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기엔 양이 너무 많아?”‥소비자 폭발, 불매운동 ‘본격화’

[스페셜경제=조경희 기자]동서식품 김석수호가 대장균 재사용으로 ‘파문’이 일고 있다. 검찰이 동서식품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이어 대형마트 3사에서 동서식품 대장균군 포함 시리얼을 판매하지 않기로 하는 등 역대 최악의 위기를 맞는 분위기다.

식품업계에서 최대의 위기는 ‘이물질’ 등이 검출되는 것인데, 동서식품은 대장균이 검출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소독이 됐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적반하장 입장을 취하고 있다. 대장균군(대장균과 비슷한 세균 집합)이 나온 것이지, 대장균은 아니라는 것. 또 일부 매체에는 해명 과정에서 “버리기에는 너무 많은 양”이라고 덧붙여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4일 동서식품의 대장균 검출 시리얼 재사용 추가 정황을 적발하고 유통 및 판매 금지를 내렸다. 하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네티즌들이 다음 포탈에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청원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번지고 있다.


검찰, 충북 진천공장 압수수색‥업무 지시까지 공정에 포함돼
열풍 건조 공정 제대로 거치면 불가능해 vs 재사용 문제없다


동서식품의 ‘아몬드 후레이크’ 대장균 검출 재사용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동서식품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재사용 정황 포착에 이어 조사에 착수된 후에도 ‘당당한’ 입장을 보여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대장균 검출 제품을 재사용한 것도 모자라 ‘살균’ 처리를 하면 다시 사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 공분을 사고 있다.

이에 불매운동이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으며 이 같은 대장균 검출 재사용 논란이 3세 경영을 준비해오던 동서식품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관련업계의 관심 또한 집중되고 있다.


지난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동서식품 진천공장에서 대장균군이 검출된 부적합 제품을 섞어 시리얼 제품인 '포스트 아몬드 후레이크'를 생산한 정황이 발견돼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해당 제품을 압류·폐기하고, 부적합 제품을 다시 사용해 제조·유통된 최종 완제품에 대해 잠정 유통·판매 금지 조치했다. 조사 결과 완제품에서도 대장균이 검출되면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적발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시리얼 제품은 뜨거운 바람으로 건조하는 열풍 건조 공정을 거치는데 제대로 실시했다면 대장균이 죽는다”며 “서부지방검찰청과 공동 조사 중으로 대장균군 검사 결과에 따라 회수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취했다.


검출 사실 알고도 완제품 섞어?

동서식품은 진천공장에서 이 제품을 생산하면서 자체 품질검사를 통해 대장균군(대장균과 비슷한 세균 집합)을 확인하고도 곧바로 폐기하지 않고 오염 제품을 다른 제품들과 섞어 완제품을 만들었다.

동서식품은 대장균군이 검출된 시리얼 유통과 관련 출고 및 유통제한 조치를 취하면서도 “대장균군은 쌀을 포함한 농산물 원료에 일상적으로 존재하는 미생물”이라며 “동서식품은 해당 제품제조 과정 중 품질 검사와 적절한 열처리를 통해 ‘대장균군 음성’으로 판명된 제품만 출고·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열풍 건조 공정을 거치면서 제대로 실시하기만 했다면 대장균이 죽는다는 식약처의 말에도 정면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살균처리 후 재사용했기 때문에 규정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실제 식약처는 “동서식품의 ‘포스트 아몬드 후레이크’가 제조되는 충북 진천공장을 가보니 자체 품질검사를 통해 대장균군을 확인한 제품을 정상 제품 재료와 섞어 사용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심지어 대장균군이 발생된 제품을 새로 만들어지는 시리얼에 10%씩 투입하라는 업무지시까지 공정상에 적시돼 있었다”고 밝혔다.


檢, 충북 진천공장 압수수색

검찰은 대장균 시리얼을 생산한 동서식품 충북 진천 공장을 전격 압수수색 했다. 서울서부지검 부정식품사범합동수사단(단장 이성희)이 14일 압수수색을 벌인 것이다. 동서식품은 커피로 알려져 있지만, 국내 최대 시리얼 제조업체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 2010년에도 생산ㆍ유통ㆍ판매한 ‘모닝플러스 든든한 단호박’에서 대장균이 검출돼 보건당국이 제조정지 등 행정처분하고 회수조치에 나선 바 있다. ‘모닝플러스 든든한 단호박’은 검사 결과 대장균군 양성(기준 음성)으로 부적합해 회수 조치됐다.

당시에도 동서식품은 회수 조치를 받은 것과 유통기한이 다른 제품에도 대장균군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소비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몰래’ 회수하다가 발각돼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모닝플러스 든든한 단호박’에 이어 같은 제조공정을 거쳐 만든 ‘통곡물로 만든 든든한 단호박 후레이크에서 대장균이 검출된 것.

식약처, 대장균군 미검출 발표


21일 식약처는 동서식품이 생산하는 시리얼 제품 18개 전 품목 가운데 139건을 수거 검사한 결과 대장균군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대장균이 검출된 시리얼을 재활용했다 적발돼 유통판매가 금지됐던 시리얼 제품 3개 품목 26건에서도 대장균이 검출되지 않았다.


