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검찰 ‘칼날’ 무뎌졌나?‥대기업 ‘방패막이’ 논란

[스페셜경제=조경희 기자]경제검찰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관피아’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공정거래를 해치는 행위에 대한 조사권, 처벌권, 고발권을 갖고 있어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위가 최근 과징금 부과 대신 시정조치만 내리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솜방망이’ 처벌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또 최근 7년간 4급 이상 퇴직자들 34명이 퇴직 후 대형 법무법인, 회계법인, 산하기관 등으로 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에서 동반성장, 통행세, 담합 등을 조사하는 등 경제민주화의 최전선에서 ‘칼날’을 휘두르던 전직 공정위 고위 공직자들이 퇴직 후 칼날을 ‘방어’하는 입장에 서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칼날이 무뎌진 것도 이러한 대기업 봐주기, 공피아 논란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급 이상 퇴직자‥법무‧회계법인‧산하기관‧사외이사
내부정보 정통한 전직 관료가 기업 ‘방어’ 나선다?


“공정위 출신 인사가 있었는데 공정위에서 과징금을 받았다. (우리끼리는)그 인사가 (과징금을 부과받지 않아야 하는데, 받았기 때문에)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기자와 만난 업체가 과징금 부과 후 읍소한 내용이다. 공정위 출신 인사를 영입하는 것 자체가 혹시 모를 과징금 등에 대비하기 위함인데, ‘보험’이 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공정위 출신 인사는 업체가 과징금 부과 전후로 기점으로 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업체는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으면서 비용 일부를 가맹점주에게 넘겨 과징금을 부과 받았지만, 공정위 결과에 대한 수용이 어렵다며 결국 법률적 검토에 나섰다.


공정위 위상, 왜 하락하나


경제검찰 공정위의 위상과 힘이 빠지고 있다. 경제민주화 당시 최고의 위상을 떨치던 공정위는 최근 박근혜 정부의 각종 규제개혁 및 경제 활성화 전략으로 인해 다소 주춤한 상황이다.

하지만 여전히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의 CD금리 담합 말 한마디에 일제히 CD금리가 하락하는 것처럼 여전히 공정위는 기업에게 ‘경제검찰’의 역할을 하고 있다. 공정위의 칼이 어느 방향으로 향하느냐에 따라 울고 웃는 기업이 발생한다.

그만큼 공정위의 힘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공정위가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공정위는 1999년부터 15년간 과징금을 부과했던 불공정 행위(356건)의 절반 이상(182건)을 기업이 스스로 신고했다는 이유로 과징금을 면제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건설업계의 담합 적발 건은 2012년 24건에서 올해 39건으로 3년 만에 62.5%나 급증했다.

담합 매출액도 31조원에서 49조로 늘어났다. 하지만 올해 과징금 부과 비율은 2.1%에 그쳤다는 평가다. 건설업계가 담합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항변해왔고 또 시정 노력을 했다는 점이 과징금 부과율이 낮다는 설명이다.

국정감사에서도 같은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새누리당 유의동 의원은 “최근 공정위 처분에 사업자들의 불복 소송이 늘고 있고, 패소율도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노 공정위원장 스스로도 “공정위의 권위가 빠졌다”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이학영 의원은 “최근 5년간 대기업 집단의 공정거래 위반 신고 1215건 중 고발 처분은 단 3건(0.25%)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공정위의 징계수준은 솜방망이가 아닌 공기방망이”라고 지적하는 등 공정위의 대기업 처벌 수위를 높이라는 압박을 이어오고 있다.

대기업 봐주기 ‘논란’, 무혐의‧심의절차 종료 ‘비공개’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 “공직자 취업 심의 강화해야”


▲최근 5년간 공정위 상정 사건 중 면죄부 처분 현황(김상민 의원실, 공정거래위원회)

