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 없는 전쟁‥폴리페서 ‘강세’, 권력형 ‘수두룩’

[스페셜경제=조경희 기자]1998년 외환위기 직후 대주주나 경영진의 방만 경영이 외환위기를 초래했다는 이유로 외부 전문가를 이사진에 포함시켜 대주주의 전횡을 견제하고자 했던 ‘사외이사’ 제도.

하지만 설립 당시부터 오너와 대주주의 견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은 16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오고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정치인이나 권력기관 출신의 인사를 사외이사로 모셔와 기업의 ‘방패막이’로 삼거나 지인 등 특별한 관계를 내세워 ‘거수기’ 역할을 자행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관행은 여전히 우리 기업의 뿌리 깊은 악습으로 이어져 오고 있어 문제가 확산되고 있다.

또한 최근 정치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관피아(관료+마피아)논란도 사외이사 제도의 악습으로 작용하고 있다. 거물 정치인이나 관료 출신의 인사들이 기업의 사외이사로 앉으면서 경영활동 참여보다는 기업의 정치적 활동에 큰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30대 그룹 상장사 사외이사의 출신별로 전수 조사해(2014년 3월30일~6월 30일) 권력기관의 관피아 논란을 받고 있는 인사들은 누가 있는지 어떤 기관이 사외이사에 인기가 높은지 등 다양한 사외이사의 모순점을 짚어 봤다. <편집자 주>


법무부 장관‧차관, 국세청 청장, 공정위 등 ‘다수’
현실 정치 참여하는 교수 지칭 ‘폴리페서’ 넘쳐나


재계 11위~20위 기업은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원 등 권력기관 출신의 사외이사 뿐만 아니라 대학교수 출신도 많았다. 전통적 ‘단골’인 학계 출신도 많은데 이들은 일명 ‘폴리페서(polifessor)’로 현실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교수를 일컫는다. 이들은 주로 현실정치에 뛰어들어 자신의 학문적 성취를 바탕으로 정·관계 고위직을 얻으려는 대학교수들을 지칭한다.


KT 사외이사로 있는 김종구 전 46대 법무부 장관, 노무현 정부 당시 법무부 장관 및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장을 지낸 CJ그룹 김성호 사외이사, LS산전 이병국 이촌 세무법인 회장은 대통령 비서실을 거쳐 2010년부터 2012년 까지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지낸 세무전문가 출신이다.

‘폴리페서’ 출신 ‘두각’


CJ제일제당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은 1984년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부교수로 교수직을 시작해 한국법학교수회장 등을 거쳐 2008년 고려대학교 총장에 임명됐다. 이후 2009년부터 헌법재판소 자문위원과 한일법학회 회장 등을 지냈다. 현재는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장을 지내고 있다.

CJ씨푸드 사외이사인 박기환 중앙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는 보건복지부 식품위생심의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중앙대 생명환경연구원 원장을 지냈다.

CJ 이상돈 사외이사는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지난 2006년부터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이상돈 교수는 이재현 회장(고려대학교 법학과 80학번)과 고려대학교 법학과 동문(1984년 졸업)이다.

아시아나항공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정창영 전 연세대학교 총장은 1971년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조교수를 시작으로 재무처장, 기획실장, 경영대학원장을 거쳐 2004~2007년 연세대학교 총장을 역임했다. 한국경제학회장을 지낸 바 있다.

롯데쇼핑과 LS의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곽수근 서울대학 경영대학 교수는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자문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KT사외이사 박대근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중 KT는 김종구 전 46대 법무부 장관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교수 출신이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장석권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유필화 성균관대 SKK 학장, 한정호 연세대 신방과 교수 이동훈 고려대 교수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장석권 교수는 국내 손꼽히는 통신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이니텍 김성근 교수도 한국데이타베이스학회 이사. 미국 국방성산하 전자상거래센터 책임연구원 등 전문성을 겸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두산, 신세계그룹 ‘관피아’ 많아


두산그룹과 신세계그룹은 학계 보다는 국세청, 국정원, 검찰 등 관피아 출신이 즐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산그룹 김창환(부산지방국세청), 서대원(국정원 해외담당 제1차장), 송광수(33대 검찰총장), 두산엔진 정구영(23대 검찰총장), 박범훈(대통령비서실 교육문화수석), 오세종(한국신용은행장), 윤용석(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 서울고등법원 조정위원), 두산건설 이종백(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 최종원(경제기획원 행정사무관), 두산인프라코어 이재훈(지경부 2차관), 권태신(국무총리실 실장), 윤세리(부산지검 검사), 두산중공업 송경순(경제기획원 경제기획국 사무관), 차동민(서울고법 검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신세계그룹은 최근 유충흔 광주신세계 사외이사가 부적격 사유로 중도하차했다. 유 사외이사는 지난 7월 18일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했다고 공시했는데, 이는 유 사외이사가 감사원 고위직 출신이다.

