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카드뮴 검출‥인근 하천 ‘폐광’ 의혹

[스페셜경제=조경희 기자]지난 2005년부터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던 영풍그룹 석포제련소 토양오염 문제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환경운동연합과 환경안전건강연구소가 석포제련소 주변 내 카드뮴이 4.7㎎/㎏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1992년에 패쇄된 충남 서천군 소재 장항제련소 주변 토양 중금속 수치 3.38㎎/㎏보다 4.3배 높은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한정애 의원은 카드뮴 농도가 기준치 보다 2배 이상 초과됐으며 아연의 경우 무려 6.8배나 초과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인근 야산 나무가 고사되고, 제련소 방류수 배출구와 인근 하천은 폐광지역에서나 볼 수 있는 적화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폭로했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토양으로 인한 지리적 특성 때문이라며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기는 어려워 보인다.

환경운동연합‧환경안전건강연구소, 현장조사 결과 발표
충남 장항제련소 주변 토양 중금속 수치보다 4.3배 높아


영풍그룹 석포제련소에 대한 환경오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2일 환경운동연합(공동대표 이시재)과 환경안전건강연구소(소장 김정수)는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석포제련소 주변 현장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환경운동연합 및 환경안전건강연구소는 지난 8월15일부터 1개월간 영풍 석포제련소 주변 6개 지역에 대해 토양 내 중금속 농도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석포제련소 주변 토양 내 카드뮴은 14.7㎎/㎏이 검출됐다.

이 같은 수치는 1936년 설립돼 1992년에 패쇄된 이후 현재 토양 중금속 오염문제로 오염부지 매입이 진행 중인 충남 서천군 소재 장항제련소 주변 토양 중금속 수치 3.38㎎/㎏보다 4.3배 높은 것이다.

아연의 경우 장항제련소의 최고 농도치인 698.67㎎/㎏보다 2.9배 많은 2052.4㎎/㎏이 검출됐다.

이번 조사 결과 토양환경보전법 기준을 적용할 경우 카드뮴 조사대상지인 석포제련소 주변 6곳 가운데 3곳이 토양오염 우려 기준에 해당된다. 아연의 경우 토양오염 대책 기준에 해당하는 지점은 2곳, 토양오염 우려 기준에 해당하는 지점은 3곳이다.

발암물질인 카드뮴에 노출될 경우 기관지염, 폐기종, 폐렴 등 독감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난다. 또 폐부종, 폐암 및 신장손상, 전립선암, 신장암, 단백뇨, 빈혈, 후각상실, 골다공증, 골연화증 등이 유발된다.

아연에 만성적으로 노출될 경우 빈혈, 간 손상, 신장손상 등의 증상이 뒤따를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는 것이 이들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2012년에도 기준치 초과 검출


이 지역은 지난 2012년에도 납, 비소, 카드뮴 등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된 바 있다. 지난해 1월 경북 봉화군은 “2012년 5월 석포면 일대 7개 지점에서 납, 비소, 카드뮴 등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며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석포제련소 주변 70세 이상 어르신들이 호흡기 장애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건강검진은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청서는 받았으나 실제로 건강 실태 조사는 하지 않은 것이다.

이와 관련 새정치민주연합 한정애 의원은 “영풍 석포제련소에 대한 환경문제가 심각하고 인근 주민의 위해성이 우려되고 있지만 관할 지자체와 환경 당국은 문제점과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지역의 이해관계로 축소되거나 은폐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환경 및 건강조사 이뤄져야


한정애 의원 또한 영풍 석포제련소 환경오염 실태를 확인 후 환경조사와 주민건강조사가 즉시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한정애 의원실은 석포제련소 인근 환경오염 실태 조사를 위해 ‘환경안전연구소’에 의뢰하여 작성한 ‘국정감사 정책보고서(별첨)’에 따르면, 석포제련소 인근의 초등학교 부근의 토양의 카드뮴 농도가 ‘토양오염우려 기준’보다 2배 이상 초과했으며, 아연의 경우 무려 6.8배나 초과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한정애 의원실이 현장을 확인한 결과, 제련소에 주변에 있는 야산의 나무가 고사되고 있었으며, 제련소 방류수 배출구와 인근 하천은 폐광지역에서나 볼 수 있는 적화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고 폭로했다.

