또한 인사를 서두르고 있다. 롯데그룹은 조직 분위기 쇄신을 위해 조기 인사를 단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2롯데월드몰 개장과 관련해 일어난 사건, 사고 등을 모두 정리하고 내년 1월부터 각종 사업을 보다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특히 이번 인사는 신동빈 회장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신 회장은 내년까지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지 않도록 연말 인사를 결정했다.


정기선 수석부장, ‘상무’ 승진


세계 1위 현대중공업이 플랜트 부문에서 약 2조 가까운 금액의 부실이 드러난 가운데 ‘쇄신’을 위한 움직임에 분주하다.

임원 일괄사표에 이어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전 의원의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이 상무로 승진했다. 장기선 상무는 지난 2009년 현대중공업 대리로 입사해 유학을 떠난 후 컨설팅회사에서 일하다가 지난해 6월 현대중공업에 복귀했다.


LG, 한화, 코오롱, 동부 ‘관심’
현대중공업 정기선 상무가 임원으로 승진함에 따라 아직 임원 대열에 합류하지 못한 오너 2~4세가 있는 LG, 한화, 코오롱, 동부그룹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아들 구광모 LG시너지팀 부장은 지난해 차장에서 승진해 부장 2년차를 달고 있다. 구광모씨는 2006년 LG전자 대리로 입사해 미국 뉴저지 법인 근무를 하다가 지난해 1월 국내로 돌아와 창원공장에서 일했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의 아들 구형모씨는 올해 대리로 입사했다.

코오롱그룹 이웅열 회장의 외아들인 이규호 부장은 건설, 수출입 부문 계열사인 코오롱글로벌 소속으로 지난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차장으로 입사했다.


김승연 회장 세 아들, 모두 ‘경영’ 일선 나서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아들 셋이 모두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장남 김동관 한화솔라원 영업실장은 지난달부터 중국 상하이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차남 동원씨는 그룹 경영기획실에서 파견 근무를 하고 있다.

지난 9월 20일 마장마술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김동선씨가 10월 초 한화건설에 입사했다. 김동선 매니저는 이라크 비스마야, 사우디아라비아, 두바이, 쿠웨이트 플랜트 현장 등 한화건설 해외 현장에서 실무경험 중심의 현장 경영 연수를 받을 예정이다.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의 장남 김남호 동부팜한농 부장은 부장 직급을 달고 있다. 2009년 동부제철에 입사해 도쿄지사를 거쳐 2012년 1월 부장으로 승진했으며 지난해 7월 동부팜한농으로 발령받았다.


이재용 부회장 승진여부는?


이건희 회장의 부재 속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승진여부도 관심거리다. 이건희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추대되고, 이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

이건희 회장이 장기입원으로 공석이 길어지면서 이 회장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공식적으로 전면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이유도 나온다. 이건희 회장이 1987년 취임할 당시 나이가 45세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부회장이 현재 46세로 회장직 취임이 충분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지배구조 개편이 일단락된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 개편이 된 만큼 승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하지만 이건희 회장의 병세가 호전돼 퇴원 후 자택에서 치료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할 경우 자칫 병세 악화 소문이 날 가능성도 있어 승진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욱이 이재용 부회장이 현재 삼성그룹을 모두 아우르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불필요한 소문을 양성해낼 필요가 없다는 것. 아울러 아직 지분 상속 등의 문제가 남은 만큼 섣불리 승진을 거론하는 것이 성급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유사들의 실적 쇼크, 총수 부재에 이어 철강, 건설, 유통 등 세월호 정국으로 그 어느 때 보다 시련을 겪었던 기업들이 12월 어떠한 인사 카드를 꺼낼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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