유 사외이사는 광주신세계 사외이사 재선임 당시 세방전지 사외이사만 겸직하고 있어 상법 상 문제는 없었지만, 신세계 사외이사 선임 후 선진 상근감사를 겸임하고 있어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는 사임한 유충흔 사외이사를 포함 감사원, 검찰, 공정위, 국세청 등 고위직 관료 대부분으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 손영래(13대 국세청 청장), 김종신(감사원), 조근호(부산고검장), 손인옥(공정위), 이마트 전형수(서울지방국세청), 문창진(식약청), 박영렬(서울남부지방검찰청 검사장), 박종구(감사원 1사무차장), 광주신세계 김상월(중부세무서장), 신세계건설 김효수(서울시 주택본부장), 신세계아이앤씨 서양래(감사원), 신세계푸드 고계인(식약청 식품본부장), 신세계인터내셔날 박창언(전 대구세관장), 김재천(대전지방국세청장) 등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CJ, ‘고려대’ 동문 인맥 형성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이 고려대학교 법학과 80학번으로 이재현 회장과 동문인 사외이사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CJ제일제당 이기수, CJ 이상돈 사외이사가 대표적이다.

다만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이 비자금 조성과 관련 재판을 진행하면서 전 노무현 정부 당시 법무부 장관, 이명박 정부 때 국정원장을 지낸 김성호 변호사를 지난해 3월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이외 CJ제일제당 김갑순(서울지방국세청 청장), CJ CGV 김국진(전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 박차석(대전지방국세청 청장), CJ 씨푸드 박기환(보건복지부 식품위행심의위원), CJ 대한통운 이기호(노동부 장관), 최찬묵(서울지검 총무부장), CJ 헬로비전 주선회(헌법재판소 재판관), 형태근(정통부 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채경수(서울지방국세청 청장) 등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LS, LG출신 사외이사 대거 ‘영입’


2003년 LG그룹에서 계열분리, 독자노선을 걷고 있는 LS그룹은 유독 LG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대거 영입해 눈길을 끈다.

LS 사외이사인 신용삼 전 LG유플러스 사장은 LG화재 CFO, LG건설 재경담당 부사장, LG CNS CFO 부사장을 거쳐 2011년부터 LG유플러스 경영관리총괄 사장과 CFO를 지낸 재무통으로 알려져 있다.

E1 천진환 사외이사는 전 LG상사 대표이사 사장 출신으로 LG그룹 중국지역 본부장을 거쳐 현재는 인천대 석좌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LS네트웍스 금병주 사외이사 역시 LG상사 대표이사 사장 출신이며, 오호수 사외이사 역시 LG투자증권 사장을 지낸 바 있다.

이밖에도 LS산전 이병국 이촌 세무법인 회장은 대통령비서실을 거쳐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지낸 세무전문가다.

E1은 재정경제부 세제실장과 국방부 차관을 지낸 김영룡 전 차관, 대통령자문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위원장 및 감사원장을 지낸 한승헌 전 감사원장을 사외이사로 두고 있다.

이외 LS 정진규(전 인천지방검찰청장), 권욱현(대한전기학회 회장), 곽수근(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원), LS산전 정현교(서울대 정기, 컴퓨터공학부 교수), 한상우(한국개발금융 사외이사), 가온전선 조현용(중국강소성 남통개발구 한국대표), 예스코 한봉훈(액센츄어 한국사무소 대표이사) 등의 사외이사로 구성했다.

KBS 등 언론인도 많아‥‘보수’ 논객들도 ‘한자리’
구조조정 겪으면서 산업‧우리은행 ‘금융권’ 포진

대우조선해양, 보수인사 영입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고상곤(자유총연맹 이사), 신광식(김앤장 법률사무소 상임고문), 한경택(신용보증기금 감사), 조전형(18대 국회의원), 이상근(중 청화대학교 고급방문학자) 등 5명의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최근에는 논란이 줄어들었지만 사실 대우조선해양은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당시 성추문 사건을 일으켰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을 2012년 3월부터 임명 직전까지 대우조선해양 사외이사로 활동한 바 있다.

