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 시절부터 경쟁…LG전자 추격전 ‘주목’

▲ 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라이벌(rival). 라이벌이란 같은 목적을 가졌거나 같은 분야에서 일하면서 이기거나 앞서려고 서로 겨루는 ‘맞수’를 뜻한다. 정치, 스포츠, 경제, 문화, 국가 등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활동하는 모든 분야에 라이벌 간의 피할 수 없는 숙명적인 대결들이 존재한다. 경제활동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고 있는 기업들 역시 예외는 아니다. 활발한 경제활동을 펼치고 있는 기업들마다 라이벌이 존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업종마다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총성 없는 전쟁을 펼치고 있는 기업들의 라이벌 열전을 기획했으며 그 첫 번째로 전자업계의 양대산맥(兩大山脈), ‘삼성전자 VS LG전자’의 라이벌 열전을 살펴봤다.


매출·영업이익 등 삼성전자의 압도적 우세
LG전자의 역전 가능성 얼마든지 열려있다


국내 대표적인 전자업계를 꼽으라면 단연 삼성전자와 LG전자를 꼽는데 이견이 있진 않을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는 전자업체이다. 이들은 가전제품, 스마트폰 등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다.


두 기업의 재무제표


두 기업의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면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 지금 당장은 삼성전자가 훨씬 앞서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매출 228조 6900억 원, 영업이익 36조 7900억 원을 기록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106조 286억 원, 영업이익 15조 6761억 원을 기록했다. LG전자는 지난해 매출 58조 1404억 원, 영업이익 1조 2847억 원이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15조 3594억 원, 영업이익 3283억 원을 기록했다. 최근 실적만 놓고 비교해보면 LG전자는 삼성전자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


▲ 지난해 삼성전자와 LG전자 실적 비교(스페셜경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이러한 실적차이는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격차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지난 22일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31.2%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한 반면 LG전자는 애플(27.8%)의 뒤를 이어 4.8%의 시장점유율을 보이며 3위를 기록했다. LG전자는 삼성전자와 등수 차이는 별 차이가 없지만 점유율 면에서 26%이상의 큰 차이를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스마트폰 시장 진입시기와 투자전략의 차이로 볼 수 있다. 애플의 아이폰이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던 당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HTC나 블랙베리 등과 마찬가지로 후발주자였다.


삼성전자는 아이폰의 대성공을 바라보며 곧바로 갤럭시 시리즈를 앞세워 애플의 뒤를 쫒았고 이후 지속적으로 새로운 갤럭시 시리즈를 내놓음으로써 시장점유율 확보에 주력했다, 여기에 새로운 모델을 개발 할 때마다 R&D(연구개발)에 엄청난 자금을 쏟아 부었다.


LG전자는 2009년 매출 55조 4912억 원을 기록하며 삼성전자에 이어 매출 50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릴 만큼 두 기업은 지금처럼 확연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세계적인 컨설팅 그룹이라 불리는 맥킨지에 매년 300억 원 내외의 컨설팅 비용을 지불하며 경영 컨설팅을 받은 LG전자는 땅을 치며 후회할 결정을 하기에 이른다.


맥킨지는 당시 LG전자에 기술 강화보다는 마케팅을 강화하라는 조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LG전자는 맥킨지의 조언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하고 연구개발 비중을 줄이고 마케팅 비용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방침을 내세웠다.


이 당시 LG전자는 초코렛폰과 프라다폰 등 피처폰 1000만대 이상을 판매하는 성과를 이뤘는데 여기서 얻은 수익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스마트폰 시대를 대비하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LG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의 늦은 진입 시기와 잘못된 투자로 현재 삼성전자의 성공을 부러워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이처럼 스마트폰 부문에서는 삼성전자가 LG전자를 압도하는 분위기지만 TV를 비롯한 생활가전 부문에서는 압도적일 만큼의 차이는 아니다. 올해 2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스마트폰을 제외한 생활가전과 프린터, 의료기기 부문을 포함한 삼성전자의 매출은 대략 13조원이고 LG전자 매출은 9조 7564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삼성전자 7700억 원, LG전자 4165억 원을 달성했다. 많다면 많은 차이일수 있겠지만 스마트폰 부문에 비해 생활가전 부문은 압도적 차이까지는 아닌 것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분야에서 엄청난 위세를 떨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TV를 비롯한 냉장고 및 세탁기 등 이른바 ‘백색가전’ 이라고 불리는 생활가전 분야에서는 여전히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아울러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이라 했던가? 삼성전자를 이끌며 ‘삼성’이라는 국내 브랜드를 글로벌 일류 브랜드로 탈바꿈 시킨 이건희 회장이 넉 달 가까이 병상에 누워있는 실정이어서 앞으로도 계속 삼성전자가 승승장구 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물론 삼성전자에는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을 이끌어갈 모양새를 갖추고 있지만 아직 경영능력 면에서 이 회장에 비할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반면 LG전자는 구본무 회장을 비롯해 구본준 부회장이 아직 건재하고 글로벌 마케팅과 R&D(연구개발)분야에 힘을 쏟고 있어 차후에는 LG전자가 삼성전자를 앞지를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다는 것이다.


