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자본과의 피 말리는 전쟁 ‘불가피’

▲ 파라다이스 카지노와 GKL세븐럭 카지노(사진제공 파라다이스 홈페이지, 뉴시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라이벌(rival). 라이벌이란 같은 목적을 가졌거나 같은 분야에서 일하면서 이기거나 앞서려고 서로 겨루는 ‘맞수’를 뜻한다. 정치, 스포츠, 경제, 문화, 국가 등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활동하는 모든 분야에 라이벌 간의 피할 수 없는 숙명적인 대결들이 존재한다. 경제활동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고 있는 기업들 역시 예외는 아니다. 활발한 경제활동을 펼치고 있는 기업들마다 라이벌이 존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업종마다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총성 없는 전쟁을 펼치고 있는 기업들의 라이벌 열전을 기획했으며 그 여섯 번째로 외국인 전용 카지노 업계의 맞수, ‘파라다이스 VS GKL’의 라이벌 열전을 살펴봤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 시장 놓고 서로 밀고 밀리는 경쟁
파라다이스, 영종도 복합리조트 건설…리조트 사업주도


파라다이스와 GKL(그랜드코리아레저)은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들이다. 파라다이스는 1967년 국내 최초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개장했고 GKL은 2005년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로 시장에 진출했다.


카지노 시장점유율의 변화?


지난 2005년 파라다이스의 시장점유율은 74.2%였다. 이는 파라다이스가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하지만 이듬해인 2006년 파라다이스의 시장점유율은 65.7%로 급감했다. 파라다이스는 2007년 시장점유율 46.2%를 기록하며 50%에도 미치지 못했다.


후발 주자인 GKL이 파라다이스의 점유율을 끌어내린 것이다. GKL은 2006년 개장 1년 만에 시장점유율은 26%로 치솟았고 2007년에는 48.8%의 시장점유율을 보이며 파라다이스를 압도했다.


▲ 외국인 전용 카지노 시장점유율(스페셜경제)
이후 GKL은 승승장구를 이어가 파라다이스를 밀어내고 외국인 전용 카지노 시장을 장악했다. 그러나 GKL의 승승장구는 오래가지 못했다. 2009년 파라다이스는 44.8%까지 하락했던 시장점유율을 2011년 48.3%로 회복하면서 46.3%를 기록한 GKL을 끌어내리며 다시 1위로 올라섰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파라다이스의 시장점유율은 53%를 기록하며 50%대를 회복했고 GKL은 37.7%를 기록해 40%이하로 내려갔다.


‘관광·콘텐츠 서비스’ 육성 방안


이처럼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 시장을 놓고 파라다이스와 GKL은 서로 밀고 밀리는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카지노 산업을 육성하는 방안을 발표하면서 카지노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월 12일 ‘유망 서비스산업 육성 중심의 투자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의 대책에는 ‘관광·콘텐츠 서비스’ 육성 방안으로 복합리조트 설립과 관광·문화 콘텐츠 발전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를 포함하고 있다. 또한 서울 무역센터 일대를 관광 특구지역으로 지정하여 한류 중심지로 발전시켜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싱가폴이나 마카오 등 다른 국가보다 세계적 수준의 복합리조트 설립과 관광·문화 콘텐츠가 부족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 경쟁력이 부진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정부는 체계적인 복합리조트 설립과 관광·문화 콘텐츠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관련 법률을 정비할 계획이다. 이러한 일환으로 올해 초까지 영종도 외국인 카지노 라이선스는 사전심사제를 통과한 업체에게 주어졌으나 정부는 올해 하반기 경제자유구역법(이하 경자법)을 개정하여 공모제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후 내년 상반기에 공모 절차를 진행하여 외국인 카지노 사전 허가 사업자를 추가 선정한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올해 하반기 ‘외국인 투자자 카지노 허가 자격요건’ 중 신용등급에 관련한 기준도 개선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경제자유구역법) 상 신용등급 ‘투자적격(BBB등급 이상)’ 미만인 외국인의 경우에는 카지노 설립 허가 자격이 제한된다. 그러나 이를 개정해 투자적격 등급 미만인 경우에도 종합적인 자금조달 능력을 감안하는 방침으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서울 무역센터 일대를 관광 특구지역으로 지정하면서 외국인 관광객을 대거 유치해 이들의 소비를 유도할 계획이다. 이러한 정부의 방침에 따라 2030년 한국 카지노 시장은 15조 8000억원 규모로 성장이 예상된다.


이는 외국인 카지노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파라다이스와 GKL에 유리한 정책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외국인 전용 카지노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파라다이스와 GKL은 한정된 국내 카지노 시장에서 외국인 고객들을 자사로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파라다이스, 영종도 사업에 총력


이런 가운데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카지노 산업을 포함한 복합리조트와 관광·문화 콘텐츠를 육성한다고 발표하자 양사는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파라다이스는 1조 5300억원을 투입해 2017년 완공을 목표로 영종도에 복합리조트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파라다이스는 일본 세가사미 홀딩스와 각각 55%, 45%를 투자해 ‘(주)파라다이스세가사미’라는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파라다이스세가사미는 인천 영종도에 ‘파라다이스시티’라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비롯해 호텔 등 복합리조트를 설립할 계획이다.


