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송보국, 모태사업 남겨‥‘명분’ 대신 ‘실리’ 선택

[스페셜경제=조경희 기자]한진, 현대, 동부그룹 등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대기업들의 자구안 마련이 거의 대부분 완료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정은 회장, 조양호 회장, 김준기 회장의 저력이 통했다는 평가다.

현대그룹은 지난 17일 물류계열사인 현대로지스틱스를 일본 오릭스에 매각하면서 사실상 80%의 자구안이 마련됐다. 한진그룹 또한 2조원 규모의 S-오일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80%의 재무구조 개선안을 마련했다.

동부그룹은 올 하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4244억원 중 2600억원을 상환했으며 남은 1644억원의 회사채는 동부발전당진 매각 대금 및 계열사 자체 자금 확보 등으로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증권’ 매각만 남아‥대북 및 상선사업 재편
동부발전당진 매각 초읽기…한진그룹 80% 완료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진행중인 기업들이 8부 능선을 넘었다. 동부그룹 역시 급한 불은 껐다는 평가다.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을 지원하면서 동반 부실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이를 해소한 상태이며 현대그룹은 그룹 모태인 해운과 남편 故정몽헌 회장의 유지였던 대북사업만큼은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 ‘뚝심’ 통했다


현대그룹은 지난 17일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매각을 통해 80% 가까운 자구계획안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은 현대그룹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모태사업인 현대상선을 지키고 남편인 고 정몽헌 회장의 꿈이었던 대북사업을 담당하는 현대아산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평가다. 매각대상이었던 현대종합연수원을 남겨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또 현대증권, 현대저축은행, 현대자산운용 등 금융 3사를 과감히 포기한 점도 눈에 띈다. ‘명분’ 보다는 실리를 택했다는 평가다.

현대그룹은 당초 자구 원안에서는 현대로지스틱스를 기업공개(IPO)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키로 했으나, 지분매각 제안을 받고 이 방식이 기업공개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물류산업 매각, 금융업 철수했지만‥

현대그룹은 일본계 금융회사인 오릭스 코퍼레이션(이하 오릭스)와 현대그룹이 공동으로 세우는 특수목적법인(SPC)에 보유중인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전량인 88.8%를 6000억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로지스틱스 지분은 현대상선 47.67%, 현대글로벌 24.36%, 현정은 회장 등 13.43%, 현대증권 3.34%를 가지고 있다.

이번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매각은 현대그룹과 오릭스가 공동으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신설된 SPC가 현대로지스틱스 지분과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신설 SPC는 오릭스 측이 자본의 약 70%를 출자하고, 나머지 30% 가량은 현대상선이 부담해 공동주주로 나서게 되는 구조다.

현대그룹은 이번 현대로지스틱스 지분매각으로 총 6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함으로써 재무구조를 대폭 개선하고 자구안 대부분을 사실상 마무리하게 됐다.


해운, 대북사업 ‘반드시’ 지켜

현대증권은 현대그룹 구조조정 중 핵심으로 꼽힌다. 현대그룹이 보유한 현대증권 지분은 현대상선 지분(25.9%)과 현대증권 자사주(9.83%)를 합해 36% 정도다.

이는 시가 기준으로 3600억원 정도지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그 가격은 7000억~8000억원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현대증권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현대자산운용과 현대저축은행 가치를 합치면 1조원 이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현대 측은 기대하고 있다.

이미 오릭스, 자베즈파트너스, 파인스트리트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상태다. 또 범 현대가가 현대증권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HMC투자증권이 13개의 점포를 폐쇄하면서 현대증권 인수전의 포석이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매각으로 인해 현대그룹은 현대상선과 현대로지스틱스 등 해운과 물류업을 중심으로 산업기계 제조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와 대북사업을 추진하는 현대아산 등 4개 부문으로 재편된다.


한진, 자구안 핵심 ‘S-오일’ 지분 매각 완료


한진그룹은 한진해운 경영 정상화를 위해 조양호 회장이 발벗고 나섰다. 한진해운을 수시로 방문해 경영에 관련된 세부적인 지시를 내리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7분기 이상 적자를 내고 있는 한진해운이 정상화될 때 까지 무보수 경영도 선언한 상태다.

한진해운으로 인해 그룹 동반 부실이 거론되자 한진그룹은 자구안 핵심이던 S-오일 지분을 매각하면서 유동성 위기에 대한 오해를 털어냈다.

한진은 이달 초 보유하고 있던 에쓰오일 주식 28.41%를 아람코에 팔아 1조9800억원 가량을 확보했다. 또 한진해운의 벌크전용선 사업부와 유가증권·비영업자산 매각을 통해 1조8000억원을 충당했다.

현재는 대한항공의 구형 항공기와 부동산 및 투자자산 매각, 그리고 한진해운의 해외터미널 매각 등이 남아있는 상태다.

이트레이드증권은 “한진그룹의 중요한 현안은 거의 마무리됐으며, 당분간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동부, 늦어도 8월까지 매각 ‘윤곽’


동부그룹 역시 올해 하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4344억원 중 약 60%에 해당하는 2600억원을 해결하고, 1644억원이 남았다. 나머지 금액은 현재 경쟁입찰중인 동부발전당진 매각 대금 및 계열사 자체 자금 확보를 통해 해결한다는 복안이다.

동부발전당진은 이르면 내달 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거쳐 늦어도 8월까지는 결론이 날 것으로 동부그룹 측은 예상하고 있다.


업황 부진, ‘과제’


한진과 현대그룹 등은 자구책 마련이 선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현대그룹 같은 경우 우려가 큰 상황에도 불구, 현대증권을 매물로 내놔 재무구조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계획할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업황이 문제다. 항공업계는 경쟁 심화로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해운업 역시 녹록치 않은 상황. 동부그룹 역시 철강업황이 중국 물량공세에 맞물리면서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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