급격히 틀어진 사돈관계‥대립관계 시작
상대방 TV․냉장고 제품 헐뜯기 바빠 ‘오점’


경쟁의 시작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쟁을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양사 모두가 좀 더 나은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자극해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경쟁으로 풀이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느 한쪽이 우위에 있어 독과점을 형성하는 것보다는 이러한 경쟁을 통해 양사의 발전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반길만한 일이다.


이들의 경쟁관계의 시작은 창업주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전자의 창업주 이병철 회장과 LG전자의 창업주 구인회 회장은 어려서부터 함께 자란 죽마고우이여 사돈까지 맺은 막역한 사이였다. ‘사카린 밀수 사건’으로 경영일선에 물러났던 이병철 회장은 그룹에 복귀하면서 전자사업에 대한 열망을 키워나갔다.


▲ 좌측부터 LG전자 창업주 구인회 회장과 삼성전자 창업주 이병철 회장(사진제공 뉴시스)


이후 1968년 봄, 사돈관계인 구 회장과 안양골프장(현 안양베네스트CC)골프를 치던 이 회장은 구 회장에게 “구 회장, 우리도 앞으로 전자산업을 할까 하네”라며 전자산업에 뛰어들 것을 내비쳤다. 이에 구 회장은 표정이 굳어지며 정색을 하고 “다른 사람도 아닌 자네가 그럴 수 있나?”라며 이 회장에게 불편한 심경을 나타냈다.


당시 구 회장이 이끌던 금성사(현 LG전자)는 국내 가전시장에서 독보적이었다. 그러나 사돈인 이 회장이 전자사업을 시작하면 구 회장의 가장 큰 라이벌이 되는 셈이었다. 이때부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급격하게 틀어지면서 본격적인 경쟁을 펼치게 된다.


말장난부터 육각수까지?


양측은 사소한 부분에서도 감정대립을 하며 서로를 견제했다. 이들의 감정대립에 관한 대표적인 사례들을 살펴보자면 이렇다. 예전 금성사가 ‘기술의 상징’이라는 광고 문구를 만들어 홍보하면 삼성은 ‘첨단 기술의 상징’으로 맞받아 쳤다. 그러면 금성사는 다시 ‘최첨단 기술의 상징’으로 대응했다. 이들은 단어 하나씩을 추가하며 서로 자신들의 기술이 뛰어나다며 한 치의 양보도 허락하지 않았다.


이어 가전업계가 호황을 맞은 1980년대에는 컬러텔레비전 시장 선점을 두고 삼성과 금성은 치열한 광고 경쟁을 벌이며 과열된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 때문에 당시 상공부는 지나친 광고 경쟁을 자제하라는 취지의 자리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당시 삼성전자 사장과 금성사 사장은 언쟁 끝에 서로의 멱살을 잡기도 했다. 또한 1993년 삼성전자 직원 두 명이 LG전자 거래처 명함에 자신들의 이름을 새겨 LG전자 거래처 직원으로 위장해 LG전자의 냉장고 공장에 잠입하여 생산 공정을 훔쳐보다 적발되는 일도 있었다.


1995년에는 당시 열풍이 불었던 ‘육각수’를 놓고도 다툼을 벌였다. 육각수란 화학적 구조가 6각형 고리구조를 이루는 물인데 지속적으로 육각수를 마시게 되면 뇌졸중·신장병·당뇨병 등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LG전자는 육각수 냉장고라는 다소 생소한 제품을 출시했으며 육각수 냉장고가 수돗물과 생수를 육각수로 바꿔준다고 홍보했다.


그러자 삼성전자는 자신들이 먼저 내놓은 ‘문단속 냉장고’가 물 분자를 6각 분자 구조로 전환시켜 생체활성화를 촉진시킨다며 LG전자의 육각수 냉장고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결국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 대리점에 자사의 냉장고만이 육각수를 만들 수 있다며 한바탕 육각수 전쟁을 치르기도 했다.


