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사장 먹튀…세금탈루 의혹에 사업지연까지

▲인천국제공항공사.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지난 3월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이끌던 정창수 사장이 전격 사임했다. 정 전 사장은 6.4지방선거 강원도지사에 출마하면서 사장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사장 공백상태는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채워지지 않고 있어 경영 파행이 불가피한 상태다. 여기에 정 전 사장은 임기 9개월 남짓 동안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 짧은 기간 분란만 조성했다는 ‘먹튀’ 논란까지 일고 있다.


사장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공항 내 상업시설의 신규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 등이 수개월째 지연되고 있고 사업기한이 끝난 매장은 물론 내년 초까지 줄줄이 계약기간이 종료되는 면세점부터 환전소까지 입찰 없이 사업 연장을 운영해야 할 지경에 놓였다.


또한 최근 국감자료에 따르면 공사는 국세청으로부터 2000억원대의 세무조사 추징금을 당해 공공기관이 거액의 세금을 추징당했다는 비난까지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세계최고공항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대한민국의 출입문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살펴봤다.


지난 3월 정창수 전 사장이 강원도지사 출마를 위해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의 자리에서 퇴임했다. 취임한지 9개월 만에 사장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다. 취임당시 관피아 논란까지 빚었던 인사라 그의 퇴임은 인천공항공사로선 더욱 치명타였다.


공항공사는 차기 사장을 물색했지만 정부의 미온적인 입장에 낙하산 논란까지 받으면서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차기 수장이 정해지지 못한 상태로 이어오고 있다.


9개월간 억대 연봉…‘어떻게’


하지만 정 전 사장은 9개월간의 임기동안 억대연봉을 챙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근 먹튀 논란을 빚고 있다. 지난달 2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 의원이 공사의 경영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정 전 사장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3월 재임시절 동안 총 1억2422만720원을 받았다. 이는 지난해 기본연봉 6977만5333원에 올해 기본급 2077만6770원, 경영평가성과급 3366만8320원 등이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강 의원은 9개월 간의 취임기간 동안 억대연봉과 성과급까지 챙긴 정 전 사장의 행위에 대해 ‘먹튀’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정창수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여기에 재임기간 동안 실적도 좋지 않았다. 지난 2012년 당기순이익(연결재무재표) 규모가 2011년 3390억7500만원에 비해 55.0%가 증가한 5256억9400만원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정 전 사장 재임기간 동안 당기순이익은 2012년보다 10.2% 감소했다고 강 의원은 설명했다.


강 의원은 “정 전 사장은 경선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거액의 연봉을 챙긴 뒤 나몰라라식으로 주요 공기업 사장자리를 그만둔 것은 고위공무원 출신의 관피아 출신이 공기업 경영을 망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정 사장이 공항공사에 대한 애착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공기업 수장으로서 자신의 선거를 위해 9개월만에 사장 자리를 박차고 선거에 뛰어든 것은 도덕적으로 비난 받을 일이다”고 말했다. 정 전 사장은 지난 MB정부 시절 국토해양부 기획조정실장, 제1차관 등을 역임했다.


2000억원 세금 ‘탈루’(?)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최근 2008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2000억원이 넘는 거액의 세금을 추징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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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의원이 인천국제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08년 이후 두 차례에 걸친 국세청 정기세무조사에서 법인세, 부가세 등 2288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지난 2008년 정기 세무조사에서 법인세 697억원, 부가세 371억원 등 15건에 1068억원을 추징당했다. 하지만 불과 5년 만에 또 다시 지난해 1220억원을 추징당했다.


지난해 추징분을 살펴보면 상업시설 사용료 379억원에 감가상각 내용연수 203억원 등 총 26건에 달한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 2008년 과세분에 대해 과세적부심 절차를 통해 562억원을 감액 받고 506억원에 대해서만 납부했다. 이후 조세불복절차를 진행해 102억원을 추가로 돌려받고 372억원에 대한 행정소송을 현재 진행중이다.


또한 지난해 추징액 1220억원 중 1190억원에 대해 추징이 부당하다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신청해 현재 심리가 진행중이다.


만약 세무당국이 인천국제공항의 손을 들어준다면 2008년 32억원, 2013년 30억원의 탈루를 인정한 셈이된다. 주목되는 것은 모두 초기정부에서 대대적인 세무조사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세무당국인 국세청과 공기업인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조세당국의 결정에 따라 무리한 과세행정인지 대형 공기업의 거액의 탈세인지가 결정나는 셈이다.


강 의원은 “추징세액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것은 이유를 막론하고 공기업의 투명성이 크게 훼손됐다는 의미”라면서 “세무당국도 조세불복과정에서 과세철회를 했으면서 왜 5년 만에 천문학적인 세금을 추징하게 되었는지 배경과 사유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해 1인당 평균연봉 8600만원을 기록, 국토부 산하 22개 공공기관 중 1위에 올랐다. 또 기관장 성과금은 1억8800만원으로 2위를, 임직원 성과급은 1인당 2100만원으로 1위를 기록했다.


사장님 언제오시나…‘한숨만’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최근 사장 부재로 인해 상업시설에 대한 입찰에 차질을 빚고 있다. 환전소와 식음료 매장은 이미 사업기간이 끝나 내달까지 임시로 계약을 연장했다 면세점은 내년 2월말 계약기간이 종료된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환전소와 식음료 매장은 지난 3월에, 면세점은 6월에 신규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가 시작됐어야 한다. 최고경영자가 공석인 가운데 입찰가격만 1조원에 달하는 대형 사업권을 결정하기에 난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후보자가 4명으로 압축됐다. 국토교통부와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공항공사 임원추천위원회는 지난 24일 후보자 면접을 실시해 4명을 최종 선정했다.


후보자는 국토부 출신인 이영근 전 인천공항공사 부사장, 박완수 전 창원시장, 최주현 전 삼성에버랜드 사장, 윤영두 전 아시아나항공 사장으로 전해졌다. 공사 사장은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거쳐 청와대가 최종 확정하며 다음달 중순께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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