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개인비리…안으로 해당 직원 구하기 ‘안간힘’


▲ 동부건설 이순병 대표(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최근 동부건설 임직원들이 협력업체에 뇌물을 요구하는 ‘갑질’을 자행한데 이어 공무원들에게 전 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이 경찰 수사에서 드러나 도마에 올라있다. 그러나 동부건설은 자신들과는 관계없는 개인적인 비리라 해명하며 선을 긋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동부건설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동부건설의 갑질과 공무원 로비 의혹 내막에 대해 추적해봤다.


개인적인 사욕에 비리 저질러?‥회사측 ‘우린 모른다’
미 정산 공사비 요구 하자‥오히려 형사고소 ‘적반하장’


“그동안 동부건설은 우월한 지위를 악용해 불법수주, 뇌물 요구, 비자금 조성, 부실공사 등 자신들의 과실과 과오를 은폐하고자 대표이사부터 담당직원에게까지 협력업체에 대한 조직적인 보복조치를 했다. 서울 강동경찰서의 이번 수사결과는 동부건설이 지금껏 은폐하려했던 불법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참 다 못한, ‘을의 반란’


이는 <스페셜경제>가 만난 동부건설 협력업체 대표이사의 얘기다. 이 대표이사의 말처럼 실제로 지난 18일 서울 강동경찰서는 공무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하거나 협력업체에 뇌물을 요구한 혐의 등으로 동부건설 관계자 2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또한 강동경찰서는 이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고 편의를 제공한 혐의로 지차체 공무원 13명을 적발해 입건했다.


<본지>는 ‘위기의 동부건설 이순병號, 협력업체 ‘갑질’에 공무원 뇌물 스캔들까지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이를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보도에서 동부건설은 “회사차원이 아니라 개인비리”라 해명하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당시 기사에서 밝혔듯이 협력업체에 갑질을 자행해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는 개인비리로 볼 수 있으나 공무원에게 로비를 벌인 정황까지 개인비리로 선을 긋는 모습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었다.


이에 <본지>는 이 사건의 자세한 내용을 알고자 동부건설의 갑질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는 협력업체 대표 김모 씨를 만나 자세한 내막을 들어봤다.


동부건설 협력업체 대표 김 씨는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동부건설이 자행한 금번 용산구청 뇌물 사건은 서울 동자동에 위치한 아스테리움과 관련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아스테리움 시공 당시 용산구청의 묵인 하에 동부건설은 공사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무리한 골조공사를 진행하였다. 이로 인해 전체적인 골조가 내려앉음과 세대가 배치되어 있는 바닥 슬라브가 최대 약 200mm가 내려앉는 등 3개동 총 97개 층 중 88개 층의 골조가 내려앉았고 슬라브 처짐이라는 치명적인 부실공사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부건설은 이를 서둘러 봉합하기 위해 당시 현장 감리 묵인 하에 간섭되는 철근이 포함된 보를 절단하였고 2011년 12월부터 저희와 같은 후속 공정에 해당하는 협력업체에게 재시공 내지 수정공사를 지시하면서 이와 같은 사실을 은폐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시공이 진행되던 2012년 10월경까지 동부건설은 추가공사에 대한 공사비 지급을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지연했다”고 밝혔다.


이후 김 대표는 추가공사에 대한 공사비 지급을 동부건설에 계속 요청했으나 동부건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으며 2013년 7월 동부건설은 협력업체인 김 대표에게 오히려 계약 해지 통보를 했다는 것이다.


이에 김 대표는 더 이상 동부건설이 추가공사비 뿐만 아니라 앞서 받지 못한 미정산 공사비 등에 대한 지급의사가 없음을 판단하고 지난해 11월 국회 을지로위원회에 진정을 넣었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을지로위원회에 진정을 넣자 동부건설은 오히려 지난해 12월 나를 배임 증재 혐의로 형사고소 했다”며 오히려 자신이 범죄자 취급을 받은 것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했다.


사건의 내막


김 대표는 이때부터 동부건설의 파렴치한 짓을 세상에 알리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본지>는 김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동부건설의 갑질과 공무원 로비’사건 내막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Q : 원청인 동부건설이 추가공사비 및 미정산 공사비를 요청한 김 대표를 고소한 이유는?


A : 동부건설이 매출비중 85%에 달할 만큼 내 회사는 동부건설과 전속관계에 있었다. 당시 동부건설 건축사업부 기전팀장 서모 씨 등 동부건설 관계자들은 이를 악용해 주기적으로 협력업체 대표인 나에게 발전기금이라는 명목 아래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도록 압박했다. 내 입장에서는 요구하는 것을 제공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그러나 동부건설은 끊임없이 금품을 제공받기를 원하면서도 나에게 지급해야할 미정산 공사비 등은 시간을 지연시키며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을지로위원회에 진정을 넣자 동부건설은 일이 확대될 것을 우려해 자신들의 치부를 숨기고자 발전기금 등에 관련된 서모 부장 및 김 현장소장, 나에게 돈을 받아 서 부장에 전달한 조모 과장 등을 해고하면서 협력업체와 유착한 개인비리로 몰고 가면서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공사를 따내기 위해 내가 이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것처럼 꾸며 배임증재 혐의로 나를 형사 고소한 것이다.


Q : 김 대표의 말이 사실이라면 굉장히 억울할 것 같은데, 현재 경찰수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A : 이미 언론에서 밝혀졌듯이 이와 관련된 동부건설 관계자들과 공무원들에 대해서 경찰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동부건설이 나를 형사 고소했음에도 나에게 현재 어떠한 처분도 내려지지 않았다. 나는 동부건설에게 갈취를 당한 것이지 내가 이득을 보기 위해서 그들에게 금품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을 경찰 조사에서 명백히 밝혔다.