관변단체인 고상곤 사외이사 역시 활동하고 있으며 보수 인사인 안세영 현 경제인문사회연구원 이사장은 지난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사외이사로 활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호, ‘금융권’ 출신 많아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그룹은 ‘금융권’ 인사가 많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올해 워크아웃 종료를 앞두고 있다.

금호산업 김왕경 전 산업은행 이사, 주재범 전 우리신용정부 부장 2명이 2013년 선입됐고 금호타이어는 2011년 이후 신동혁 전 한미은행 은행장, 박우양 전 산업은행 이사가 사외이사로 영입됐다.

아시아나항공에는 정건용 전 산업은행 총재가, 2013년에는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선입됐으며 2010년에는 이성근 전 산은캐피탈 사장이 선임됐다.

다음은 금호가 사외이사 내역. 금호산업 김도언(대검찰청 검찰총장), 정서진(세계일보 경영전략본장), 강정채(전남대 총장), 금호타이어 제이 로베르토씨 델가도(TDG그룹 회장), 신상민(한국경제신문 대표이사 사장), 박해춘(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아시아나항공 임인택(건설교통부 장관), 정창영(연대세 총장), 김종창(금융감독원장), 금호석유화학 이용만(재무부 장관), 정진호(엠씨파인스트리트 대표이사), 송옥렬(서울대 법대 교수) 등.


동부, 금융계열사 사외이사 ‘화려’


동부그룹은 금융계열사의 사외이사가 화려하다. 동부화재 이수휴 사외이사는 제36대 재무부 차관, 4대 보험감독원 원장, 17대 은행감독원 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박사용 사외이사는 전 대통령비서실 부이사관, 공정위 사무처장으로 현재 법무법인 율촌 고문이다.

동부증권에는 전 재경부 국고국 국장, 코스닥위원회 위원장, 골든브릿지 회장,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을 역임한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정의동 대표이사, 회장이 맡고 있다. 또 장범식 전 한국거래소 공익대표 비상임이사, 감사위원회 위원장, 한국증권학회 회장이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또 황인태 전 금융감독원 회계전문심의위원도 동부증권 사외이사 직책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동부제철, 동부하이텍 등 비금융계열사는 ‘포스코’ 출신 인사가 2명이나 됐다. 황경로 전 포스코 회장에 이어 강창오 전 포스코 사장도 동부제철 사외이사에 이름이 올라있어 눈길을 끈다.

이밖에 동부그룹 사외이사는 동부제철 신정식(에너지경제연구원), 원유승(감사원 행정심판위원), 정신모(삼성언론재단 이사), 동부하이텍 김인철(기협기술금융), 김형준(서울대 교수), 박인목(가천대 경영학과 교수), 동부로봇 김유채(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총장), 동부라이텍 김호업(중부지방국세청 청장), 동부건설 권두환(한국수출입은행), 김기주(광주지방국세청장), 김의준(광주지방국세청장) 등의 사외이사를 구성하고 있다.


대림산업, 법조계 인사 많아


대림산업은 5명의 사외이사 중 법조계가 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대림산업 사외이사는 지난 2004년 이후 11년 가까이 대림산업의 사외이사를 맡았던 신정식 교수는 검사출신인 김태희 변호사로 대체됐다. 김태희 변호사는 전 서울고검 검사 출신으로 삼지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다. 이외 오수근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 신 마이클 영준 법무법인 KCL 변호사 등이 법조계 출신이다.

이외 대림산업 장달중(서울대 정치외교확부 명예교수), 고려개발 김문겸(연세대 국제캠퍼스 총괄본부장), 삼호 김경완(우리은행 부행장)씨 등이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현대그룹, 절반 이상 관료 출신


현대그룹은 현대상선, 현대증권, 현대엘리베이터 3개사가 상장 계열사로 13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관료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상선 조용근(대전지방국세청 청장), 김홍걸(감사원 제2사무차장), 허선(공정위 사무처장), 전준수(서강대 교수), 에릭 싱 치 입 한국허치슨 터미널 사장 등이 현대상선 사외이사에 선임돼 있다. 현대증권은 윤남근(서울고법 판사), 김상남(노동부 차관), 하원(스포츠조선 대표이사), 도명국(한국문화산업학회 회장), 박 윌리엄(미국 변호사, 현 광운대 교수) 등이며, 현대엘리베이터는 박의명(감사원 국장), 정종섭(서울대 교수), 강호상(서강대 교수) 등이 사외이사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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