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공급 실적 없어도 허용…업계 반발 커

[스페셜경제=조경희 기자]삼성토탈(손석원 사장)이 2부 알뜰주유소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정유업계가 술렁거리고 있다.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업계 빅4가 장악하고 있는 주유소시장에 새로운 대형사업자가 출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토탈이 ‘정유사’가 되는 건 시간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삼성토탈은 이미 국내 휘발유 시장의 제5공급사로 한국석유공사에 알뜰주유소용 휘발유를 공급하고 있고 2부 시장은 지난 2012년부터 공급권을 획득해왔다.

정부에서는 정유4사 이외 신규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과 더불어 정유사의 우월적 지위 남용에 따른 불공정행위를 차단할 수 있는 대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석유공사가 삼성토탈에 대한 특혜 차원이라고 입을 모은다.



2부 시장 나눈 후 3년간 ‘공급권’ 획득
유류세 감면 받고 무관세로 수입했다?


삼성토탈이 알뜰주유소 2부 시장에 대한 공급권을 획득하면서 정유업계가 뒤숭숭한 분위기다. ‘삼성주유소’가 탄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부 시장은 휘발유와 경유 공급업자를 구분해 모집하되, 한 회사가 두 유종 모두에 입찰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토탈은 2가지 유종 모두에서 낙찰업체로 뽑혔다. 특혜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삼성토탈은 지난해 수의계약으로 공급권을 따낸 데 이어 올해에는 경유 생산을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입찰을 따냈다는 점에서 한국석유공사의 밀어주기 의혹도 일고 있다.


정유업계 표정관리 <왜>


삼성토탈은 상섬그룹의 석유화학기업으로 삼성종합화학과 프랑스 토탈이 50%씩 출자한 회사다. 삼성토탈의 주력 사업은 방향족 등 화학제품이 주력이지만 휘발유와 항공유도 생산한다.

하지만 생산방식이 정유업계와는 다르다. 파라자일렌, 벤젠 등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석유 제품을 얻는다. 정유사는 일반적으로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에서 알뜰주유소를 거론할 때 빅4 외 ‘삼성토탈’이라고 부르는 데 이는 대한석유협회 회원사로 가입을 해야 국내 정식 정유업체로 인정할 수 있는 분위기다.

삼성토탈 역시 대한석유협회에 가입해 제5정유사로 공인받겠다며 회원가입을 신청했지만 승인은 보류된 상태다.

대한석유협회 총회에서 정유4사는 “기존 회원사와 성격이 다른 삼성토탈이 회원을 가입했을 때 예상되는 사안에 대해 신중하고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가입승인을 보류한 것.

삼성토탈이 원유 정제시설이 없고, 주유소 운영도 하지 않아 정유사로 보기 어렵다는 내용의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다. 기존 빅4 정유사들은 정유산업이 국가기간산업인 만큼 손실을 감수하면서 현재의 위치에 도달했는데 삼성토탈이 단지 휘발유를 생산하는 것만으로 정유업계에 무임승차하려는 의도가 크다는 속내를 드러낸다.

이에 대해 삼성토탈 관계자는 “이미 2010년 석유정제설비를 만들면서 정제업에 등록이 된 상태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원유정제설비가 없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최근 대산공장에 원유정제설비(CFO)를 증설해 초경질원유인 콘덴세이트에서 직접 부생연료유를 생산해내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 지적하는 유통 인프라에 대해서도 보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삼성토탈은 지난 2월 석유공사가 보유한 대한송유관공사 지분 2.26%를 98억5000만원에 사들였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이 19일 오전 경기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삼성토탈의 정유업 진출을 포함한 석유제품시장 경쟁촉진 및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특혜의혹 왜 끊이지 않나


삼성토탈의 알뜰주유소 공급권 획득과 관련된 특혜 의혹은 이번 한번뿐이 아니다.

