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수주 후폭풍에 직원 ‘자르기’ 논란 까지

[스페셜경제=조경희 기자]지난 2월 시작한 삼성중공업(박대영 사장)감사가 6월로 접어들었다. 길어도 6주 이상은 늘어지지 않을 것이 전망됐다. 3월 중순경이나 4월에 끝나는 것으로 분석됐지만 4달이 지났다. 그 사이 감사 강도는 더욱 세졌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경영실적, 저가수주, 납품 비리를 포함해 임직원들의 기업 윤리까지 살펴보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최근 감사를 받던 삼성중공업 직원이 농약을 마시고 병원에 실려 가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삼성중공업의 감사 강도가 ‘내사’ 수준임을 짐작케 하고 있다.

삼성측에서는 ‘구조조정’은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미 조선소 직원들이 지난 13일 전후로 ‘희망퇴직’ 관련 문자메시지를 받았다는 것.

일각에서는 중공업의 부실을 털어내기 위해 직원들을 내사해 거리로 내몰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삼성중공업의 현 상황에 대해 짚어봤다.

감사 받다 농약 마시고 병원行‥심리적 부담 컸나
경영 잘못한 임원 대신 직원 ‘명예퇴직’ 동의서?


지난 17일 삼성중공업 직원이 그룹 감사를 받던 도중 농약을 마시는 일이 발생했다. 해당 직원은 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지만, 그룹 감사가 사실상 ‘고강도 내사’ 수준임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거제조선소 공무지원팀에 근무하는 A과장(50)은 지난 13일 감사를 받다 농약을 마신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A과장은 한 달 간 감사를 받고 있었으며 주변에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은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막대한 손실을 얻은 삼성중공업의 경영실적과 더불어 저가수주, 납품 비리를 포함한 임직원들의 기업 윤리 까지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상은 임직원들의 경영 실적 보다는 직원들의 비리 포착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년 전 일도 다 ‘소급적용’?


“10여년 전에 있었던 일도 들춰내 문제가 있으면 명예퇴직을 유도하고 있다. 경고 정도로 끝날 사안에 대해서도 중복 조사를 통해 압박을 가하는 등 당초 ‘경영진단’이라는 목적은 찾아볼 수 없다…”

2012년 9월 삼성중공업에서 해고된 김경습 거제지역일반노조 위원장은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징계 조치에 끝날 일이 해고 사유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노조위원장에 따르면 “1차 구조조정 대상자는 과거 ‘비리’를 저질렀던 직원들이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죄질’이 최근 갑을논란 등과는 다르다. 업체로부터 사과 한 박스, 문화상품권을 받은 사례나 밥을 먹거나 골프를 친 일 까지 모두 조사 대상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비리의 ‘경중’ 이다. 즉, 10년 전 까지 비위 사실을 조사해 구조조정 등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것. 원칙과 기준 대신 신상 털기 수준으로 비위사실을 확인해 퇴사를 유도하고 있다는 것.

이에 지역언론인 <경남신문>은 지난 5월 15일 삼성중공업 감사가 시작되면서 지역 상권이 얼어붙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신문은 지난 2월부터 경영진단을 위해 거제를 방문한 삼성그룹 측 인사 50여명이 지역 가게 등을 수시로 방문해 사원들의 사진을 보여주고 출입횟수, 동석 인물 등의 이야기를 캐묻고 다닌다고 보도했다.

또 유흥주점과 식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삼성그룹 측 인사들이 신현읍 지역을 중심으로 각종 가게에 들러 밑도 끝도 없이 ‘A라는 사람을 아느냐’, ‘B의 비리를 알고 있으면 이야기해 달라’, ‘C가 언제, 누구와 이 가게에 왔었냐’ 등을 묻고 있어 지역 민심까지 흉흉해지고 있다는 것.

