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기업은 정치인이나 권력기관 출신의 인사를 사외이사로 모셔와 기업의 ‘방패막이’로 삼거나 지인 등 특별한 관계를 내세워 ‘거수기’ 역할을 자행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관행은 여전히 우리 기업의 뿌리 깊은 악습으로 이어져 오고 있어 문제가 확산되고 있다.

또한 최근 정치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관피아(관료+마피아)논란도 사외이사 제도의 악습으로 작용하고 있다. 거물 정치인이나 관료 출신의 인사들이 기업의 사외이사로 앉으면서 경영활동 참여보다는 기업의 정치적 활동에 큰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30대 그룹 상장사 사외이사의 출신별로 전수 조사해(2014년 3월30일~6월 30일) 권력기관의 관피아 논란을 받고 있는 인사들은 누가 있는지 어떤 기관이 사외이사에 인기가 높은지 등 다양한 사외이사의 모순점을 짚어 봤다. <편집자 주>

지난 1998년 IMF사태로 불리는 외환위기 직후 국내 대기업 경영진이 불투명한 기업운영이 국가를 위기에 봉착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당시 IMF는 우리나라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사외이사제도 도입을 권고했다.

외부 전문가 효과는(?)

기업을 경영하는데 있어 외부 전문 인사들을 이사회에 참석시켜 기업이 나아가는데 도움이 되고자 했던 사외이사제도는 당초 의도와는 달리 역(逆)기능이 크게 작용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첫째는 권력형 ‘방패막이’. 기업은 정부 또는 행정기관과의 이해관계 및 각종 편의를 위해 권력과 손을 잡는 경우다. 검찰이나 국세청, 공정위 등의 관료출신이 이에 속한다. 또 하나의 경우는 경영진의 수족처럼 경영진의 의사에 반하지 않고 이를 견제하지 못하는 경우 바로 거수기형 사외이사다.

지난 4월 CEO스코어데일리에 따르면 국내 사외이사의 5년간의 성적을 살펴보니 찬성표가 99.7%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주주 전횡 및 견제·감시를 위한 사외이사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마네킹 거수기’ 역할을 한 셈이다.

기업 경영보단 정치 경영 ‘우선’…권력형 관피아 우리기업 ‘자화상’
‘검찰-법조-국세청’ 인기…“4대 핵심기관 권력형 사외이사 잡아라”

문제는 이처럼 사외이사 제도가 오너와 대주주의 전횡을 전혀 막지 못한다는데 있다. 바로 사외이사를 뽑는 이른바 ‘사회이사추천위원회’를 경영진이 뽑기 때문이다.

‘관피아’ 문제

최근 사회적 이슈로 작용하고 있는 ‘관피아’ 문제는 바로 이러한 권력형 사외이사 문제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권력형 사외이사는 기업이 방패막이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때문에 사외이사의 수명도 정치적 권력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

<스페셜 경제>가 살펴본 10대 그룹의 상장사 사외이사에는 어떤 인사들이 포진되어 있을까. 먼저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상장사 16곳에 51명의 사외이사가 포진되어 있다. 이중 절반이 넘는 26명이 교수 등 학계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학계 인사들을 살펴보면 김한중 전 연세대학교 총장(삼성전자), 김두철 상명대 부총장(삼성생명), 송인만 성균관대 교수(삼성중공업), 신종계 서울대 교수(삼성중공업), 이상범 전 서울시립대 총장(에스원) 김영세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삼성엔지니어링), 최현철 고려대학원장(호텔신라) 등이 대표적인 학계 출신이다.

법조계 인사들은 송광수 전 대검찰청 검찰총장(삼성전자), 변동걸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삼성정밀화학), 정진호 법무부 차관(호텔신라), 문효남 부산고등검찰청 검사관(삼성화재), 곽동효 전 특허법원장(삼성중공업), 이제홍 태성회계법인 회장(삼성테크원), 석호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등이 포진되어 있다. 이승재 전 해양경찰청장(삼성전기)도 경찰 출신 인사다.

관료출신의 인사들 중에는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삼성생명), 김성진 전 해양수산부 장관(삼성증권), 노민기 전 노동부 차관(삼성SDI), 김정관 전 지식경제부 제2차관(삼성생명), 권태균 전 조달청장(삼성전기), 손병조 전 관세청 차장(삼성화재)등이 대표적이다.

금융권 출신 또한 사외이사의 한 축을 맡고 있다. 김경수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원장(삼성증권), 이인호 전 신한은행 은행장(삼성전자), 이종남 한국선물거래소 회장(삼성증권), 양성용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삼성카드)등이다. 이인호 전 행장을 제외한 모든 인사가 삼성의 금융관련 기업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현대차 ‘미니공화국’

현대자동차 그룹의 상장사는 11개사 46명의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삼성보다는 관료의 비중이 조금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관료출신의 인사들이 16명으로 전체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국세청 출신의 인사가 눈에 띈다. 강일형 전 대전지방국세청장(현대자동차), 홍현국 전 대구지방 국세청장(기아자동차), 박찬욱 전 서울지방 국세청장(현대모비스), 이승재 전 중부지방 국세청장(현대건설), 이병대 전 부산지방 국세청장(현대위아), 전형수 전 서울지방국세청장(현대제철), 석호영 서울지방 국세청 국장(현대글로비스), 박외희 전 서울지방국세청 부이사관(현대비앤지스틸)이 포진되어 있어 국내 국세청 수장들의 집합체를 이루고 있다.

