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적자', 민간 발전 '흑자'‥기이한 수익구조

[스페셜경제=조경희 기자]올해에도 유례없는 전력난에 블랙아웃의 공포가 예고되는 가운데 민간 발전사가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지난해 원자력 발전소 비리로 유례없는 전력난이 이어졌다. 올해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민간 발전사에서 생산하는 전기를 한국전력이 구입하고 발전소 건설에 대한 보상 성격으로 전력을 생산하지 않아도 지급하는 수천억 원대의 비발전 용량 정산금까지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력거래소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민간 발전사들이 지난해 7월까지 벌어들인 수입은 약 6조5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전력난이 고점을 찍었던 8월까지 포함하면 지난해 12조원의 수입을 벌어들인 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 대기업들이 앞 다퉈 민간 발전사 시장에 진입했으며 현재는 마땅한 수익원을 찾지 못하는 보험사 역시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스페셜경제>에서는 여름을 앞두고 국내 민간 발전사의 현주소에 대해 살펴봤다. <편집자주>

전력난 마다 표정관리 바빠‥매년 수조원 이익
전력 생산단가 높은 액화천연가스 전력 ‘강매’


지난해 최악의 전력난을 겪은 이유 중 하나는 원전 비리 때문이다. 원전 정비부품의 시험성적서 등이 위‧변조 되면서 안전을 이유로 원전 가동이 중지됐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원전 마피아들이 업계를 장악하고 이를 알고도 묵인하는 폐쇄적인 구조들이 지적되면서 원전 비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원전 정비 부품의 시험성적서가 조작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원전가동이 결국 중지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6개 국가공인시험기관의 시험검사업무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결과 A시스템 등 4개 업체가 원전 정비기관인 한전 KPS에 7건의 위·변조 시험성적서를 제출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는 국민적 신뢰감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원전 부품 위조문제가 또 다시 불거져 원전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게 됐다. 나아가 원전 가동이 멈추게 되면서 또 다시 전력난에 시달리게 되고 이 과정에서 민간 발전사만 ‘대박’이 나게 되는 상황이 예고되고 있어 우려가 커진다. 전력 시장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속적으로 문제제기 되는 이유다.


전기 비싼 이유 <왜>


전기는 한전 6개 자회사와 민간 발전사가 주로 생산을 담당한다. 한전의 6개 자회사는 수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를 총괄하는 한국수력원자력과 화력발전소를 지역에 따라 5개로 나눈 한국동서발전, 한국남동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서부발전이 있다.

반면 민간 발전사는 천연액화가스(LNG)를 이용해 가장 비싸게 전기를 생산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에는 한전이 전기를 생산, 판매해 왔다. 수익이 나도 손해를 메울 수 있는 구조였다. 하지만 지난 2001년 전력사업 경쟁력 도모를 위해 한전 발전소들을 자회사로 쪼개 전력은 한전 자회사와 민간 발전사가 담당하고 한전이 한국전력거래소를 통해 구입,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한전은 가장 싼 값으로 생산한 전기부터 사돼 가장 비싸게 생산한 가격을 지불한다. 한전과 민간 발전사는 ‘견원지간’으로 비유되는 데, 한전은 지난 2011년에도 민간 발전사의 전기 단가가 너무 비싸다는 지적을 한 바 있다.

다만 최근 한전은 민간 발전사와의 ‘거리 좁히기’의 일환으로 포스코에너지·GS EPS·GS파워·MPC 율촌 등 4개 민간 PPA사와 상호 협력관계 구축을 골자로 하는 기술컨설팅 협약을 체결했다.

PPA사업자는 2001년 전력시장 개설 이전 한전과 전력거래 계약을 체결해 약정가격에 생산전력을 직거래하고 있는 민간 발전사로, 포스코에너지 등 4개사의 일부 발전기가 PPA 거래대상이다.


민간 발전사는 ‘대박’


지난해 전력거래소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민간 발전사들은 지난해 7월까지 벌어들인 수입은 약 6조5000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2년 10조 4000억 원, 지난 2009년 3조6000억 원의 수입에서 4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원전 비리로 인해 원전이 가동을 멈추면 전력거래소는 부족한 전력을 위해 민간 발전사에서 전기를 끌어왔고 이 가운데 전력 생산단가가 높은 액화천연가스 발전 전력 등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내 시장은 한국전력의 6개 자회사가 국내 전력의 90% 가까이를 맡고 있고 나머지 10%를 민간 발전사가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수력원자력의 잇단 부품 비리로 원전 가동이 중단되면서 민간 발전사의 전력담당은 기존 10%에서 지난해 15% 까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원자력 발전기는 23개 중 5월 기준 11기가 가동을 중단했는데 이 기간 동안 민간 발전사가 생산한 전력을 끌어다 썼던 것이다.

문제는 이들 민간 발전사들이 대부분 대기업이라는 점에 있다. 민간 발전사들은 지난해 전력수입판매에서 SK E&S, 포스코에너지, GS EPS, GS파워 등 대기업 4사의 비중이 52%에 달한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SK E&S는 작년 순익이 6097억 원, 포스코에너지 1818억 원, GS파워는 797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막대한 이익은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돌아간다. 사업의 대부분을 대기업이 쥐고 있고 또 이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이 전력 산업에 재투자 보다는 ‘배당’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포스코에너지, 시가 보다 1000억 더 줘


포스코는 동양파워 인수에 1000억 원 이상 높은 가격을 지불하면서 동양파워 인수에 성공했다. 포스코에너지는 지난 18일 동양파워 지분 100%를 4311억 원에 사들이기로 계약했다고 공시했다.

