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가치로 충분하다” 전망 우세...자금력 충분, 장기적 안목으로 봐야

[스페셜경제=유기준 기자]지난 18일 현대차 그룹이 강남 한복판의 핫플레이스인 서울 삼성동 한국 전력 부지를 둘러싼 전쟁에서 승리하며 미소를 지었다.


낙찰가는 10조5천500억 원이다. 이날 현대차와 삼성전자의 주가는 둘다 하락세를 나타냈다. '승자의 기쁨'을 누리는 현대차는 많은 이들이 상상치 못한 낙찰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그러나 '이긴 자' 현대차는 미래의 가치를 생각하며 미소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낙찰가 10조5천500억원의 가치는?


낙찰가는 현대차의 베스트셀링 모델인 쏘나타를 기준으로 보면 2014년형 쏘나타 2.4 GDI 최고급형 트림인 익스클루시브(2천990만원)를 35만2천843대를 팔아야 충당할 수 있는 돈이다.


이 낙찰가는 평균 연봉 9천400만원(2013년 기준)을 받는 현대차 임직원 6만3천99명의 약 2년치 총 급여와 같은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부동산 시장과 비교 한다면, 전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로 꼽힌 서울 강남구 청담동 마크힐스 전용면적 193㎡(65억원)를 1천623가구를 구입 가능하다.


특히 부지를 두고 격돌한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의 지분(6조1천996억원)을 모두 사들이고도 돈이 남아 삼성생명 지분(4조5천879억원)까지 넘볼 수 있는 금액이다.


◆현대차, 자금 여력 충분


서울 강남의 금싸라기 땅 한전부지를 낙찰받은 현대자동차그룹 3개사의 현재 현금 동원능력은 30조원에 이른다.


이날 CEO스코어에 따르면 한전부지 인수에 참여한 현대차그룹내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3개사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만기 1년 미만의 단기금융상품은 6월말 현재 개별 재무제표 기준으로 총 29조4천856억원이다.


현대차가 현금 및 현금성자산 6천788억원, 단기금융상품 16조9천769억원 등 17조6천558억원을 보유하고 있고 기아차 5조7천276억원, 현대모비스 6조1천22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 6월말 24조3천61억원에 비해 21.3% 늘어난 액수라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수전을 위해 현금 비축량을 늘려온 것으로 판단된다.


이 정도라면 현대차그룹은 계약일로부터 1년 이내에 내기로 돼 있는 한전부지 인수대금을 거뜬히 치를 수 있으며, 조기에 대금을 다 치르고 소유권 이전에 서두를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 관계자는 "그룹의 현금 유동성으로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부지 매입 비용을 제외한 건립비 및 제반비용도 30여개 입주 예정 계열사가 8년간 순차 분산 투자할 예정이어서 사별 부담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 ‘승자의 저주’ 우려 뒤로, “미래 가치로 충분하다” 전망 우세


이날 오후 서울 양재동 현대차 사옥은 강남 마지막 노른자 땅을 낙찰 받은 후 기쁨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긴장감을 유지했다.


현대차는 오전 10시 30분에 한전 부지의 새 주인으로 결정됐다. 그러나 낙찰 직후 한전의 예정가가 감정가와 동일했으며, 낙찰가격이 무려 시중 예상보다 2배 이상 높은 10조원을 넘는 것으로 발표되면서 낙찰 액수가 적절했는지에 대해 논란이 일어났다.


이에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인수전 실무를 맡았던 관계자들이 비상 소집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차가 한전부지 인수 금액으로 써낸 10조5,000억원은 '단군 이래 최대 건설'이라 불렸던 용산 역세권 개발 때 삼성물산 컨소시엄이 써냈던 8조원 보다 더 많은 액수"라며 "경쟁 상대인 삼성전자 입찰 움직임에 대한 파악과 대응에 잘못이 있었는지 따져보기 위해 긴급 회의가 소집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입찰과 관련해 실무진에 대한 인사 조치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설도 떠돌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대차는 서초동에 사옥을 마련한 삼성과 다르게 한전부지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일종 설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현대는 2007년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입찰 때 당시 삼성물산 컨소시엄이 감정가(3조8,000억원)의 2배가 넘는 8조원을 써내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물러나야 했던 아픈 기억도 남아 있다”며 “이번에는 한전부지 낙찰 경쟁에서 삼성을 이겼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통합 사옥터가 절실한 현대차로서는 애초부터 감정가가 큰 의미가 없었던 셈”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자금여력으로 볼 때 결코 무리한 투자가 아니며, 개발 후 되파는 목적이 아니라 현대차의 미래를 담을 사옥을 지으려는 투자이기 때문에 '승자의 저주' 운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 이 관계자는 "부지 매입 비용을 뺀 나머지 건립비용 등은 30여 개 입주 예정 계열사가 8년 동안 순차적으로 분산 투자할 예정이어서 각 사별로 부담도 크지 않다"면서 "지난 10년 동안 강남지역 부동산 가격 상승률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등 외부 변수에도 연평균 9%에 달했기 때문에 10∼20년 뒤를 감안 할 때 미래가치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특히 현대차 측은 지금까지 그룹 통합 사옥이 없어서 계열사들이 부담하는 임대료가 연간 2,400억원 이상이기 때문에 통합 사옥이 생기면 연리 3%를 적용했을 때 약 8조원의 재산 가치가 발생한다고 전했다.


정몽구 회장의 뚝심


또 정몽구 회장은 “지금까지 주변의 반대와 우려를 무릅쓰고 밀어붙였던 기아차나 현대건설 인수처럼 조 단위 대형 투자 중 성공했던 사례들이 있다”면서 “이번 투자도 당장의 비용으로 평가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6일까지 한전과 본 계약을 맺을 계획이며 매입금액은 계약 맺은 날부터 1년 안에 4개월 단위로 3회 나눠서 낼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번 입찰에서 뒤로 물러나야 하는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아쉽다"고 말하며 기분을 표현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한전 부지 인수에 성공할 경우,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인프라와 대규모 상업시설 및 문화공간이 결합된 'ICT 허브' 개발 계획을 세웠던 것.


일각에서는 “실탄을 아낀 만큼 신성장동력 발굴, 육성이나 스마트폰 및 반도체 등 주력 분야에서 차세대 제품 개발에 힘을 쏟을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는 점에서 차라리 잘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이날 삼성전자의 주가도 전날보다 1.31% 떨어지긴 했지만 ‘이긴 자’ 현대차그룹 주에 비하면 '선방'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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