오세빈 전 서울고등법원 법원장(현대자동차), 신건수 전 서울고등검찰청 부장검사(기아자동차), 이정수 대검찰청 차장 검사(현대글로비스)등은 법조계 출신의 사외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출신으로는 정호열 전 공정거래위원장(현대제철), 이병주 전 공정위 상임위원(현대모비스), 장항석 전 공정위 상임위원(현대위아), 이동훈 전 공정위 사무처장(현대글로비스), 황정곤 공정거래위원회 부이사관 (현대비앤지스틸) 등이 있다. 하복동 전 감사원 감사위원(현대로템), 박성득 전 감사원 감사위원(현대건설)등은 감사원 인맥으로 통한다.

학계 사외이사로는 남성일 서강대 교수(현대자동차), 이두희 고려대 경영대학장(기아자동차), 오정석 서울대 경영대교수(현대제철), 성낙일 서울시립대경제학 교수(현대제철), 이우일 서울대 교수(현대모비스), 신현운 연세대 교학 부총장(현대건설), 김대기 고려대학교 교수 등이 있다. 현대로템의 진동수 사외이사는 전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역임 한 금융계의 큰 손이다.

SK 다양한 분야 고른 분포

SK그룹의 상장사는 13개 그중 사외이사는 51명이 분포되어 있다. SK그룹은 다양한 분야의 관료출신들이 포진되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권오룡 전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장관급, SK), 이환균 전 국토부 장관(SKC&C), 김영준 전 산업자원부 장관(SK이노베이션), 이재훈 전 지식경제부 차관(SK텔레콤), 주순식 공정위 상임위원(SKC&C), 허용석 전 관세청 청장(SK네트웍스), 남상덕 금융위원회 감독정책 1국장(SK)등이다.

그룹의 오너인 최태원 회장의 구속으로 인해 법조계 출신의 인물들도 적지 않다. 윤남근 전 서울고등법원판사(SK네트웍스), 이훈규 전 인천지방검찰청 검사장(SK이노베이션), 구태언 전 대전지방검찰청 검사(SK커뮤니케이션), 윤세리 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SK하이닉스)등이 있으며 서석호 김앤장 변호사, 최정환 법무법인 광장 파트너 변호사(SK케미칼) 등이 있다.

금융계에는 김두경 전 한국은행 금융시장실장(SK하이닉스), 김성민 한국은행 국제국 G-20업무단 단장(SK네트웍스), 이성준 전 산업은행 글로벌본부장(SKC)이 눈에 띈다. 학계 사외이사로는 임현진 서울대 교수(SK텔레콤), 안재현 카이스트 경영대학 대외부학장(SK텔레콤), 박영준 서울대 교수(SK하이닉스), 김대일 서울대 교수(SK하이닉스), 김성수 경희대 공과대 학장(SKC), 최종원 서울대 행정대학원장(SKC), 김선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SK브로드밴드), 최진욱 서울대 의공학 교수(유비케어),김인영 한양대 의공학 교수(유비케어)등이 있다.

이 외에도 김홍선 안랩 대표이사가 SK커뮤니케니션즈, 박세훈 동양글로벌 대표이사가 SK, 송영태 이화다이아몬드공업 사장이 SK브로드밴드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LG그룹, ‘무난하게’

LG그룹은 상장사 9개에 35명의 사외이사가 있다. LG의 사외이사로 있는 윤대희 전 국모조정실장, 이윤재 전 대통령 비서실 경제비서관과 남기명 전 법제처장(LG화학), 김상희 법무부 차관(LG전자), 한미숙 대통령실 중소기업비서관(LG유플러스), 김정관 지식경제부 제2차관(LG상사)를 제외하면 관료출신 사외이사가 거의 없다.

반면 학계 교수 출신의 사외이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LG화학의 사외이사에는 김세진 전 미국워싱턴주립대 경제학과 교수, 오승모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김장주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김진곤 포항공대 화학공학과 교수가 사외이사로 자리하고 있다.

또한 안태식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LG디스플레이), 박상수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LG유플러스), 권동일 서울대 공과대학 재료공학과 교수(LG디스플레이), 박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LG디스플레이), 박상수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LG유플러스), 이광복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 교수(LG유플러스), 황이석 서울대학교 교수(LG생활건강), 한상린 한양대학교 교수(LG생활건강), 정운오 서울대 경영대 교수(LG상사), 한민 이화여대 법학부 교수(LG상사), 박영배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LG생명과학)등이 있다.

언론인으로는 이규민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LG전자), 김세형 매일경제신문 논설실장(LG유플러스) 등이 있다.

하지만 LG그룹의 사외이사는 지난 5년간 이사회에서 100%의 ‘찬성’표를 던지면서 거수기 사외이사라는 오명을 얻고 있다.

