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인 감축정책 발표‥“회사 어려우니 노동자들 나가라”

[스페셜경제=박단비 기자]우정사업본부가 우체국 100개를 없애고 700명의 인원은 감축한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2011년 이후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임시방편’을 결정하면서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4년 동안 적자‥우체국‧사람 수 줄이는 게 유일한 방법?
재택집배원들 열악한 처우 ‘논란’‥배달 많아도 수당적어


미래창조과학부 산하에 있는 우정사업본부(우본)가 올해 우체국 100개를 없애고 총 700명을 감축한다.
우본은 2011년 이후 올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우편사업의 경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력 감축 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인위적 숫자 줄이기, 논란 가중


21일 미래부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는 올해 700명의 정원을 감축해 350억원의 인건비를 절감하는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이미 지난 16일 취임한 최양희 미래부 장관에게 ‘신임 장관 업무보고서’ 형태로 보고됐다.

우정사업본부 측은 “신임장관 업무 보고에 나온 내용이 맞으며 현재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상태”라면서 “구조조정을 통해 생기는 초과 인원은 정년퇴직 등 자연감소형태로 처리된다”고 말했다.

우본이 정원 감축에 나서는 것은 우편사업 부문이 2011년 439억원, 2012년 707억원, 2013년 246억원, 2014년 585억원(예상) 등 적자 행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우본은 ▲6급 이하 창구망 조정(100개 우체국 폐국) 300명 ▲본부·직·청 등의 조직 슬림화 180명 ▲우체국 창구인력 효율화 110명 ▲방호업무 개선(24시간 근무∼주간 근무) 등을 통해 총 700명을 줄일 계획이다.

이로 인한 비용절감 효과는 6급 이하 창구망 조정(150억원), 본부·직·청 등의 조직 슬림화(90억원), 우체국 창구인력 효율화(55억원), 방호업무 개선(55억원) 등 총 350억원으로 예측하고 있다.

‘창구망 조정’의 경우 보편적 서비스를 위해 1면 1국은 유지하되 이용고객과 물량을 고려해 적자 유상임차국, 1면 2우체국 등을 통폐합 한다. 또 대학교 구내 우체국 중 100국을 폐국 후 우편취급국(76국)으로 전면 전환하는 작업을 병행한다.

이런 우체국 폐쇄와 인력 구조조정에 따른 공백은 우편 자동화설비 보급을 통해 해결할 계획이다. 우본은 올해 순로구분기 13대, 대형 통상구분기 1대, 고용량 소포구분기 1대, 무인 우체국 7국 등을 구축할 예정이다.


재택집배원들 불만 높아져만 가


하지만 이러한 우본의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노조 반발과 고객의 불편, 비정규직 문제 등의 부작용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전국우정노동조합(우정노조)은 연간 3200시간이 넘는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며 토요 집배 전면 폐지·노사합의 이행을 촉구하고 나선 상태다.

지난 5월에도 한 차례 논란이 있었다.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재택집배원들은 지방선거 공보물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일이 몇 배로 늘었지만, 우본 측은 당시 ‘예산부족’을 이유로 들며 일부지역에서 휴일 수당이 나오지 않았다.

이에 대해 우정사업본부는 “재택위탁배달원은 도급위탁계약에 따라 우편물을 배달하면 공휴일에도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으며, 별도의 수당 지급대상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재택집배원이란 하는 일은 일반 집배원들과 같지만, 집에서 우편물을 받아 거주지 주변 지역에 배달한다는 점만 다르다. 이들은 예전부터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한다며 억울함을 토로해왔다.

지난 2013년 노조를 만든 뒤 우본에서 처우개선을 검토했지만, 실질적으로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김을동 새누리당 의원은 2013년 국감당시 우본에게서 제출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해 거센 비난을 한 바 있다.
김을동 의원은 “재택위탁택배원은 대다수 40~50대 주부들로 공공근로의 성격으로 업무를 맡기는 것인데, 정규 집배원들이 본인들 업무까지 떠밀고 있는 게 아닌지 의문”이라는 말까지 했다.

당시 자료에 따르면 재택위탁 집배원은 우편물 배달량이 정규직 직원들 보다 많았지만, 오히려 급여에서는 더 적은 금액을 받았다.

문제는 우본 쪽이 4년 내내 적자를 기록하는 등 어려움을 겪자 재택위탁택배원의 수요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재택위탁택배원은 2002년 당시 350명에 불과했지만, 2013년에는 606명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숫자가 늘어나는 데 반해, 임금 인상률은 초라하기만 하다. 2002년 4450원이었던 시급이 2013년 5300원으로 올랐다. 일반 아르바이트 비용보다는 높은 금액이지만, 11년간 850원에 인상이라는 것은 얼마나 적은 금액인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하루 평균 6시간을 일한다고 계산 했을 때는 69만 9000원에 불과했다. 이들은 추가근무 수당이 따로 지급되지 않기 때문에, 맞춰진 시간 내에 배달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었다. 이들은 하루 평균 약 1327건의 우편물을 배달해냈다.

우본의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재택집배원들에 대한 일방적 계약해지와 우편집중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근무평가 독소조항 폐지 등도 요구하고 있어 당분간 우본과 노조와의 갈등은 쉽게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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