대기업 봐주기 논란


특히 그간 경제검찰을 자임하던 공정위 출신 인사들이 대기업, 대형 로펌, 사외이사 등으로 이직하면서 대기업 봐주기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 인사들이 공정위의 위상을 낮추는 한편 공정위 내부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대기업 봐주기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쟁점이 되고 있다.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관피아 중에 으뜸이 공정위”라며 “법무법인, 회계법인, 대기업 사외이사 등 공정위 출신들이 대부분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대기업 봐주기’ 등 판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특히, 공정위 산하 공제조합 4곳의 정관에 4급 이상 공정위 출신이 진출 가능하도록 쓰여 있다”며 “조합 이사장 연봉이 2억 이상으로 장관보다 많다. 조사자에서 방어하는 기업의 조력자로 돌아서는 형태들 어떻게 보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노 위원장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재취업한 것으로 법 집행이 편향된 것은 없다고 본다”며 “하지만 산하기관 정관에 4급 이상 진출이 가능하도록 한 부분은 수정이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실에 따르면 2009년 1월 1일~2014년 8월 31일 기준 4급 이상 퇴직자 56명 중 재취업자가 총 34명으로 나타났다.


▲산하기관 공피아 재취업자(김상민 의원실, 공정거래위원회)

7년간 34명 재취업


이중 법무법인으로 재취업한 로피아의 숫자는 11명, 회계법인 취업자는 1명, 산하기관·유관기관 취업자 10명, 민간기업 취업자는 12명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산하기관이 한국소비자원, 한국공정거래조정원 단 2개 이지만, 유관기관 1곳(한국공정경쟁연합회), 개별 법령에 따라 설립한 공제조합 4곳이 공정위 출신들로 채워지고 있어 관피아 논란이 일고 있는 것.

김상민 의원은 “공정위 퇴직자들이 로펌, 회계법인으로 취업을 할 경우 기업을 조사하던 실무자가 기업을 방어하는 조력자로 돌아서게 된다”며 “공정위 내부 정보를 잘 아는 전직 관료가 기업을 방어할 경우 조사에 상당한 장애가 발생한다. 검사 출신 변호사 경찰 출신 사무장 등이 검찰이나 경찰을 상대하기 어려운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지적하는 이유다.

사외이사 비중은 상당하다. 공정위, 국세청 등 4대 권력기관에서 민간기업체의 사외이사로의 재취업률이 높은데 이 또한 기업이 ‘보험’을 드는 것과 같다는 것.

김 의원은 “기업에 대해 조사권을 쥔 사업기관임을 감안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 심의규정을 더욱 강화하고 취업관리 대상도 현행 4급에서 5급으로 확대시키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 출신 사외이사 현황(김상민 의원실, 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 위상 반영해 사외이사 ‘보험’


실제로 공정위 출신 사외이사는 2013년 23명에서 올해 24명으로 한명 늘었다.

현대자동차가 공정위 출신 사외이사를 7명, 롯데그룹이 3명, 동부그룹이 2명씩 포진하고 있고 CJ, KCC 등 나머지 기업에서 모두 1명씩 공정위 출신 사외이사를 거느리고 있다.

기아자동차 김원준 사외이사는 전 경쟁정책국장 및 사무처장 직무대우, 이동훈 현대글로비스 사외이사는 전 사무처장, 이병주 현대모비스‧효성 사외이사는 전 상임위원, 황정곤 현대BNG스틸 사외이사는 전 부이사관 출신이다.

현대자동차 임영철 사외이사는 전 정책국장, 정호열 현대제철 사외이사는 전 공정위 15대 위원장이다.

주순식 SK C&C 사외이사는 전 상임위원이었고, 강대형 롯데제과·CJ 사외이사는 부위원장 출신이다. 허선 롯데하이마트·현대상선 사외이사는 전 사무처장이었고, 박상용 현대정보기술·동부화재 사외이사는 공정위 전 사무처장을 역임했다.

김상준 현대백화점 사외이사는 전 기업협력국장이었으며 김병배 고려아연 사외이사는 부위원장 출신이다. 권오승 KCC 사외이사는 13대 공정위 위원장 출신이며, 김인호 KT&G 사외이사는 9대 위원장을 역임했다.

김정주 태영건설 사외이사는 전 전자거래보호과장을 역임했으며 김병일 삼천리 사외이사 역시 공정위 부위원장 출신이다.

공정경쟁, 동반성장 등 경제민주화를 위해 힘쓰던 공정위가 관피아 인사들로 인해 퇴색되고 있다.


▲2009~2014년 8월 기준 공정위 재취업자 현황(김상민 의원실, 공정거래위원회)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