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최태원 안 되도 윤석금은 된다?”‥재판부의 이상한 잣대

▲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박단비 기자]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지난달 29일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법정 구속을 면하면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최태원 SK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같은 4년 임에도 법정 구속이 됐다. 특히 이재현 회장의 경우 생명이 위독한 가운데서도 재판을 강행하고 있어, 재판부의 이상한 잣대가 작용이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


이재현 회장 생명 위독‥법정 구속 강행
최태원 회장 사회 환원‥검찰 ‘묵묵부답’



1000억 원대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하고 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윤석금(69) 웅진그룹 회장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횡령·배임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지만 상환능력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어음을 발행한 점 등 사기 혐의는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의지 강하면 면죄부?


윤 회장을 제외한 웅진그룹 전·현직 임직원들은 징역 2년6개월~3년에 3~5년의 집행유예가 선고돼 모두 실형을 면했다.


윤 회장은 2012년 7월부터 9월까지 지주회사의 웅진홀딩스 경영상태 악화로 채무상환 능력이나 의사가 없는 사실을 알면서도 1198억 상당의 CP 발행한 혐의로 지난해 불구속 기소됐다.


윤 회장이 CP를 발행했을 당시 웅진그룹이 회생신청을 내부적으로 결정했다고 알려지면서 ‘CP발행 사기’ 의혹이 강하게 일었다.


윤 회장은 또 2011년 9월~2012년 5월까지 웅진홀딩스·웅진식품·웅진패스원 등 우량회사 자금을 임의로 끌어다 부실회사인 웅진캐피탈에 불법 지원해 968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도 받았다.


그보다 앞선 2009년 3월~2011년 6월에는 렉스필드컨트리클럽(CC) 법인자금으로 웅진플레이스도시를 불법 지원해 592억5000만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있다.


웅진그룹은 2009년 이후 계열사 당기순이익이 급감하면서 부채비율이 급격하게 높아지는 등 경영상 어려움을 겪다 2012년 9월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윤 회장은 이듬해 횡령·배임으로 사법처리 됐다.


하지만 윤 회장은 피해 회복을 위한 의지가 강하다는 점이 참작돼 법정구속을 면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 회사들에 대한 구체적인 변제 계획을 제출했다”며 “향후 항소심에서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서도 법정구속은 하지 않기로 한다”고 밝혔다.


예견된 2세 경영 승계?


웅진그룹은 이러한 실형을 예상 했을까. 예견이라도 한듯 윤 회장은 현재 2세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윤형덕 씨가 12.52%, 윤새봄씨가 12.48%를 가지면서 최대주주 자리에 있다. 또 지난 2월 28일 윤형덕 신사업추진 실장과 윤영근 경영지원실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공시하면서 2세 경영체제를 본격화했다.


윤형덕 실장이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웅진홀딩스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웅진홀딩스 지분은 지난해 윤석금 회장이 시간 외 대량매매를 통해 보유하던 웅진홀딩스 지분 전량을 넘기면서 윤 회장의 두 아들인 형덕, 새봄씨가 맡게 됐다.


윤 회장도 법정관리를 조기졸업 하면서 경영일선에 복귀, 본격적인 재기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상태다.


이와 관련해, <스페셜경제>는 앞으로의 경영 계획을 듣기위해 웅진그룹과 여러차례 전화를 시도했으나, 전화가 연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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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4년형 다른 결말?


반면 최태원 회장과 이재현 회장은 같은 4년 형임에도 구속이 됐다. 때문에 ‘형평성 논란’이 쉽게 식지 않고 있다.


특히 이재현 회장은 지난 14일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권기훈) 심리로 열린 이 회장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 회장에게 징역 5년에 1100억원의 벌금을 구형했다.


이 회장은 1심 재판 과정에서 신장 이식 수술을 이유로 법원에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은 이후 수차례 기간 연장을 하면서 입원 치료를 받아오다 지난 4월 재판부가 연장을 허가하지 않으면서 재수감됐다가 건강상의 이유로 두 달 만에 다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았다.


‘휠체어회장’이라며 재판 당시 휠체어로 거짓 병명을 들먹이며 형량 줄이기에 연연하는 회장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재현 회장의 상태는 상당히 심각했다.


이재현 회장은 지난 14일에도 “살고 싶다”고 선처를 호소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못하다. 이 회장 측은 “이 회장에게 실형이 선고되는 것은 사형선고나 다름없다”며 “이 회장이 이식 받은 신장의 수명은 10년 정도인데 그 사이에 거부반응이 나타나 그 수명은 더욱 단축됐을 것이다. 사실상 10년 미만의 시한부 생을 살고 있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이 회장이 최근 재판장에 올 때는 제대로 걷지 못해 휠체어를 타고 있으며 첫 재판을 받을 당시보다 한 참 야윈 팔다리가 눈에 띈다. 뿐 만 아니라 육안으로 보기에도 건강상의 문제가 바로 보일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


유산상속 소송 등으로 사이가 틀어졌던 범 삼성가에서‘이재현 회장 살리기’에 동참할 정도이다. 최근 삼성과 CJ는 소송으로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홍라희 리움미술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명희 신세계 회장,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등이 지난 19일 서울고법 형사10부(권기훈 부장판사)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서 제출자 명단에는 이건희 회장의 둘째형인 고(故) 이창희씨의 부인인 이영자씨, 차녀 숙희씨, 3녀 이순희씨 등도 포함됐다.


탄원서에는 이 회장이 예전부터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고, 지금의 상태로는 수감생활을 견뎌낼 수 없으니 선처를 해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회장의 부재로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하지 못하고 투자 타이밍을 놓쳐 CJ그룹 경영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도 고려해달라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검찰은 완고한 입장으로 ‘법정구속’을 주장하고 있다.


최태원, ‘사회 환원 의지’ 보여도 소용없어?


최태원 회장 역시 법정구속을 당한 뒤에도 모범적인 수감생활, 사회 환원 등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별 다른 반응이 없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해 받은 301억원의 연봉을 모두 사회적 기업에 기부했다. 사회적 기업에 기부하면서 취약 계층의 ‘일자리 창출’을 간접적으로 도운 셈이다.


또, 최 회장의 둘째딸 민정(23)씨가 졸업 후 경영일선에 뛰어드는 대신, 해군 사관후보생 모집에 응하면서, 어린 나이에 고위 임원을 맡으면서 경영 수업을 받기보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이라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또한 당당하게 지난 29일 해군 사관후보생에 합격해 해군 장교로써 복무 하게 됐다.


이상한 잣대?

하지만 검찰은 완고하기만 하다. CJ와 SK모두 그룹의 위기가 도래 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죄를 지었으면 응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하지만 유독 윤석금 회장에게만 다른 잣대로 판결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재계와 법조계에서는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법조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형평성에 대한 논란이 충분히 불거질 수 있는 부분”이라며 “앞서 강력한 결론을 내렸다면, 후에도 똑같은 결론이 나와야 되는데, 이번에는 다른 잣대가 적용된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변제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명문만으로 불구속 기소는 다소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의 관계자도 “CJ, SK 경우와 다른 점이 있어 놀랐다”며 “최근 재벌 일가에 대해 강한 잣대를 들이댔던 것과는 분명히 다른 모양세”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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