롯데그룹, ‘자사 출신 포진’

롯데그룹은 8계의 상장사에 29명의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식품과 유통의 성격이 강해 국세공무원 및 회계 관련 전문가들이 즐비하다.

국세청 관련 관료 출신 인사로는 박차석 전 대전지방 국세청장(롯데제과), 김상현 전 국세공무원 교육원장(롯데제과), 서현수 전 대구지방 국세청장(롯데케미칼), 김용재 전 국세청 운영지원 과장(롯데칠성음료), 박동열 전 대전지방 국세청장(롯데쇼핑), 정병춘 전 국세청 차장(롯데하이마트), 손병조 관세청 차장(현대정보기술)등이 있다. 안태식 한국회계학회장(롯데칠성음료) 또한 회계 전문 인사다.

기업·오너 성향 따라 출신성분 다양…“잘나갔던 교수, 대세는 법조”
비 막는 우산이냐 손드는 거수기냐 논란…“경영참여 환경 조성해야”

관료출신의 인사로는 박석환 전 외교통상부 제1차관(롯데케미칼), 정동기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 비서관 대검찰청 차장검사(롯데케미칼), 임홍재 전 주 베트남 대사(롯데제과), 강대형 전 공정위 부위원장(롯데제과), 허선 공정위 사무처장(롯데하이마트), 강영구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롯데손해보험) 등이 있다. 법조계 출신 인사로는 김태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롯데쇼핑), 김기정 서울남부지방법원 부장판사(롯데하이마트)가 있다.

한편, 롯데그룹은 자사 출신의 인사들이 사외이사로 있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으로 나타나 기업과의 유착에 대한 우려도 있다. 박재연 전 롯데제과 생산본부장(롯데제과), 기건호 전 롯데면세점 영업부문 상무(롯데제과), 김광태 전 롯데삼강 영업본부장(롯데칠성음료), 임지택 전 롯데상무(롯데케미칼)등이 그렇다.

포스코그룹, ‘경영인 포석’

포스코는 7개 상장사에 17명의 사외이사가 있다. 눈에 띄는 인사로는 선우영 전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장, 유창무 전 무역보험공사 사장(대우인터내셔널)등이 있으며 기업인들이 다수 사외이사에 포진되고 있다. 신재철 전 한국IBM사장과 이명우 전 소니코리아 회장, 김일섭 전 안진회계법인 회장, James B.Bemowski 전 맥킨지 한국지사장 등이 포스코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김종인 전 대림산업 대표이사가 포스코플랜텍의 사외이사다.

현대중공업은 3개의 계열사에 9명의 사외이사가 있다. 현대중공업에는 노영보 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와 이장영 전 한국금융연수원장, 김종석 홍익대 경영대 학장이 사외이사로 있다. 박해성 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은 현대미포조선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거물 즐비한 ‘GS그룹’

GS그룹은 거물급 사외이사가 즐비하다.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GS), 신동규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 구희권 전 국회사무처 사무차장(GS홈쇼핑), 진병화 기술보증기금 이사장(GS건설), 김인규 전 한국방송공사 사장(GS), 김우석 전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GS), 이경상 전 신세계 이마트 사장(GS), 여성구 범한판토스 대표이사(GS글로벌)이 있다.

법조계 인사로는 박성득 전 서울고검 검사(GS리테일), 김경종 전 서울북부지법원장(GS리테일)이 있다. 조윤제 전 외교통상부 주영국대사도 GS의 사외이사다.

한진그룹의 사외이사를 살펴보면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이윤우 전 한국산업은행 부총재가 돋보인다. 한진그룹의 사외이사 가운데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법조계다. 한강현 전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한진), 이동명 의정부지방법원 법원장(한진해운)이 있으며 안용석 광장 변호사(대한항공), 이석우 두레 변호사 (대한항공) 등이 있다.이주석 서울지방국세청장(대한항공)과 윤종훈 전 서울지방국세청장(한국공항) 등이 국세청 출신이다.

한화그룹에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포진되어 있다. 황의돈 전 육군참모총장(한화)를 비롯헤 이상용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한화손보), 박시룡 전 서울경제신문 부사장(한화손보), 문성우 전 법무부 차관(한화생명), 이석수 서울 중앙지검 부부장검사(한화생명), 정의용 전 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한화투자증권), 정규상 성균관대 부총장(한화투자증권)이 있다. 또한 빙그레쪽 인사인 오재덕 전 빙그레 대표이사(한화), 정인현 전 빙그레이글스 대표이사 등이 있다.

10대 그룹의 사외이사를 정리하면 국세청, 공정위 등 관료출신과 검사와 판사 출신의 법조 인사들 그리고 교수 등 학계 출신으로 양분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분명 서로 장단점을 갖고 있겠지만 기업의 성격에 맞는 사외이사를 찾기는 쉽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이 권력형이던 거수기던 사외이사 제도를 제 멋대로 움직이면 기업의 발전에 큰 손해가 날 것”이라며 “분야를 가려 기업의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사외이사를 천거해야 기업 발전에 득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