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침체 늪에 빠져‥‘IPO 실익 없다’

▲현대오일뱅크(사진 안쪽 권오갑 사장).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현대오일뱅크(권오갑 사장)가 지난 6월30일 창립 50주년을 맞아 비정유부문 신사업확대를 통해 불황을 극복하고 오는 2020년 매출 50조원을 달성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석유정제사업을 다변화해 원유정제 사업 구조를 탈피 글로벌 종합에너지 회사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낸 것이다.


현대오일뱅크는 2분기 국내 4대 정유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하며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장밋 빛 미래를 꿈꾸고 있는 현대오일뱅크가 최근 카드 포인트 혜택 축소 의혹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올해 IPO를 통해 기업 상장을 노리고 있는 현대오일뱅크에 대해 짚어봤다.


지난 2012년부터 상장을 추진해온 현대오일뱅크는 정유업황이 악화되면서 제 가격을 받기 힘들어지자 그동안 상장을 미뤄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올해 현대오일뱅크의 상장을 추진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오기 시작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초 약 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연내 상장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연내 상장 ‘물거품’(?)


하지만 사업다각화로 인한 현금창출이 가시화되지는 않았지만 자금 유동성에 대한 내외부의 평가가 긍정적으로 나오고 있는 마당에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지난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2분기 매출액 5조2167억원과 영업이익 394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오일뱅크측은 높은 고도화 비율과 코크스를 이용한 최첨단 열공급 설비(FBC) 등이 흑자를 이어오고 있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고도화 시설은 원유 정제 후 나오는 벙커C유를 이용해 고가의 휘발유나 등유, 경유를 추가로 추출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벙커C유가 일반적으로 역마진을 남기고 수출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익 폭은 더 늘어난다.


4대 정유사 중 가장 높은 실적을 올리면서 업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지난 1분기 영업이익률이 1.7%에 불과해 시장에서의 적정한 평가를 받기 어려웠다.


현대오일뱅크는 당초 올해 IPO를 재추진할 의사를 보였지만 발목은 잡은 건 바로 이런 실적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2분기 실적이 흑자를 기록하면서 가능성은 다시 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영업이익 4032억원을 올려 2012년 3072억원 대비 약 30% 늘었다. 그러나 2011년 5950억원과 비교하면 2000억원 가까이 차이난다.


공격적인 투자를 계속하고 있지만 사업다각화 개선 노력이 언제 빛을 발할 지 예측이 어려워 IPO 시점도 불투명해진 모양새다.


IPO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유업 전반이 장기침체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IPO로 얻는 실익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실적이 활황기였던 2011년 이상으로 개선돼야 상장을 재추진하는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여 당장 추진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보인다.


‘사업다각화’ 승부수?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6월 말 창립 50주년을 맞아 비정유부문 신사업을 확대하고 해외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 2020년 매출 50조원을 달성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지난 50년간 회사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원유정제 사업 구조를 탈피해 글로벌 종합에너지 회사로 성장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매출액에서 석유정제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현재의 93%에서 60%까지 낮춰 국내 정유 사중 높은 다각화 비중을 보이겠다고 설명했다.


정유 업계 나 홀로 선방 왜(?)…경쟁사 대비 원가 절약 ‘비결’
실적 하락에 소비자 혜택 축소…창립 50년 사업다각화 선포



현대오일뱅크가 이처럼 정유에서 비정유부문으로 투자의 중심을 이동하는 것은 국내외 석유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달해 더 이상 석유제품의 생산과 판매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우선 기존 윤활기유와 유류저장 사업, 롯데와의 MX(혼합자일렌) 합작사업 외에 프로필렌 유도체 사업, 카본블랙 사업, 해외 에너지사업 투자 등 새로운 신사업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프로필렌 유도체는 각종 플라스틱과 자동차 내장재, 단열재 등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로, 원유정제 설비에서 생산되는 부산물을 화학적으로 합성해 만든다. 카본블랙은 자동차 타이어와 페인트, 잉크 등의 주재료가 되는 미세한 탄소분말로 정유 고도화 공정에서 나오는 잔사유와 제철회사의 콜타르를 불완전 연소시켜 만든다. 현대오일뱅크는 이 사업을 위해 국내외 제철 회사, 석유화학사간 합작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여기에 해외 투자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성장 잠재력이 큰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현지 정유, 석유화학 공장을 신규로 건설하거나 지분 투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2010년 현대중공업에 인수된 후 신사업 진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석유 메이저 쉘과 합작해 윤활기유 사업에 진출했고, 울산 신항에 탱크터미널을 완공하여 유류저장사업에도 나섰다.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은 이 자리에서 “현대오일뱅크 경쟁력의 핵심은 결국 사람이다”며 “훌륭한 인재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더욱 단합하고 노력한다면 반드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에너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오일뱅크가 사업다각화로 매출의 성장세를 보인다면 IPO추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실현 가능성이 있느냐가 문제라는 것이다.


특히 현재 정유업계의 상황 볼 때, 사업 다각화에는 상당한 투자가 뒷받침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오일뱅크의 실적이 2011년에 비해 아직 까지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물론 2011년 이후에 정유업계의 업황 자체가 저조한 것을 비교해볼때 오일뱅크의 실적은 선방했다고 볼 수 있지만, 전반적인 업계 상황이 비관적 전망이다. 이런 이유로 사업 다각화를 통한 매출 성장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뜻하지 않은 구설수?


최근 국내 4대 정유사중 하나인 현대오일뱅크가 약관을 변경하면서 멤버십 회원고객들의 혜택을 축소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22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4일 멤버십 회원고객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내달 1일부터 약관변경을 통보했다. 변경된 안내에 따르면 경정비 제휴점의 포인트 적립 항목이 삭제되고 가족 간 포인트 합산시 추가 증명서류를 요청하는 등 서비스 내용을 까다롭게 변경해 사실상의 포인트 삭감 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오일뱅크 측은 “다양한 포인트 제휴사와의 관계 중에 기간이 만료되거나 조건이 바뀌어 종료하게 되는 무수히 많은 사례 중 하나”라며 “타사처럼 포인트 적립률 자체를 줄인 것과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일뱅크를 자주 찾는 한 소비자는 “그동안 가족 간의 합산 등을 통해 혜택을 받아왔지만 증빙이 까다롭게 바뀌면 해택을 포기하는 편이 낫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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