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이상 경비원에게‥국민연금 빙자 ‘횡령?’

[스페셜경제=조경희 기자]최근 배우 김부선씨가 아파트 관리비 문제로 폭행 시비에 둘러싸이면서 아파트 관리비 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겨울 난방비가 0원인 세대가 300세대 이상 발견되면서 아파트 관리비의 허점이 대량 발견되고 있는 것.

아파트 관리비는 엘리베이터 사용료, 난방비, 온수비, 아파트 경비비 등이 포함되는 데 특정한 기준이 없이 아파트 관리 시설을 담당하는 관리사무소에서 일괄 책정해 고지하는 형태를 따른다.

아파트 관리비 관련 사회문제가 지속되자 결국 정부가 나서서 비리 신고센터를 설치키로 한 가운데, 부영그룹에서 시공한 순창 10차 아파트가 분양 전환을 추진하면서 60세 이상의 아파트 경비들에게 국민연금 명목의 인건비가 따로 책정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입주자 대표, 분양 전환하면서 서류 검토 하다 발견
아파트 관리비 논란 지속‥전국 부영아파트 확산되나


임대아파트 사업자인 부영그룹(회장 이중근)을 상대로 주민들이 제기한 분양전환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법원이 잇따라 주민들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 최근 창원 장유 지방에서도 1300여명이 제기한 소송에서 부영그룹이 패한 가운데, 이번에는 임대주택에서 분양을 전환하면서 관리비 관련 논란이 일어 충격을 주고 있다.

법률에 따라 분양전환 가격을 산정하면서 주민 청구금액 이상으로 부영그룹이 부당이득금을 부과했다는 재판부의 해석이 일고 있는 가운데, 아파트 관리비 논란이 일면서 이러한 논란이 부영그룹 임대아파트 거주자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 어떠한 결과를 가져다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


국민연금 명목의 인건비 횡령?


최근 부영 순천10차 아파트는 분양을 전환하면서 아파트관리 업체가 수년 동안 국민연금 가입이 불가능한 60대 이상의 고령 임대아파트 경비원들로부터 국민연금 명목의 인건비를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 경찰은 순천 지역 부영 10차 임대아파트 관리를 맡은 모 경비용역 회사가 용역 계약을 체결하면서 60대 이상의 경비원의 인건비에 국민연금 명목을 포함해 이를 횡령해왔다는 첩보를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전남 순천 부영아파트 10차 관리사무소는 아파트 관리비를 징수할 때 마다 경비원 복리후생비에 국민연금 명목으로 1인당 월 5~6만원씩 포함시켜 왔다.

하지만 국민연금 가입 대상은 만60세로, 해당 경비원들의 대부분이 만60세 이상을 넘긴 고령자라는 점에서 사실상 돈을 착복해왔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또 이 같은 사실은 부영 10차 아파트가 분양 전환을 하면서 입주자 대표들이 서류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는 것.


대다수 경비업체의 관행 주장


<노컷뉴스>에 따르면 해당 경비용역업체 H사는 “아파트 관리업체가 경비원들에게 국민연금 사용부담금을 지출하지 않았어도, 입주자대표회의는 관리업체에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민사판례를 근거로 제시하며 “전국에 있는 대다수의 경비업체들이 이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부영 10차 입주자대표회사는 “임대아파트는 입주민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임대 사업자 주도 하 경비용역 계약이 체결되기 때문에 계약이 성사되는 일반 아파트와는 다르다”고 맞서고 있다.

반면 2014년 1월 1일부터 부영 순천10차 아파트 관리비 용역을 맡은 K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우리 입장에서)할 말은 없다. 다만 관리비 계약을 맺게 되면 해당 직원들에게 4대 보험을 적용하게 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나이가 가입 보험자에 해당되지 않을 경우 수령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파트관리비 비리 책임은 누구


일반적으로 아파트 시공사는 아파트 분양 후 아파트관리 용역계약을 따로 체결하지 않는다. 수지 타산이 맞지 않을뿐더러 자칫 비리의 온상으로 찍힐 수 있다. 또 대부분의 권한이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에 집중돼 있다.

H건설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건설사는 대부분 아파트 시공 후 분양이 시작되면 빠진다. 입주자들이 모여 회의를 통해 선정하는 경우가 많다. 건설사들이 이런 일까지 담당할 여력이 없을뿐더러 자칫 비리, 이권개입 등 오해의 소지가 있어 사실상 아파트관리, 아파트 용역업체 추천 등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아파트 시공사가 사실상 설 자리가 없다는 뜻이다. 대신 아파트 관리비는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공사금액을 부풀려 신청해 지자체로부터 보조금을 받거나 부녀회장 등이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도 한다. 비리도 대부분 공사업체 선정 권한이 집중돼 있는 입주자 대표회장, 동대표, 아파트 관리소장, 직원 등으로 구분된다.

최근 논란이 됐던 배우 김부선씨 역시 아파트 관리소장 및 부녀회장 등과 다툼이 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영그룹, 조용한 이유?


하지만 부영그룹측은 이에 대해 사실상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부영그룹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다른 매체의 보도에 대해서도 “해당 용역업체에서 제기한 일이며 부영그룹에서는 경위를 자세히 모른다”고 답변하고 있다. 명확한 선 긋기 대신 ‘모르쇠’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찰은 해당 업체가 순천시 관내 부영아파트 1차~12차 전체와 용역 계약을 맺고 있어 업체 소속 만60세 이상 경비원이 순천에만 80여 명에 달하고 광양까지 포함하면 2백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전국적으로 부영 임대아파트가 수만 세대에 달하고 같은 방식의 관리비 지출이 수년 동안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면 상당한 금액일 것으로 추정돼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파장이 커지는 것은 아닌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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