삼성그룹이 12년 만에 삼성중공업 경영진단에 나섰고 또 유난히 길어진다는 점에서 지역에서는 1000명 감축설도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징계의 사유는 될 수 있지만 해고 사유는 될 수 없다. 물론 비위를 저지른 임직원들을 감쌀 수 없지만 큰 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직원들을 범죄자처럼 모는 것은 무리가 있다. 사실상 해고를 위한 감사라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구조조정 서막 오르나


삼성중공업은 구조조정은 단지 루머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구조조정의 서막이 올랐다고 평가한다. 이미 조선소 직원들이 지난 13일 전후로 ‘희망퇴직’ 관련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사측이 6월 13일 일부 조선소 직원들을 대상으로 보낸 문자메세지에는 ‘희망퇴직 생산직 만50’라는 제목의 메시지가 발송됐다. 희망퇴직 생산직 만60세 이상(64년생부터 해당) 기초상여 100% 기준 60개월. 사무직군 64년생부터 계약연봉 3년치. 6월 16일부터 7월말까지 접수받음. 단, 만 64세 이상 부터는 개월 치 차등지급. 현장 상여금 기준 2573000원(100%) 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사실상 희망퇴직이 시작된 것이다. 김 위원장은 “결과적으로 경영진단을 빙자한 정리해고가 시작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어 “사원들이 감사를 받다가 농약을 마실 정도면 이 감사가 얼마나 잔인하게 진행되는지, 감사를 받으면서 동시에 희망퇴직을 받는다는 것은 결국 구조조정이 이뤄진다는 것을 뜻한다”고 덧붙였다.


삼성중공업, “사실무근”


이와 관련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구조조정이 벌어진다거나 희망퇴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희망퇴직 문자도 출처를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중공업 감사가 예정 보다 길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감사는 1년 365일 모두 진행될 수 있다. 비리를 저지른 직원에 대한 감사는 당연하다. 죄를 덮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일각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거제지역일반노조 위원장에 대해서는 “이미 삼성중공업에서 해고됐으며 더 이상 직원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책임은 누구에게?


삼성중공업은 지난 1월 79%의 성과금을 받았다. 1분기 실적을 발표하기 전이다. 또 지난 4월 25일 올해 실적은 14조6000억 원으로 전망한다고 공시했다. 보수적으로 회계기준을 잡은 만큼 이미 부실을 털어냈다는 전망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매출 14조8345억 원, 영업이익 9142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012년 보다 소폭 올랐지만 영업이익은 24.2% 하락했다. 당기순이익도 2012년 7964억 원에서 2013년 6322억 원으로 20% 감소했다.

삼성중공업의 부실 수주는 해양플랜트 쪽에서 대거 발견됐다. 삼성중공업의 매출 비중은 해양 부문 매출 비중이 60% 가까이 되지만, 해양플랜트 투입에 따른 공정 차질 우려가 있고 저가 수주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성과금을 받은 지 불과 몇 달이 지났다고 1000여명을 구조조정 하는 것인가”라며 반문했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삼성중공업의 매출이 하락하고 어닝 쇼크를 걷고 성과금을 나눠주던 회사에서 이제는 ‘비위’를 들춰내며 권고사직 혹은 명예퇴직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어 “적자수주로 경영에 위기가 왔다면 이를 담당한 사장과 임원이 지어야지, 직원들을 구조조정 하는 것이 맞느냐”며 성토했다.


삼성중공업 개편설도 솔솔


삼성그룹이 지배구조를 개편중인 가운데 삼성중공업에 대한 개편설도 나오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실적 쇼크에 이어 1조원대의 부실이 드러나면서 삼성중공업의 조직 개편설, 근무지 이동 등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현재 지배구조 개편이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삼성중공업의 대규모 부실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에 일정정도 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연말 완공을 목표로 8층 규모의 1500여명 연구 인력을 수용할 수 있는 판교R&D 센터를 건립 중에 있다. 경영지원 관련 인력은 거제 본사로, 설계 연구 인력은 판교로 옮기는 방안이 거론됐었다. 하지만 서울 사무소를 조선소가 위치한 경남 거제시로 아예 옮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은 향후 지배구조 개편 대상으로 ‘건설’ 부문이 거론되는 데 삼성중공업 역시 사업구조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삼성중공업은 조선, 해양, 건설 부문을 가지고 있는 데 이 건설 부문에 대한 대대적인 재편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 삼성중공업의 전체 매출 중 건설 부문은 3.5%에 그치고 있다.

삼성그룹 주요 건설 계열사는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이지만 실적 악화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건설 부문에 대한 손보기가 시작될 수 있다는 평가다.

주요 시나리오 중 하나는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을 합병한 다음 삼성중공업 건설 부문을 분리, 통합하는 안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삼성중공업의 몸집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조선, 해양 부문에서도 조선해양영업실과 생산, 설계, 조직을 중심으로 일부 부서를 통합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변화는 현재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대대적인 재편이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삼성중공업의 행보에 업황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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