발전사업은 초기 투자비는 많이 들지만 일단 상업운전만 시작하면 바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알토란 사업이기 때문에 자금 여력이 넉넉한 그룹이 노리는 사업 중 하나다.

포스코에너지는 현재 LNG복합화전을 가지고 있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민간기업에게는 석탄화전을 소유할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동양파워는 삼척화전을 가지고 있다. 때마침 정부 규제까지 풀리면서 포스코 입장에서는 동부제철 보다 동양파워 인수에 더 긍정적일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포스코에너지측은 삼척화전이 준공되면 매출은 연간 1조5000억 원, 영업이익은 3000억 원 이상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험사들도 시장 앞 다퉈 진출


사정이 이렇다보니 보험사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마땅한 수익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국내 보험사들이 대체투자처 발굴에 나서면서 민간 발전사에 대한 투자를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보험사들은 민간 석탄화력발전소를 주목하고 있는 데, 석탄화력발전소는 정부가 위험을 담보하는 등 안정성이 확보된다는 점에서 대형 생보사들의 투자 욕구가 높아져 있다.

생산된 전기를 한국전력이 구입해주고, 정부 역시 발전 사업에 대한 수익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장기적이며 안정적인 투자처로 매력이 높다는 것이다.

또 해마다 전력 부족 우려가 제기되면서 민간 발전사의 사업투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대형사들 역시 여기에 편승, 투자를 늘리겠다는 의도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강원도 동해시에 건설 중인 GS그룹의 ‘북평화력발전소’에는 삼성화재와 삼성생명, LIG손해보험, 현대해상 등이 이미 투자 중이다.

또 동부그룹과 SK그룹의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사업 역시 보험사들의 투자가 이어질 전망이다.


동부발전 당진 누구 품?


포스코가 패키지 매각을 ‘거절’ 했지만 동부발전당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바 있다. 개별매각의 경우 재검토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동부발전당진은 민간기업 중 최초로 석탄사업 발전을 허가받은 업체로, 2015년 12월 말 100㎾급 석탄 화력발전소 설립을 완료하고 2016년 1월부터 본격적인 전력 생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2016년부터 안정적 수익이 예상된다. 2019년 상업생산이 예정돼 있는 동양파워보다도 이른 시일 내에 성과를 안겨줄 수 있다.

업계에서는 석탄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포스코가 동부발전당진 공개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깊어가는 고심


기업들이 앞 다퉈 민간 발전사 시장에 진출하면서 정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끊이지 않는 혜택, 특혜 논란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22일 한국전력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민주당 박완주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력거래소에서 구입한 민간발전사(IPP)의 전기는 167.46원/㎾인 반면 PPA는 186.70원/㎾으로 단가가 19.24원 차이가 났다.

박 의원은 한전이 PPA 장기계약을 맺은 포스코 에너지, GS EPS, GS 파워, MPC 율촌 등 4개 민간발전대기업에 3년간 IPP가격보다 비싼 값으로 전기를 사들여 특혜를 줬다고 지적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한전이 대기업 민간발전사로부터 구입한 전기는 모두 6만392GWh·10조4480억 원이다. 이 가운데 IPP가 4만2992GWh· 7조1993억원을, PPA는 1만7400GWh·3조2478억원을 차지했다.

한전이 공개한 단가차이를 대입하면 PPA는 IPP보다 ▲2012년 3136억원 ▲2011년에 2640억원 ▲2010년에 2624억원 등을 더 받은 셈이다.

더욱이 PPA사는 ▲포스코 에너지 23년(1997년~2020년) ▲GS EPS 20년(2001년~2021년) ▲GS 파워 18년(2000년 ~2018년) ▲MPC 율촌 20년(2005년 ~2025년)이 장기계약을 맺고 있다.

한전은 대기업민간발전에서 생산하는 전기를 발전사와 직접 거래해 구입하는 PPA와 전력거래소를 통해 발전사별로 입찰이 진행되는 IPP 등 2개의 제도를 통해 구입하고 있다.

PPA는 2001년 4월 출범한 전력거래소 이전에 한전이 거래했던 민간발전사가, IPP는 1994년 본격적으로 시작된 민간발전이 주로 참여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완주 의원은 “그동안 민간 발전사들은 시장논리에 의해 수익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별도의 특혜시장이 운영된 의혹을 받게 됐다”며 “민간발전사들이 PPA를 통해 독점시장과 수익을 보호받는 만큼 공적 규제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완주 의원실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대기업 계열 민자 발전소 업체들이 수익이 나기 때문에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수익이 나지 않을 경우 사업을 접을 가능성도 크다. 국내 민자 발전소들은 전력의 10%를 담당하고 있는데 수익이 나지 않을 경우 이 10%를 어디서 가져오느냐가 큰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국가 기간산업인 전력산업이 민간에 의해 좌지우지 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발전소 짓지 않아도 벌칙 無


또 이들 민간 발전사들은 사업에 참여했다가 전력난이나 수급 조건을 따져본 후 발전소 계획을 철회하는 일도 빈번한데 이에 대한 제재가 없다는 비난도 인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민간발전사 발전소건립 철회 및 미반영 현황’에 따르면 2012년까지 발전계획에 참여했다가 포기한 업체는 GS-EPS, 대우건설,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등 모두 453만㎾에 달하지만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6차 전력수급계획에 사업인가를 받은 민간발전사는 SK건설, 삼성물산, 동양파워, 동부하슬라, GS EPS, 대우건설, SK E&S, 현대산업개발 등으로 이 가운데 GS EPS, 대우건설 등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만간 발전사들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전기요금이 사실상 한전 자회사들의 부정과 부패로 대기업 계열사들에게 넘어가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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