지난 4월에도 한국석유유통협회와 한국주유소협회는 “휘발유 등을 저장하는 저유소, 판매하는 주유소 등 유통망을 갖추고 있지 않은 삼성토탈이 석유공사를 통해 휘발유와 비슷한 ‘반제품’을 만들어 알뜰주유소에 판매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며 비판한 바 있다.

삼성토탈은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부생연료유를 부산물로 생산해 판매해 왔다. 석유공사는 삼성토탈로부터 넘겨받은 물량의 품질을 보정하고 세금을 얹어 알뜰주유소에 공급한다. 이 때문에 삼성토탈은 정유사와 달리 유류세를 내지 않았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석유사업자는 주유소, 대리점을 확보하기 위해 적잖은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며 "삼성토탈과 알뜰주유소로 인해 자율적인 석유시장 상거래질서가 완전히 무너졌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삼성토탈 관계자는 “기존 반제품으로 석유공사에 납품해왔고 석유공사가 유류세를 납부, 삼성토탈이 정산하는 과정을 거쳤는데 특혜 논란 이후에는 유류세를 내고 있다. 반제품 납품의 경우 삼성토탈은 내수용 보다는 제품의 60% 이상이 해외 수출을 목표로 만들어졌기 때문이지 유류세를 피하기 위해 반제품을 납품해온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공개입찰 전환했지만‥경유입찰도 따내


한국석유공사는 지난해 삼성토탈과의 수의계약이 논란이 되자 공개입찰로 전환했다. 이번에는 휘발유에 이어 경유 공급권까지 모두 획득했다.

삼성토탈의 경유 생산은 하반기에 예정돼 있다가 6월말로 일정을 앞당겼다. 업계에서는 2부 시장 공급권 공개입찰을 하반기에 경유를 생산하는 삼성토탈의 일정에 맞췄다고 비난했다.

또 입찰 참여 조건도 전년도 휘발유, 경유, 등유 등 공급실적이 조건이었는데 삼성토탈은 경유 공급실적이 없지만 공급권을 획득했다.

무엇보다 1~2부 시장을 구분할 필요 없이 석유제품 생산·유통능력을 보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입찰을 진행하면 되는데, 굳이 석유공사 비축시설 등 국가기반설비를 사용해가면서 2부 시장이라는 것을 만든 것부터 특혜
라고 지적한다. 시장이 나눠지지 않으면 삼성토탈이 입찰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삼성토탈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공개입찰을 통해서 정유사 포함해 복수입찰자들이 입찰을 해서 낙찰을 받았다. 알뜰주유소 자체가 국민경제에 보탬도 되고 서민들에게 보다 저렴한 석유제품을 공급하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에 삼성토탈 역시 참여하게 됐다. 전혀 특혜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특히 반제품 상태로 만들어지는 휘발유는 국내 판매제품이 아닌데, 2012년 정부의 유가정책 이후 알뜰주유소 시장에 참여하게 됐다는 것.

정부는 지난 2012년 지식경제부 등 5개 정부부처가 4대 정유사가 과점하던 휘발유 공급시장에 삼성토탈이 신규 사업자로 참여하는 내용을 포함한 유가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석유제품시장 경쟁촉진 및 유통구조 개선안 중 하나다.


관세 혜택 봤다?


삼성토탈은 올해 1분기 분기보고서 내용 중 ‘주요 원재료 등의 현황’에서 주요원료인 콘덴세이트를 ‘납사 및 LPG’ 항목에 포함시키고 납사로 수입해 무관세 혜택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삼성토탈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삼성토탈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시에 있어서 단순 실수나 누락”이라며 “만약 세금회피 목적이었다면 관세청에서 바로 통보가 왔다. 절대 고의가 아니고 비상장 기업이다 보니 상장 기업에 비해서 실수나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알뜰주유소 2부 시장이 형성되면서 2012년부터 3년간 공급권을 따낸 삼성토탈. 국내 정유사들이 삼성토탈의 일거수 일투족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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