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임직원 5억 수수 정황 포착…‘부끄러운 민낯 드러나’

▲KDB산업은행. (사진 안쪽 홍기택 KDB산업은행장)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최근 산업은행에 동양그룹 비자금 살포 의혹이 퍼지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수억원대의 금품이 동양그룹의 경영진들에 의해 만들어져 산업은행 임직원들의 손에 들어갔다는 내용이다.


검찰도 금품을 수수한 단서들을 상당부분 포착하면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이 동양그룹의 주채권은행이었던 만큼 대거성이 입증되면 그동안 산업은행과 동양그룹에 불었던 ‘검은커넥션’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전망이다.


여기에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의 ‘책임론’과 더불어 전 동양증권 사외이사 출신으로 계열사 부당지원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까지 더해지면 곤경에 처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지난해 금융권에 ‘고졸채용’이라는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던 산업은행이 돌연 고졸 채용을 줄이면서 파격적으로 시도됐던 ‘KDB금융대학교’까지 파행으로 운영되고 있어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최근 산업은행에 불고 있는 동양그룹 뇌물 사건을 중심으로 산업은행이 앓고 있는 골머리를 살펴봤다.


최근 산업은행에 동양그룹 ‘뇌물스캔들’이 몰아치면서 한바탕 홍역을 앓고 있다. 산업은행 임직원들이 동양그룹 경영진으로부터 수억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단서들을 검찰이 포착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는 산업은행 임직원 3~4명이 최근 수년 동안 동양그룹 측으로부터 5억원대의 금품을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나섰다.


검찰 측의 한 관계자는 “동양그룹 임원 수명이 수억원대의 횡령 혐의를 포착하고 현재 수사를 진행 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구체적인 사용처 등은 조사가 진행중이라 밝히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검찰은 동양그룹 측이 카드 매출을 허위로 부풀린 후 현금을 마련하는 속칭 ‘카드깡’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뒤 제공한 것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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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그룹의 산업은행 뇌물 스캔들이 밝혀진 것은 검찰이 최근 동양그룹 임직원을 조사하는 과정에 드러났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금품 조성 방식과 자금 사용 경로, 전달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산업은행 임직원이 재무약정 조정완화 등 동양 측의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산업은행 전·현직 임원들 중 일부가 동양시멘트 사외이사나 고문으로 재직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들이 산업은행과 동양의 중단 다리 역할을 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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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이 같은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조만간 금품수수 당사자로 지목된 은행 측 인사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산업은행과 동양의 검은 커넥션 의혹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0~2012년에 3차례나 동양시멘트가 재무약정을 이행하지 않았는데도 산업은행이 오히려 약정 조건을 완화해주고 자금 회수도 시도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은 불거졌다.


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산업은행 임직원 뇌물 수수 의혹에 대해 아직 밝혀진 것은 없다”며 “현재 확인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이 동양측 경영진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뇌물 의혹이 불거진 것 같다”며 “아직까지 산업은행에 대한 검찰 등의 조사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은행의 뇌물 커넥션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산업은행의 수장을 맡고 있는 홍기택 회장 역시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과거 동양증권의 사외이사로 재직하면서 동양증권의 계열사 부당 지원을 막지 못했다는 ‘책임론’까지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검찰은 지난 21일 1조3000억원대 사기성 CP와 회사채를 발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정진석 전 동양증권 사장, 이상화 전 동양시멘트 대표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징역 15년, 징역 10년, 징역 8년의 중형을 각각 구형했다.


부실 운영된 ‘사내(社內)대학’


지난해 2월 금융권 최초로 산업은행이 설립한 KDB금융대학교. KDB금융대학교은 금융권 최초의 4년제 사내대학으로 KDB산업은행, 대우증권 등 금융지주 계열사에 근무하는 고졸사원의 대학교육을 위해 교육부의 인가를 얻어 출범했다.


당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고교를 졸업하면 곧바로 진학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획일적 풍토에서 벗어나 먼저 취업한 후 일하면서 공부하는 ‘선취업 후진학’의 새 변화를 일으킨 주역”이라며 치켜세웠다. 금융권 사내대학을 정부에서도 긍정적으로 바라봤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분위기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1년 새 교육부 인가기준에도 미달되는 등 파행을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정훈 의원은 “산업은행이 고졸 직원을 위해 설립한 KDB금융대학교가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부실운영의 가장 큰 이유는 고졸직원의 감소. 입학할 수 있는 학생의 수가 부족한 것이다.


김 의원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KDB금융대학교 설립 및 운영 현황’자료에 따르면 KDB입학생 수는 지난해 78명에서 올해 48명으로 39%나 급격히 감소했다.


입학생 감소 원인에 대해 김 의원은 “산업은행이 지난 정부 고졸 채용 확대 방침에 따라 2012년까지 고졸 채용에 앞장섰다가 새 정부가 들어오면서 고졸 채용을 줄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권에 따라 채용방식을 달리하는 산업은행이 화(禍)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산업은행 본사 및 계열사의 고졸 채용 인원을 분석하면 지난 2012년 160명이었던 고졸인원은 2013년 71명으로 대폭 줄었다. 특히 산업은행의 경우 2012년 120명에서 지난해 20명으로 83%가량 급감했다.


지난 이명박 정권 당시 고졸 채용 확대라는 목표 아래 산업은행은 2011~2012년까지 고졸 채용에 앞장서서 채용에 적극적으로 홍보에 열을 올렸지만 최근 고졸 채용에 대해 미온적으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KDB금융대학교가 대졸 출신도 입학을 허용하고 있지만, 입학생 126명 중 16명(12.7%)이 자퇴하고 현 재학생 110명 중 45명(41%)이 학사경고를 받은 점에 비춰볼 때 학생관리 또한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현 학생수는 교육부 설치인가 기준에 미달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산업은행의 KDB금융대학교에 대한 무관심과 학과수준 및 학생관리가 부실했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실제 KDB금융대학교 입학생 126명 중 자퇴생은 16명(약 12.7%)이며, 이 중 12명이 타 대학으로의 진로 모색 이유로 자퇴했다. 또 현재 KDB금융대학교 재학생 110명 중 휴학생의 수는 16명(약 14.6%)나타났다.


이에 따라 KDB금융대학교 학생수는 교육부 설치인가 학생수 기준에 미달인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부가 KDB금융대학교교육부 설치인가 심사 시 기준은 교원 수 최소 20명 이상, 교원 1인당 학생수 25명이었다. 그러나 현재 KDB금융대학교 교원수는 23명인 반면, 학생수는 교원 1인당 약 20.9명으로 나타났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KDB대학교의 학생 수 감소는 정권교체와 괘를 같이하고 있다”며 “MB맨으로 알려진 전임 강만수 회장시절 의욕적으로 추진됐지만 고졸 사원 감소로 금융계에서도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교육부 인가를 받은 정식 대학임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무관심과 부실한 학과 수준과 학생 관리로 인해 재학생이 줄어들었다”며 “홍보의 모습도 보이지 않아 과연 이 학교가 교육부의 인가를 받은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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