Q : 그럼 동부건설 관계자들과 공무원들의 유착관계는 어떻게 알려지게 됐나?


A : 내가 을지로위원회에 진정을 넣은 이후 지난 2월 을지로위원회에서 열린 “건설하도급에 대한 피해사례” 발표 시 사전 배포한 보도 자료를 근거로 경찰청 범죄정보과에서 동부건설에 대한 수사기획서가 채택됐다. 채택된 수사기획 안건 중 ‘하도급업체에 대한 갈취’와 ‘동자 4구역에 대한 부실공사(서울 아스테리움)’는 경찰청이 강동경찰서에 수사를 지시하여 강동경찰서에서 수사가 진행됐다.


지난 3월부터 최근 수사결과 발표 시까지 강동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에서 동부건설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 수사 중 동부건설 관계자들이 협력업체에게 발전기금 명목으로 금품을 뜯어내고 이를 용산구청 공무원에게 편의를 제공받고자 뇌물을 제공한 혐의가 밝혀진 것이다.


Q : 현재 동자동 아스테리움 부실공사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A : 현재 강동경찰서에서 이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다. 또한 아스테리움 입주자들은 동부건설의 부실공사에 대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였다. 비대위는 용산구청으로부터 불법시공이 이루어졌음을 확인하고 골조부실에 대해 용산구청 주관 하에 구조진단을 진행하고 있다.



▲ 동자동 아스테리움 비대위가 강동경찰서에 보낸 협조공문(스페셜경제)


Q : 동부건설 관계자들과 용산구청 공무원들과의 유착관계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A : 동부건설은 힘의 우위에서 일방적으로 하청업체를 갈취하였고 갈취한 금품으로 개인적 용도는 물론 동자동 아스테리움 인허가 변경과 하자에 대한 축소 및 준공 검사에 대한 편의를 위하여 공무원과 감리에 뇌물을 제공한 혐의가 이미 경찰조사에서 드러났다.


또한 동부건설은 강원도 개발공사에서 수주한 알펜시아 현장에서도 불법수주를 위해 협력업체로부터 금품을 갈취한 혐의에 대하여 추가적인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 동부건설 협력업체 갈취내역(스페셜경제)


직접 고소한 임직원 되레‥사측 탄원서 제출<왜>
‘갑질 횡포’에 참다못한…하청업체 전방위 폭로전


Q : 일전에 이와 관련해 <본지>가 동부건설에 취재 요청을 한 적이 있다. 당시 동부건설 관계자는 개인비리라고 일축하며 동부건설과는 관련이 없다고 했는데, 사실인가?


A : 개인비리라면 협력업체에게 갈취한 발전기금으로 왜 공무원에게 인허가 변경을 위해 로비를 했겠나? 개인비리라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을 것이다. 또한 협력업체에게 갈취를 자행한 서모 부장에게 동부건설은 자신들이 직접 형사 고소를 하면서 개인비리로 몰고 가려고 했다.


그러나 강동경찰서에서 서 부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대표이사 이순병의 인감증명서 원본을 첨부하면서까지 서 부장의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해 구속영장을 기각시켰다.


동부건설은 자신들이 직접 고소를 한 임직원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이를 막기 위해 재빨리 탄원서를 제출한 것이다. 동부건설 입장에서는 서 부장이 개인비리가 아니라며 진실을 말할까 두렵기 때문이다.


‘갑의 입장’


이에 대해 동부건설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전화 통화에서 “서모 부장이 잘못을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동부건설에서 몇 십년동안 근무한 사람인데 구속영장에 대한 탄원서는 관례상 제출한 것 뿐”이라고 항변했다.


이어 “서모 부장은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전직 임직원으로써 구속이 아닌 불구속으로 진행하길 원했다”며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일반 기업들도 관례상 그렇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관계자는 협력업체 김 대표의 주장에 대해 “협력업체가 주장하는 것은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 일축하며 자신들도 억울한 입장임을 강조했다.


증폭되는 의혹과 분통


이와 관련해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협력업체에 갑질을 자행해 회사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힌 직원에 대해 굳이 탄원서까지 제출하며 구속영장을 기각시킨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라며 “이는 서모 부장에게 모든 것을 덮어 쓰게 한 뒤 나중에 이에 대한 보상을 하기로 조율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하지만 생각지도 않게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동부건설 측은 이를 무마하기 위해 부랴부랴 탄원서를 제출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의구심을 내비쳤다.


김 대표 또한 이에 대해 “서모 부장의 경우 동부건설에서 해임된 이후 회사를 설립했다”면서 “직접적인 연관은 없으나 동부건설이 서모 부장이 설립한 회사에 우회에서 일부 일감을 밀어준 의혹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해 이에 대한 의혹을 더욱 증폭시켰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이와 같이 동부건설은 협력업체에 대한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불법과 치부만을 숨기기 위하여 대표이사의 직접적인 지시 하에 위장고소 등을 서슴지 않고 자행하는 파렴치한 기업집단”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이 사건과 관련해 동부건설 관계자들 및 공무원들 일부는 경찰 기소의견으로 사건이 검찰에 송치되었고 강동경찰서는 동자동 아스테리움 부실공사에 대해 현재 수사를 이어나가고 있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하도급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로 동부건설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동부건설 협력업체와 민변, 참여연대가 지난 6월 하도급거래 위반 혐의로 동부건설을 조사해 달라는 신고가 들어와 현재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 동부건설 협력업체와 민변, 참여연대가 공정위에 제출한 신고서(스페셜경제)


동부건설에 대해 경찰과 검찰, 공정위까지 나서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앞으로 이에 대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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