이어지는 대립 <왜>


이들의 대립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2005년에는 뜬금없이 ‘우담바라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삼성전자 디지털프라자 송탄점에서 지펠 냉장고 외벽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꽃이 피었다. 대리점 직원이 청소를 하다가 냉장고 외벽에 꽃이 핀 사실을 발견하였고 이 사실은 입소문을 타며 퍼지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이를 두고 불교계에서 3000년 만에 한번 피는 꽃으로 알려진 ‘우담바라’로 추정된다고 홍보했다.


이에 LG전자는 “냉장고처럼 외부가 코팅된 제품에 우담바라가 생겼다는 것은 일종의 이끼로 봐야 한다”면서 “매장 청결상태가 엉망인 것으로 봐야한다”고 비난했다. 청결상태 문제가 대두되자 삼성전자는 “정말 우담바라가 피었다기보다는 네잎클로버처럼 행운이 깃들 것이란 기대감에 고객들이 호기심 차원에 반기는 것이지 청결문제와는 상관없다”며 LG전자의 비난에 반박했다.


또한 양사는 TV화질과 별상관이 없는 ‘네잎클로버 현상’을 가지고 맞붙기도 했다. LG전자는 2005년 초부터 대리점 등에서 ‘LCD TV, 눌러보고 사라’라는 판촉을 통해 “화면을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타사보다 네잎클로버 현상과 왜곡이 적어 최고의 화질을 제공한다”고 홍보했다.


그러자 삼성전자도 대리점에서 “고성능 액체 크리스털을 사용해 타사보다 2배가량 반응속도가 빠르고 눌렀을 때 네잎클로버 패턴이 보인다”고 반격했다. 이 현상은 LCD의 특성상 액정이 외부 압력을 받아 뭉개지면서 화면의 색이 일시적으로 변하는 것인데 이 현상은 손을 떼면 바로 사라져 화면 구현이나 화질에 미치는 영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별 영향이 미치지 않는 현상까지 들먹이며 대립구도를 이어나갔다.


2011년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3D TV 기술 표준을 놓고 경쟁을 벌이던 중에 욕설파문까지 일어났다. 당시 삼성전자 고위 임원은 언론사 기자들을 대상으로 열린 ‘화요포럼’에서 “LG디스플레이 사장이 패시브 방식도 풀HD라고 말했다는데 밑에 있는 엔지니어가 ‘멍청한 XX’들 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LG 측은 “양사가 3D TV 기술 표준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지켜야 할 상도와 기본적 예의가 있다”며 “존경받는 글로벌 기업의 중역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욕설을 동원해 경쟁사의 임직원을 모욕했다면 이는 매우 실망스럽고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삼성전자에 내용증명을 발송하며 법적싸움까지 번질 태세였다. 결국 삼성전자가 이에 대해 사과하였고 LG전자도 이를 받아들이며 마무리 됐다.


맞수 관계‥긍정적 효과 커


2012년 7월 삼성전자는 900ℓ용량의 냉장고를 출시하며 ‘세계 최대 용량’이라며 대대적인 홍보를 단행했다. 이어 한달 뒤 LG전자는 삼성전자보다 큰 910ℓ용량의 냉장고를 출시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다음날 삼성전자는 인터넷을 통해 ‘냉장고 용량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동영상을 올렸다. 동영상은 두 회사의 냉장고를 눕혀놓고 물을 부어 용량을 비교하는 실험이었다.


▲ 좌측부터 최대용량을 자랑한 삼성전자 냉장고와 LG전자 냉장고(사진제공 뉴시스)


결과는 삼성전자의 냉장고에 물이 더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LG전자는 곧바로 삼성전자에 허위 광고 중지 및 사과,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으나 삼성전자는 사과대신 자사의 냉장고와 LG전자의 냉장고에 캔커피와 참치캔을 집어넣으며 비교하는 후속 광고로 화답했다. LG전자는 바짝 약이 올라 법원에 광고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삼성전자는 휴대전화 액정위에서 버터를 녹여 발열 정도를 보여준 LG전자의 광고를 들먹이며 ‘너희도 똑같다’고 맞받아 쳤다.


이처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창업주 시절부터 경쟁을 하기 시작해 지금까지도 서로 으르렁(?)대는 맞수 관계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두 거대기업의 다툼을 결코 고운시선으로만 바라보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함으로써 가져다주는 긍정적 효과는 두 회사의 성장에 밑거름이 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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