파라다이스시티는 1단계 공사로 영종도 국제무역지역 33만㎡에 2017년까지 1조 300억원이 투입돼 700실 규모의 특1급 호텔과 쇼핑몰, 컨벤션센터, 공원시설, 야외공연장, 전시시설 등이 들어서게 된다. 아울러 현재 하얏트 그랜드 인천 호텔에서 성업 중인 외국인 카지노가 이전 개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2단계 공사는 5000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전해지며 200실 규모의 특2급 호텔과 공연장, 스파 및 대형광장(스퀘어)등이 조성될 계획이다.


파라다이스시티는 현재 리포&시저스 컨소시엄(LOCZ)이 미단시티에 추진하고 있는 카지노복합리조트(8만9171㎡)의 4배 규모로 향후 영종도지역의 복합카지노 리조트 사업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어 지고 있다.


무역센터 주변 관광특구 지정으로 기대 걸고 있는 GKL
정부 대책, “장밋빛 미래만 제시하고 있는 것만은 아냐”


GKL, 관광 특구지역 지정 수혜


반면 GKL은 정부가 서울 무역센터 일대를 관광 특구지역으로 지정하고 이 일대를 한류중심구역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에 기대를 걸고 있다. 서울시는 현재 무역센터 일대에 관광 특구지역 타당성을 검토, 계획 및 수립 등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11월 초순경이면 이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예정이다.


무역센터 일대가 관광 특구지역으로 지정되면 서울시는 한류와 관련된 대규모 문화행사를 통해 한류 중심지로 도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외국인 관광객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GKL은 무역센터 인근에 위치하고 있어 관광 특구지역 지정으로 인한 관광객 유치에 수혜를 입을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무역센터 인근에 향후 건설이 예정되어 있는 ‘파르나스 타워’와 ‘파르나스몰’ 등의 공사가 완료되면 무역센터 일대가 관광객에게 더욱 매력적인 관광지가 될 것이라는 전망 또한 GKL이 기대를 걸기에 충분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외국계 자본의 유입


물론 정부의 대책이 파라다이스와 GKL에 장밋빛 미래만을 제시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정부가 복합리조트 및 카지노 사업을 육성하면서 외국계 자본이 국내 시장에 유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리포&시저스는 2조 3000억원을 들여 2018년 완공을 목표로 영종도 미단시티에 복합리조트를 건설한 계획이며 일본 오카다홀딩스 코리아는 무려 4조 9000억원을 투입해 영종도에 50만㎡ 규모의 리조트를 건설할 것이라 발표했다.


이어 홍콩의 런딩과 싱가포르 겐팅이 합작해 2조 3000억원의 자금을 투자하여 제주도에 카지노 테이블 800석 규모의 복합리조트를 설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녹지그룹은 한국의 동화투자개발과 함께 2017년 3월 완공을 목표로 제주도에 카지노 면적만 4만 7000㎡ 에 달하는 초고층 복합리조트(드림타워)를 조성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최근 원희룡 제주지사는 녹지그룹과 동화투자개발에 “드림타워는 형식적인 절차를 거쳤지만 경관, 교통, 도시 기능 등 제주의 미래가치에 맞지 않는다”며 사업 추진 중단을 요구했다.


이처럼 한정된 카지노 시장에 정부는 집중 육성으로 시장의 규모를 늘린다는 방침과 함께 외국계 투자도 함께 허용하면서 국내 시장을 양분하던 파라다이스와 GKL은 또 다른 경쟁을 벌여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상반기 실적부진


이러한 가운데 파라다이스와 GKL의 올해 상반기 실적은 사이좋게 부진을 면치 못했다. 파라다이스의 상반기 매출은 1725억원, 영업이익은 295억원, 당기순이익은 23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매출은 12.4%(1535억원)가 올랐으나 영업이익은 -25.7%(397억원), 당기순이익 -35.9%(373억원)가 하락했다.


GKL의 상반기 매출은 1167억원, 영업이익 206억원, 당기순이익 9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매출 -12.3%(1330억원), 영업이익 -52.8%(437억원), 당기순이익 -69.1%(300억원)가 하락한 수치다.


주가의 향방과 녹녹치 않은 경쟁


실적은 양사가 사이좋게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양사의 주가 향방은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 파라다이스의 연초 주가는 26000원~27000원대를 유지했다. 그러나 10월 말 파라다이스의 주가는 33000원~34000원대로 상승했다. 이는 연초대비 30%가량 상승한 수치다.


GKL의 주가는 파라다이스와 반대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GKL의 올해 초 주가는 39000원~40000원대를 유지했다. GKL의 주가는 오르락내리락 변동을 반복하면서 10월 말 현재 37000원대를 유지하며 연초에 비해 소폭 하락(-5%)했다.


▲ 사진제공 뉴시스
중국인 VIP고객이 주를 이루는 파라다이스와 중국, 일본의 일반 고객이 주 수입원인 GKL은 출발부터 수입원까지 판이하게 다르다. 이들은 지금까지 규제에 막혀 있던 카지노 시장의 좁은 틈을 뒤로 하고 외국계 자본과 경쟁을 벌여야 한다. 외국계 자본과의 경쟁은 결코 녹녹치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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