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전환에서 직접 상속까지‥남겨진 과제들

▲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삼성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서있는 삼성에버랜드가 내년 1분기 상장을 예고했다. 삼성에버랜드는 지난 3일 이사회를 통해 상장을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삼성에버랜드는 글로벌 패션·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재계나 증권가 등 여론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일환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재계나 증권가 등에서는 온갖 시나리오와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본지>는 삼성에버랜드의 상장으로 경영권 승계에 대한 시나리오에 대해 분석해봤다.


이와 더불어 이 부회장이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를 편법으로 증여받은 것에 무죄를 받았지만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또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확실시되는 양상에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이 부회장의 경영능력 의구심에 대해 짚어봤다.


앞서 <본지>는 증권가에서 떠오르고 있는 <삼성그룹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에 대해 살펴봤다. 그러나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는 공정거래법에 의해 (제8조 2의 5항 → 일반지주회사는 금융업 또는 보험업을 영위하는 국내회사 주식을 소유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로의 전환 가능성에 대해 희박하게 보고 있다.


역시 상속으로 가야하나?


그렇다면 이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과 삼성전자 지분에 대해 이 부회장이 상속받아 현재처럼 삼성전자를 우회 지배하는 방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경영권 승계의 최대 쟁점은 이 부회장이 얼마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느냐 이다. 삼성전자는 삼성그룹에서 최고 매출을 올리는 그룹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그룹 내 지배력을 상실하지 않기 위해 상속받아야 할 이 회장의 주요 지분은 삼성생명 지분 20.76%(41,519,180주)와 삼성전자 지분 3.38%(4,985,464주)이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한다면 지난 5일 주가기준으로 삼성생명(101,500원)의 지분가치는 4조 2141억원이다. 삼성전자(1,457,000원)의 지분가치는 7조 2638억원이다.


이를 단순계산으로 합하면 11조 4779억원이다. 이 부회장이 이를 상속받기 위해서는 대략적으로 5조 7389억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상속에 대한 자금은 삼성SDS상장과 삼성에버랜드에 대한 상장으로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삼성SDS 보유지분은 11.25%(8,704,312주)로 지분가치는 장외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가격 20만원으로 계산하면 1조 7400억원이며 삼성에버랜드의 보유지분은 25.1%(627,390주)이다.


삼성에버랜드의 주식 가치는 2대 주주인 KCC에 주식을 매도할 때 주당 182만원에 팔았고 그 후 공정가액이 계속 182만원으로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최소 200만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한 주당 200만원로 계산했을 때 이 부회장의 에버랜드 지분가치는 1조 2548억원에 달한다. 이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가치와 삼성에버랜드 지분가치를 합산하면 2조 9948억원이 된다.


물론 상장 이후 이 부회장에 대한 지분가치는 삼성그룹의 경영권과 연관되어 있어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어 더 증가할 것으로 시장의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가 상장되어 이 부회장의 지분가치가 상승한다고 하더라도 경영권 방어와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모두 매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삼성에버랜드가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19.34% 중 10%가량을 매각하고 이 부회장이 이회장의 삼성생명 지분 중 10~20%를 증여 또는 상속받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전자와 생명의 지분 상속이 관건‥
재원 마련 위해서는 실탄 확보 절실‥ 정답은 상장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20.76%를 보유한 이 회장이고 2대 주주는 19.34%를 보유한 삼성에버랜드이다. 이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이 에버랜드의 금융지주회사로의 전환을 커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부회장은 이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을 어떠한 방식으로든 상속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의 최대주주가 되면 현재 증권가에서 제기되는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아도 된다. 이는 그룹 내 지배 구조가 현재 이 회장에서 이 부회장으로 이어가는 구조여서 비용부담이 적고 지배력도 그대로 유지되는 형태라는 분석이다.


▲ 이건회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전자공시 시스템 사업보고서)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의 지분 19.34% 중 10%를 매각한다고 가정했을 때 현재 이 회장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이 회장(20.76%), 삼성문화재단(4.68%), 삼성생명공익재단(4.68%) 등 51.11%에서 41.11%로 낮아진다. 그러나 이는 경영권 방어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또한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 지분 20.76%중에서 일부 내지는 전부(15~20%)를 상속받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15~20%를 보유한 이 부회장이 되며 에버랜드는 9.34%로 여전히 2대주주가 된다. 상속세는 에버랜드의 지분을 매각할 필요 없이 출자구조에서 빠져있는 삼성SDS 지분매각으로도 충분히 상속에 대한 세금을 낼 수 있다.


이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SDS 지분을 전부 매각하더라도 삼성SDS의 최대주주(삼성전자)는 변동이 없다. 또한 이 부회장은 에버랜드와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로 삼성전자를 우회 지배하기 때문에 삼성SDS에 대한 보유지분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이에 반하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삼성SDS 상장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자신의 삼성SDS 보유지분 매각을 최소화 하거나 팔지 않고 성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지난달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이 부회장과 이부진-이서현 사장 등의 지분 19.05%를 구주매출 과정에서 지분매각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만삭스는 삼성SDS IPO(기업공개) 거래의 대표 주관사다. 삼성SDS 상장을 발표하자 시장에서는 이 부회장 등 3남매의 삼성SDS 보유지분이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 상속을 위한 실탄으로 쓰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이 부회장 등이 보유한 지분은 삼성SDS가 헐값 BW(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을 통해 저가(주당 7150원)에 취득한 것이라는 비판이 더해지면서 편법 상속논란에 다시 한 번 불이 붙는 분위기다.