21일 식품의약품안전처 발표와 관련해 “이번 일로 소비자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것이 제일 죄송하다”며 “소비자들의 불안을 해소시키기 위해 시리얼 4종을 자발적으로 회수·폐기하기로 한 결정은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3사가 동서식품의 시리얼 제품을 판매 중단한 것에 대해서는 식약처 발표가 나온 만큼 유통업체에서 판매 재개에 나설 것으로 기대했다.


동서식품은 지난 17일 자사 홈페이지에 “동서식품을 사랑해 주시는 고객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하고 “고객 여러분들의 불안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기 위해 해당 제품을 금일부터 자발적으로 회수, 폐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동서식품은 10월1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4개 품목의 특정 유통기한 제품에 대해 잠정 유통∙판매 금지를 요청 받아 즉시 조치했다”며 “4개 품목의 해당 유통 기한 제품에 대해 금일부터 회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상제품은 ▲그래놀라 파파야 코코넛(유통기한 2014년 11월 10일) ▲오레오 오즈(유통기한 2014년 11월 6일) ▲그래놀라 크랜베리 아몬드(유통기한 2015년 4월 2일, 2015년 4월 3일) ▲아몬드 후레이크(유통기한 2015년 5월 29일) 등이다.


역풍 맞은 동서식품, 3세 경영 어떻게?


그간 동서그룹은 3세 경영 승계를 본격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동서그룹은 창업주 김재명 명예회장의 장남인 김상헌 고문이 동서를, 차남 김석수 회장이 동서식품을 경영해 왔다.

동서그룹 김상헌 고문은 동서식품이 커피값 인상과 관련 신고가를 경신하던 지난 7월 10여 차례에 걸쳐 40만1904주를 장내 매도했다. 올해 2월 회장직을 내려놓은 김상헌 고문의 지분율은 22.97%에서 22.57%로 줄었다. 하지만 약 6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게 됐다.

또 이 과정에서 김 고문의 장남인 김종희 전무이사가 지난 8월 동서에 재입사 했다. 과거 경영지원부문 상무로 재직했던 김 전무가 1년6개월가량 만에 복귀함으로써 지배구조의 변화가 일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김상헌 고문은 지난 7월 8일, 9일, 15일, 16일, 17일, 18일, 21일, 22일, 23일, 28일, 29일에 걸쳐 지분을 장내 매도했다. 김 고문의 지분율은 22.57%로 일부 감소했지만 최근 2년간 무상증자를 통해 주식수를 대폭 늘린 만큼 경영권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동서는 2년 연속 무상증자를 통해 상장주식수를 3배 이상 늘렸다. 1주 당 배당금은 1350원에서 550원으로 하락했지만 배당 총액은 397억원에서 546억원으로 약 40% 가까이 증가하게 됐다.

특히 김 고문의 장남이 1년 6개월여만에 복귀하면서, 전면적인 경영 승계작업이 시작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김 고문이 경영권 방어에 금이 가지 않는 선에서 주식 매도를 통해 증여세 납부자금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또한 김 전무 또한 무상증자와 배당을 활용해 지분매입 비용을 마련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김 전무는 퇴사 당시 9.34%의 지분율을 9.63%까지 끌어올렸다. 동서는 김상헌 고문을 비롯한 24명의 특수관계인이 지분 67.83%를 가지고 있다. 경영권 방어 등의 문제점에 노출돼 있지 않다.

이에 주가가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던 당시 지분을 매도하면서 경영권에 커다란 변화가 없이 매매차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복귀한 김종희 전무는 김상헌 고문, 김석수 회장에 이어 3번째 최대주주로 동서그룹 내 유력한 경영승계 후보다.


‘일감 몰아주기 논란’→세무조사


동서식품은 지난해 4월 세무조사를 받았는데,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 실시된 일감 몰아주기 및 편법증여에 대한 세무조사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2010년과 2011년 사이 김상헌 회장(현 고문)과 장남 김종의 상무(현 전무이사)의 지분증여 과정, 건설부문 계열사인 성제개발의 내부거래 급증 과정 등을 파헤쳤다.

성제개발은 김 전무를 비롯한 친인척 3명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건설회사로 계열사 건설사업의 대부분을 시공하는 등 해당기간 매출액의 절반 이상을 계열사 일감을 통해 나왔다는 논란에 휩싸인 회사다.

당시 국세청은 고배당을 실시했던 동서식품과 성제개발의 자금흐름도 추적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근 10년간 회장 일가에 3000억원이 넘는 현금배당을 했다.


이와 관련 당시 동서식품은 의혹을 한 차례 부인한 바 있다.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는 성제개발에 대해서도 동서식품은 “성제개발은 2012년 매출 120억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회사”며 “2010년과 2011년 물류센터 건립으로 성제개발이 일시적으로 내부 거래와 매출이 증가한 것은 맞지만 지난해에는 바로 매출이 60억 줄어들고 내부거래 비율도 50% 감소했다”며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소비자들의 신뢰를 저버린 동서식품과 동서그룹. 버리기엔 너무 많은 양이라고 주장하던 동서식품의 땅에 추락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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