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평 남짓 취조실 20개‥직원들 ‘억울하다’ 하소연

[스페셜경제=조경희 기자]지난 2월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소속 80여명의 감사가 이어지고 있는 삼성중공업. 그간 감사 과정에서 직원이 농약을 마시는 등 감사가 당초 예상 보다 어렵게 진행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감사를 받던 한 직원이 개인 블로그에 삼성중공업의 취조실에 대해 폭로하는 글을 올리면서 잔인한 감사가 지속되고 있음을 짐작케 하고 있다.

해당 블로그는 현재 폐쇄된 상태로 확인되지만 해당 직원이 쓴 ‘박대영 사장 전상서’는 인터넷에서 떠돌고 있다.

이 직원은 “정말로 죽고 싶은 한계까지 온 상태다”, “위장 장애가 일어나고 머리가 심하게 아파 오른쪽 목 위에 있는 종양제거 시술을 받았다”는 글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두 평 남짓한 이 취조실에서 삼성중공업 직원들이 감사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취조를 받은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후환 두려워 이야기도 못해‥80여명이 ‘내사’
“내 깨끗함을 죽여서 보여줘야 하느냐” 토로

지난 2월 시작한 삼성중공업에 대한 감사가 7월에 접어들고 있다. 6개월 내내 감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당초 감사는 3월 중순경이나 4월에 끝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2002년 이후 12년 만의 경영진단이라는 점에서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예측됐으나 감사가 6개월 이상 진행되면서 직원들의 고통 또한 증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부실규모가 1조원 이상으로 확인되면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은 저가수주, 납품비리, 임직원 윤리 등에 대해서도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감사를 받던 직원이 농약을 마시고 병원이 실려 가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삼성중공업의 감사 강도가 ‘내사’ 수준임을 짐작케 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거제지역일반노조 김경습 위원장 제공(취조실에 다녀온 삼성중공업 사원의 자필증언1)

‘박대영 사장 전상서’


거제조선소 공무지원팀에 근무하는 A과장(50)은 지난달 13일 감사를 받다 농약을 마셨다. A과장은 한 달 간 감사를 받고 있었으며 주변에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는 J부장이 자신이 억울한 감사를 받고 있는 데 항의해 삼성중공업 박대영 사장과 자신이 속한 사외조달팀 유 모 상무에게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J 부장은 6월 11일, 19일 등 감사를 받으면서 억울함을 토로하는 글을 여러 차례 썼다. 하지만 블로그 내용이 일파만파로 퍼져나가자 블로그가 중단된 상태다.

J 부장은 블로그에서 “6월 11일부터 28일(글 작성 기준)까지 감사를 진행중입니다. 대외협력사 관련 연류돼 금전수수를 했다는 압박을 받고 있는데 ‘사장님’ 앞에서 내 자신의 몸 하나 받쳐 맹세합니다. 전혀 그런 사항이 없다고 맹세합니다. 두 감사자에게 인간적인 모욕과 자존심을 밟는 모든 말에도 제 자신의 깨끗함을 위해 참고 있습니다”라며 감사로 인해 고통 받는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J 부장은 2006년부터 2011년 까지 해양조립2부장으로 근무했고 2012년 일부 조직 개편 당시 사외공정운영 파트에서 일했다. 2013년 부터는 사외조달팀 소속으로 일했다.


삼성중공업 거제지역일반노조 김경습 위원장 제공(취조실에 다녀온 삼성중공업 사원의 자필증언2)

20여개의 취조실 운영?


문제는 삼성중공업에 대한 감사뿐만 아니라 이 감사가 방음까지 되는 두 평 남짓한 공간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J 부장은 “X같은 두 자(사람이)가 내가 앉아있는 감사 4호방에 입실했다”, “진짜로 X같은 감사다. 일방적으로 인격을 모독하고 성희롱에 비유하는…”, “이날 오전 8시 20분부터 두 놈이 부정 수뢰 한 것이 있다고 압박을 한다. 나는 깨끗하다고 수십 번을 강조했다”고 토로했다.

삼성중공업 거제지역일반노조 김경습 위원장이 감사를 받은 직원들의 제보를 통해 알려진 취조실 일명 ‘룸’은 삼성중공업 본관 홍보관 3~4층에 위치해있으며 모두 감시카메라가 달려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룸의 크기는 2평 남짓이다. 또 감사직원 2명이 한조가 돼 조사가 이뤄지고 있으며 참고인이 조사를 받을 경우 1~2시간의 조사가 이뤄지지만 감사 대상자의 경우 감사가 종결되는 날까지 감사실로 아침 8시까지 출근해 오후 5시에 이르도록 조사를 받고 있다.

감사 직원은 감사실에서 감사를 받았던 이야기에 대해 감사 규정 상 일절 타인에게 발설을 하지 말아야 한다.