골드만삭스는 이런 지적을 미리 예상하고 IPO 과정에서 구주매출의 방식으로는 이 부회장 등이 지분을 처분하지 말 것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후계자인 이 부회장이 지분을 유지하고 IPO 과정에서 발행할 신주로 얻어질 자금을 회사의 해외진출에 사용해 기업 가치를 키우는 과정을 실현해내면 이 거래의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그룹 전체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다고 제시한 것이다.


이는 이 부회장이 이번 IPO에서 지분을 팔지 않더라도 상장이 이뤄진다면 지분가치는 시장가격을 적용 받아 삼성전자와 지분 스왑을 통해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지분을 확보할 것이란 예상이다. 그러나 이 회장이 현재 건강악화로 인해 입원중이기 때문에 이 회장의 보유 지분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이 부회장 남매에게 상속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속에 필요한 재원 마련이 필요하기 때문에 삼성SDS 지분은 기업 가치를 극대화 하고 상장 이후에라도 실탄으로 쓰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상속에 대한 난제들…


한편 삼성전자의 지분 상속에 대해서는 워낙에 금액이 크다 보니 상속세 대한 부담이 상당하다. 이 회장의 삼성전자 보유 지분가치만 지난 5일 기준으로 7조 2638억원이기 때문에 절반에 해당하는 상속세만 3조 6319억원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20%의 할증이 적용되면 상속세는 4조원을 넘게 된다.


▲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전자공시 시스템 사업보고서)


그러나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 지분 상속으로 아버지 이건희 회장처럼 그룹 내 지배력을 장악했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지분 상속은 이부진 사장-이서현 사장 등과 나눠서 상속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굳이 이 부회장 혼자서 다 상속받을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이부진-이서현 사장 또한 삼성SDS와 에버랜드에 대한 보유 지분이 있기 때문에 삼성SDS와 에버랜드가 상장을 통해 기업 가치를 키워 보유지분의 가치를 높이게 된다면 보유지분 중 일부 매각을 통해 큰 차익을 남길 수 있다. 이러한 차익으로 아버지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을 3남매가 분할해서 상속을 받는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지분 막대한 자금 필요, 에버랜드에 증여?
이 부회장의 경영 의구심과 편법 승계에 대한 시선


또한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에버랜드에 증여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을 에버랜드에 증여할 경우 증여세는 (영리법인이 면제받는 증여세-영리법인이 유상증자 등으로 받는 증여재산가액의 10%)*상속인 및 직계비속의 영리법인 주식 지분율만큼 내면 이는 증여세 약 1.6조원만 내면 된다는 것이다. 이는 3세 상속에 대한 상속세 보다는 세금을 크게 절감할 수 있어 일각에서는 에버랜드나 삼성 관련 재단에 증여하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적 여론의 도덕적 승인 필요


이처럼 재계나 증권가에서는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삼성그룹의 사업구조 재편과 이 회장의 건강악화,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의 연이은 상장 등 경영권 승계와 관련 이 회장의 지분 승계에 대한 온갖 시나리오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이 회장의 지분 승계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그룹의 경영권 방어라는 명분으로 이 부회장에게 승계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삼성그룹의 상징성으로 대표되는 인물은 이건희 회장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다.


지난달 16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부 투자자들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능력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 회장을 맡는 것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12일에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 인터넷판은 “이 회장처럼 삼성을 이끌 인물이 있느냐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재용 부회장이 수년간 경영수업을 거쳤지만 그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삼성은 이 회장의 건강악화 의미를 축소하려 하지만 후계자 문제와 업황 악화 등을 고려할 때 삼성에 대한 ‘심판의 날’이 다가온 것으로 보인다”고 혹평했다.


국내 여론도 이와 마찬가지로 이 부회장의 경영능력 대해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또한 이 부회장에 대한 편법 승계에 대한 시선도 결코 곱지 않다. 이 부회장은 이 회장으로부터 61억원을 증여받은 자금으로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헐값으로 사들여 편법 승계라는 꼬리표가 붙어있다.


이후 시민단체의 고발로 삼성특검을 거치며 무죄를 받았다. 또한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긴급한 자금조달의 필요성이 없는데도 저가에 발행해 이 부회장 등에 배정해 회사의 손실을 입혔다. 신수인수권부사채를 주도한 이 회장 등은 법원으로부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조세포탈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처럼 이 부회장이 주식 지분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편법을 동원해 이에 대한 구설수가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물론 현재는 법적으로는 문제될게 없다. 그러나 법적으로 면죄부가 주어졌다고 해서 국민 여론도 이 부회장의 편법 승계에 대해 도덕적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작업이 마무리 되고 그룹의 회장으로 올라설 때 분명 여론은 이 문제에 대해 반드시 짚고 넘어 갈 공산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여론의 비판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을 의식해서 인지 삼성그룹은 지난달 14일 백혈병 사태에 대한 사과와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밝혔다. 이는 일각에서의 지적처럼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사회적 승인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라는 것이다.


해외의 주요 외신들과 국내 언론은 물론 증권가나 재계 등 이 부회장의 대한 경영능력에 대해 아버지만큼 그룹을 이끌 수 있을지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아울러 편법으로 취득한 지분으로 경영권을 승계 받는 것에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러한 물음과 부담스런 시선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그에게 남겨진 난제들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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