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공여금지 위반’ 혐의 檢 고발‥한라그룹 발목 잡나

[스페셜경제=조경희 기자]28일 만도 주총을 앞둔 한라그룹 정몽원 회장 및 만도 경영진들이 다시 한 번 상법상 신용공여금지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1일 ‘정몽원 회장 등 만도 경영진의 상법 상 신용공여금지 위반 관련 서울고검의 항고기각 결정에 불복해 재항고’하고 나선 것.

이 사안은 지난 2013년 4월 만도가 한라건설의 3435억원 유상증자를 지원하기 위해 만도가 100% 지분을 보유한 마이스터를 통해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이 발단이 됐다.

정몽원 회장측은 “더 이상 한라에 대한 만도의 지원은 없다”고 잘라 말했지만 당시 소액주주들이 발끈하고 나선 것에 이어, 국민연금 또한 ‘기업가치 훼손, 주주권익 침해’를 이유로 만도 대표이사 연임에 반대표를 던지는 등 파장이 큰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만도(孫)→한라건설(母)지원 후폭풍‥‘재벌 봐주기?’
“더 이상 지원 無, 지주사 전환 통해 투명경영 노력”



“그룹이 부도가 나게 생겼는데, 어떤 식으로든 지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지난해 3월 만도가 자회사 마이스터의 유상증자(3786억원)에 참여했다. 마이스터는 이 돈 가운데 3385억원을 다시 한라건설 유상증자에 넣었고 한라건설이 부도가 나는 것을 막았다.

지난해 3월 당시 만도는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그룹이 부도가 나는 것을 보고도 막지 않는 기업이 어디있느냐”며 항변한 바 있다.

사실상 건설경기가 침체되고 한라 역시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은 가운데, 그룹이 부도가 나도록 내버려두는 기업은 없다. 다만 경영상 필요하다고 ‘인정’ 되는 범위가 ‘어디까지냐’가 문제다.


경제개혁연대 ‘재항고’ <왜>


지난 1일 경제개혁연대는 만도의 한라건설(현 한라) 지원에 대해 정몽원 회장 등 만도 경영진을 상대로 상법 상 신용공여금지 위반 혐의로 고발 관련, 서울중앙지검의 불기소 처분에 대한 항고 결정에 대해 재항고했다.

이는 상호출자 규제, 계열사 부당 지원 및 상법 신용공여금지 규정 위반 등이 법률적 문제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특히 우회참여를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계열사 부당지원으로 판단,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요청을 한 상태이며 공정위는 ‘만도-한라그룹’ 계열사 부당지원 여부 확인을 위한 현장조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상 필요‥상법 어겨도 되나


경제개혁연대 강정민 연구원은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공정위는 만도-한라건설 간 계열사 부당지원을 위한 현장조사 까지 벌이는 반면, 검찰은 만도 내지 정몽원 회장의 주장만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

특히 그룹 최상위 회사인 한라건설이 재무적인 곤경에 처할 경우 종속회사인 만도의 사업관계도 흔들린다는 식의 막연한 논리를 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논리대로라면 상법 상 ‘신용공여’가 ‘경영상 필요’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가 얼마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경제논리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기업 혹은 오너 일가가 얼마든지 상위법을 위반하고도 ‘경영상 필요’를 이유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검찰은 만도가 마이스터를 통해 한라건설에 출자해 신주를 인수한 행위 자체는 상법 제542조의9 제1항에서 금지하는 ‘자금지원적 성격의 증권 매입’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 동조 제2항 제3호에서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신용공여 유형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경영 상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경우 ▲법인인 주요주주를 상대로 하거나 그를 위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행된 신용공여로 볼 수 있다는 것.

검찰은 향후 한라건설의 지분가치가 상승할 수 있으며, 한라건설이 추진 중인 사업에 마이스터가 지분을 참여하고 있어 재무구조 악화 방지에 노력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특히 총수 일가가 유동성 위기로 만도에 대한 경영권을 상실할 경우 만도의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우려했다고 알려졌다.

지주회사 전환도 비슷하다고 꼬집는다. 김 연구원은 “사실상 지주회사 전환도 비슷하다. 분할 전 만도의 현금 및 계열사 지분 대부분을 한라홀딩스가 가지게 되는 데, 선긋기를 한다고 해도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그 자금을 한라건설이 쓸 수 있는 기회가 한 번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한라그룹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더 이상의 지원은 없다고 수차례 언급했다. 또 지주사 전환을 통해서도 지원이 없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만도, “더 이상 지원 없다” 선긋기


만도는 이달 말 지주회사 체제를 위한 만도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다. 인적 분할과 정관 변경으로 계열사 지원에 대한 우려를 없애고 자동차 부품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겠다는 목표다.

특히 정관 변경도 진행할 예정이다. 한라홀딩스가 최대주주인 한라의 자산을 자기자본 대비 2.5% 이상 매입할 경우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받도록 정관변경을 하는 것.

한라홀딩스가 다른 계열사를 지원하지 못하게 원천봉쇄 하겠다는 것이다. 만도는 영업으로 벌어들인 잉여현금 배당 외에는 회사 밖으로 자본을 유출할 수 없게 된다. 만도 주주는 기업 가치가 다른 계열사로 흘러나갈 우려가 사실상 없어지게 된다.

기관투자자들의 이번 인적분할에 대한 태도도 긍정적이다. 지난 해 한라마이스터의 한라 유상증자 참여를 문제 삼아 올 3월 신사현 만도 대표이사 선임에 반대표를 던졌던 3대 주주 트러스톤자산운용(지분률 12.39%)이 이번 인적분할 안건에는 찬성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의 평가도 좋다. 하이투자증권은 만도에 대해 28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인적분할 안건이 가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16만원을 유지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3일 “분할상장 이후 만도는 자동차부품사인 OC와 지주회사인 HC로 나뉘게 된다”라며 “HC를 매도하고 OC만 보유한다면 투자자는 앞으로 한라그룹 리스크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2010년부터 2012년 사이 부여받았던 주가수익비율(PER) 14배에서 17배를 적용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라건설 살리기에 자회사인 ‘만도’가 나서면서 업계에서 크나큰 논란이 된 한라그룹. 당시 우리투자증권은 “한라건설 유증 참여는 시대를 역행하는 행위”라는 비난에 이어 “현재 영업가치 보다 큰 폭으로 하락한 주가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서 경영진은 소규모 주식매입이 아닌 시작에서의 근본적인 신뢰회복에 고민해야 한다”는 비판을 한 바 있다.

지주사 전환을 통해 제2의 성장을 비상을 노리고 있는 한라그룹의 향후 행보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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