삼성중공업 거제지역일반노조 김경습 위원장 제공

자진사퇴 요구 까지


J 부장의 경우 지난 2006년~2011년 조립2부 시절 협력사 접점자와 2012년~2014년 사외 협력사 현황에 대해 파악한 후 삼성 임직원의 가이드라인을 위배한 사례 기록을 요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J 부장은 감사 중간에 감사를 거부하고 돌아와 업무를 하기도 했으며 이 과정에서 심한 스트레스, 두통, 위장장애가 일어났으며 종양제거 시술도 받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특히 과거 일에 대해 기억해내지 못하자 감사자 2명이 자신을 몰아붙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자진사퇴를 요구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삼성중공업 거제지역일반노조 김경습 위원장은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감사가 내사 수준으로 변질되고 있으며 결국 그룹 부실에 대해 30~40년간 삼성중공업에서 일한 직원들의 비리를 잡아내 강제해고 시키려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비리의 경중에도 차이가 있지만 10년 전 일까지 들춰내고 압박하는 것을 봤을 때 그룹 부실을 직원 구조조정으로 해결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취조실 이라기 보다는 (비즈니스)미팅 룸 개념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룸’ 개념의 감사실이 방음처리가 되고 카메라가 설치된 데에 대해 “방음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저가수주 후폭풍이 일고 있는 삼성중공업의 감사가 6달째 접어드는 가운데 구조조정 폭풍이 몰아붙일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중공업 거제지역일반노조 김경습 위원장 제공


다음은 현재에는 폐쇄됐지만, J모 보장이 블로그에 자신의 청렴을 강조하며 남긴 글이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님 전상서 - (유OO 상무 사외조달팀장님 참고)>


사장님 요즘 경영 현황 및 대외적으로 여러 악조건에 고생이 많으십니다.


조선.해양이 어울어져 미래의 삼성중공업의 밝은 장미 빛이 보여야 하는데 그렇게 못 해서 앞 날의 회사가 걱정스럽습니다.


사장님께서 년 초 비젼을 제시 하신 20.30.10 케츠프레이져에 저희 임직원 전체가 똘똘 뭉쳐서 한 발씩 앞으로 갈려고 노력을 하면 가능 합니다.


사장님 제가 이렇게 메일을 올리는 사항은 현재 진행 중인 감사에 제가 감사를 6/11부터 현재까지 진행 중입니다.


감사에 언급하는 사항은 제가 대협력사 관련해서 연류 되어 금전수수를 했다고 다그칩니다.


저 사장님 앞에 내 자신의 몸 하나 받쳐 뜻뜻하게 맹세 합니다. ...전혀 그런 사항이 없다고 맹세 합니다....


감사 진행 중에 두 감사자에게 인간적인 모욕과 자존심를밟는 모든 말에도 제 자신의 깨끗함에 참으며 .. 울분을터뜨리며 가고 있습니다.


저 맹세 합니다. 제가 죽는 한이 있어도 이 감사에 대해서 끝까지 청렴 결백함을 보여 주겠습니다.


저 자신의 자존심과 저 사랑하는 집사람 쌍둥이 아들 위해서라도 아빠의 깨끗함 그리고 양가 부모님들..그리고 또 제가 몸 담아서 회사에 기여하는 조직의 장으로서 상사님들과 조직원들에게 깨끗하고 명확한 업무 진행및 삼성 임직원 가이드 라인을 철저히 이행 해 왔다는 것을 뜻뜻하게 보여 주겠습니다.


현재 두 감사자에게 여러 제안을 했습니다.


해당 회사 대표님들 그리고 관련 협력사 임원진 상대로 해서 명확하게 면담 대화로 확인 가능 한데..일부 협력사들 퇴직자 대상으로 카더라식의 소문으로 임직원를 불러 감사를 실시 하고 있으니 저 같은 황당하게 당하고 있는 피해자 입니다


사장님 저는 2006년 부터 2011까지 사장님께서 해양사업 담당으로 계실 때 해양조립2부장으로 근무 했고..


2012년 일부 조직 개편 때 사외공정운영 파트에서 1년 근무 했습니다. 그리고 2013년 부터는 사장님이 조선.해양조직 대통합 차원에 해양블록 대조 제작이 회사내 장소 부족 .인원부족으로 사외 제작해야 할 블록이 많아서 사외공정운영 인원 중에 8명 별도 선정하여 지금의 사외조달팀의 구조조달 그룹내 조선.해양 합병하여 구조조달3파트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 조직이 대협력사 접점이 많은 파트로서 늘 저 자신은 물론이고 파트원에 부정 관련 보안 관련해서 교육 및 깨끗한 마음 가짐을 가지도록 실천 해 왔습니다.


해양화를 위해서 열악한 사외 협력사 운영하기 위해서 담당자들과 파트장인 제가 열심히 뛰어 다닌 결과가 이렇게 돌아 오니 앞으로 어떻게 대협력사 운영을 해야 할 지 고민스럽습니다.


요즘 일부에서 복지부동이 최고다. 싱글 건으로 서로 내 것이 아니라 떠 밀기식 업무 적극적으로 할려는 자세가 팽배져 가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무사안일 주의가 안전하다는식 이런 현상이 왜 생기는지 잘못하면 벌을 받게 된다는 식의 자세들이 무섭게 되어 가는 회사의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사장님 회사의 여러 어려운 난제를 해결 하실 것도 많으시고, 수주를 하실려고 고민도 많으실텐데.


저마저 이렇게 심려를 끼쳐서 죄송 합니다.


회사의 깨끗한 기업 문화 풍토를 위해서 감사는 반드시 있어야 함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저 정OO 다시 한 번 청렴 결백함을 밝히고 나서 회사 해양화에 적극적으로 기여 할 것을 맹세 합니다.


저의 답답한 심정을 봐 주셔서 감사 합니다.



2014. 6. 26. 정oo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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