실제로 영풍 석포제련소 인근 야산에서는 소나무가 말라 죽어가고 풀이 자라지 않는 등 이상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영풍제련소 1공장과 2공장 주변은 물론 조성 중인 3공장 쪽으로 강을 따라가며 소나무들이 죽어가고 있고 죽은 나무 밑에는 풀도 자라지 않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중국속 오염이 원인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지역은 지난 2012년 7월에 제련소 인근에서 제배된 농작물(대파)에서 카드뮴의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하여 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전량 수거해 폐기처분된 사례가 있는 지역으로 주변 토양의 중금속 오염이 심각한 상황으로 알려져 있다.

한정애 의원은 “봉화군 석포면 석포리에 대한 환경부에 적극적인 지도감독이 필요하고, 해당지역에 대한‘환경조사’와 ‘주민건강조사’가 이루어 져야 한다”고 지적하며, “환경부 종합국감 전까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실태조사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한정애 의원, “야산 나무 고사, 인근 하천 적화현상 지속”
석포제련소, “석포면 토양으로 인한 지리적 특성” 반박해


석포제련소, “환경적 특성” 반박


논란이 지속되자 영풍 석포제련소(대표 김명수)는 “이같은 오염은 석포면의 지리적 특성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석포제련소측은 5일 보도자료를 통해 “석포제련소가 위치한 석포면 일대는 (지하에) 아연이 매장돼 있어 아연과 카드뮴 등 자연속 중금속 농도가 높게 분포돼 있는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일부 지점에서 중금속 농도가 높게 나타난 것은 석포면의 토양 특성으로 인한 것일 뿐 석포제련소로 인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석포제련소측은 이어 “2005년 일부 주민들이 석포제련소로 인해 토양이 오염됐다고 소송을 제기했다”며 “하지만 제련소 주변으로부터 11㎞ 떨어진 곳의 아연 등 중금속 농도가 공장 주변 2㎞의 농도보다 오히려 높게 나타나 소송이 기각된 바 있다”고 해명했다.


‘환경’ vs ‘생존권’ 마을 간 분쟁


나무가 죽고 풀이 자라지 않으며 토사가 쏟아져 내리자 마을 주민들은 영풍제련소가 내뿜는 연기에서 나오는 중금속이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영풍제련소가 광물에서 아연 등을 추출하기 위해 제련하는 과정에서 많은 양의 황산을 쓰고 있고 연기를 통해 카드뮴 등의 중금속이 뿜어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오폐수가 흘러나오면서 낙동강 상류도 오염되고 있다는 것이 마을 주민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영풍제련소로 출근하는 지역 주민들이 많기 때문에 환경문제와 생존권을 두고 주민 간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봉화군 영풍제련소 하류의 농민들을 중심으로 지난 8월 ‘영풍제련소 3공장 증설저지 봉화군 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이들은 토양조사를 실시해 나무가 죽은 이유 등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하고 3공장 증설 이전에 1, 2공장의 현대화를 통해 오염물질 배출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영풍제철소와 가까이 있는 석포면 일대의 주민들은 ‘석포발전협의회’를 중심으로 대책위를 구성하고 지난 9월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석포면의 주민 70~80%가 영풍제련소 때문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우리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외부에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환경문제를 제기하면서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오염 문제가 주민들의 생존권 문제와 연결되면서 주민 간에도 이견과 갈등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경북도의원이 지역주민을 상대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검찰에 고소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경북도 ㄱ의원은 지역 내 석포번영회장과 석포현안대책위원장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소했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판정을 내리는 일이 발생했다.

해당 의원이 석포제련소에 대한 환경오염 규제 강화를 주장하면서 토양 검서가 주민건강검진 등을 추진하자고 주장한데 대해 이들 지역 주민들이 반대 현수막을 내건 것이다. 지역 주민들은 “개인적인 감정으로 영풍석포제련소에 대해 화경오염 규제를 주장하고 주민 의견 수렴 없이 독단적으로 추진하고 불안을 조장해 현수막을 내걸었다”고 밝혔다.

해당 의원은 마을 이장들의 의견을 수렴해 일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지역 주민 간의 골도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스페셜경제>는 여러 차례 영풍그룹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광산물을 제련해 아연과 황산, 카드뮴을 제조하는 영풍 석포제련소를 둘러싸고 환경 문제가 생존권 문제와 맞물리면서 은폐, 축소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영풍그룹의 진정성 있는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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