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매각도 불발…묘수 찾기 ‘고심’

▲ KDB생명 홈페이지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지난 5일 KDB생명(대표 조재홍)매각이 또다시 불발됐다. 지난 7월에 이어 벌써 두 번째다. 이번 매각 불발도 앞전과 마찬가지로 매각가격과 인수 희망가격 견해 차이 때문이다. 가격차이가 너무 커 인수 주체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올해 안으로 KDB생명 매각은 어려울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 장기전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로 인해 KDB생명은 산업은행의 계륵으로 전락해 버린 꼴이 됐다.


산업은행VS인수주체측, 가격 견해 차이 ‘극심’
KDB대우증권 한데 묶어 패키지 매각설 ‘부인’


산업은행이 매각을 시도했던 KDB생명은 사모펀드를 통해 산업은행이 인수했고 2010년 현재의 KDB생명(옛 금호생명)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KDB금융그룹 홍기택 회장은 지난해 취임하면서 정책금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자회사를 매각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로 인해 산업은행은 올해 초부터 KDB생명을 매각할 계획을 세웠다.


순탄치 않은 매각


또한 사모펀드 KDB칸서스밸류의 운용기간이 내년 3월에 만료되는 시점이며 금융당국의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려는 방침과 함께 장기로 가져갈 경우 저금리 구조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는 등 복합적인 문제로 인해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어 시간을 지체하게 되면 기업가치 개선이 쉽지 않아 제값을 받고 매각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산업은행 입장에서 올해가 KDB생명을 매각할 알맞은 시기라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KDB생명의 매각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 지난 4월 산업은행은 KDB생명을 매각한다는 공고를 내고 본격적으로 인수자를 찾아 나섰다. 이후 5월 예비입찰에 DGB금융그룹(대구은행)과 중국 민간 기업 푸싱(復星·Fosun)그룹, 국내외 사모펀드 2곳 이상이 참여했다.


그러나 푸싱그룹과 사모펀드 등은 진지하게 KDB생명 인수를 검토했으나 인수를 포기했다. 이로 인해 DGB금융만 KDB생명 인수에 단독으로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지난 7월 14일 KDB생명의 매각은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당시 KDB생명 매각 무산은 산업은행과 DGB금융 간에 매각 대금에 대한 견해 차이였다. 산업은행은 DGB금융이 제시한 입찰가격이 예상 가격에 미치지 못하자 KDB생명 매각을 유찰 처리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당시 <본지>는 ‘산은 홍기택 회장의 계륵으로 전락한 KDB생명’ 이라는 제하에서 이를 보도한바 있다.


이어 산업은행은 KDB생명을 또다시 재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지난 11일 투자은행(IB, investment bank, 자금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과 투자주체를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주로 하는 회사)업계에 따르면 KDB생명 매각주관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지난 5일 예비입찰에 참여한 국내 소형 사모펀드(PEF) 한 곳을 인수후보로 인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에 KDB생명의 매각은 또다시 무산됐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관계자는 “PEF에서 인수 의향을 표시했으나 재무적 투자자(LP) 구성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달 29일 국내 사모펀드 한 곳도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바 있으나 자금여력과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자 매각주관사에서 난색을 표명했고 사모펀드 역시 인수 의사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KDB생명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원인은 매각하는 산업은행과 인수주체의 가격 견해 차이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0년 칸서스자산운용과 함께 65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KDB생명을 인수했다.


유상증자 등을 통해 지금까지 KDB생명에 투입된 자금은 인수대금을 포함한 8500억 원으로 알려져 있다. 산업은행은 경영권 프리미엄과 투자 이익을 뽑아내기 위해서는 7000억~1조 원 이상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KDB생명은 지난해 9월말 기준 건전성 지표를 나타내는 지급여력비율(RPC)이 173.4%로 금융당국의 권고수치인 200%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KDB생명은 800억~1000억 원 가량의 후순위채를 발행해 금융당국의 권고수준에 부합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참여자가 부족해 290억 원 가량밖에 발행하지 못해 올해 4월말 기준 지급여력비율은 167.7%로 더 하락한 상태이다.


이처럼 금융당국에 건전성 권고수치 조차 부합하지 못하는 상태인데 인수주체 측에서는 선뜻 큰 자금을 들여 KDB생명을 인수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관련업계에서는 KDB생명의 적정 인수 가격을 2500억~3000억 대로 책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산업은행 관계자는 “회사 제고를 높인 후 시장 여건이 좋아지면 재매각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매력적으로 평가받는 ‘패키지 딜’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이 KDB생명 매각과 관련해 KDB대우증권과 한데 묶어 패키지 형식으로 매각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이는 우리금융의 패키지 매각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인데 우리금융은 우리투자증권 패키지(우리투자증권+우리금융저축은행+우리아비바생명보험)로 민영화 실현에 나섰다.


산업은행 역시 이와 마찬가지로 KDB생명 매각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KDB대우증권과 함께 매각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KDB대우증권은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901억 원으로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 때문에 KDB생명과 KDB대우증권이 한데 묶여 시장에 나온다면 인수주체 측으로부터 매력적인 매물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관계자는 “우리투자증권의 경우 우리아비바생명과 우리자산운용이 다 같은 우리지주 계열이라 패키지 딜이 가능했다”면서 “하지만 KDB생명의 경우 칸서스자산운용과 공동으로 조성한 펀드가 인수했기 때문에 KDB대우증권과 패키지 딜이 원칙상 불가능 하다”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패키지 매각설에 대해 부인했다.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KDB생명을 계속 보유하고 있자니 부담스럽고, 매각하자니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계열사와 한데 묶어 매각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KDB생명은 산업은행에게 이래저래 애물단지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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