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는 윤리․동반성장 내세웠지만 그 진실 달랐다?

▲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윤리경영과 동반성장을 표방하고 있는 포스코는 지난해 9월 30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012년에 제출한 ‘2011년 공정거래협약 이행실적 자료’ 일부가 허위 자료임이 확인됐다. 이에 동반성장위원회는 같은 해 11월 1일 포스코의 2011년 동반성장지수 우수 등급과 2011~12년 인센티브 취소를 의결했다.


이는 포스코가 표방하고 있는 윤리경영과 동반성장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허울뿐인 것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였다. 이와 관련 최근 포스코의 계열사에 대한 비윤리 행위를 신고한 직원을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 직원은 포스코가 공정위에 제출한 일부 자료가 거짓으로 만들어진 허위자료라고 신고한 직원이었다. 윤리경영과 동방성장을 모토로 삼는 포스코는 회사의 비윤리 행위를 신고한 직원을 해고한 것이다. 이는 포스코가 윤리경영과 동반성장을 강조하는 대외 이미지와는 상반된 모습이라는 것. 이에 <스페셜경제>가 ‘조작된 동반성장’과 ‘부당한 윤리경영’으로 주제를 분류해 포스코의 이중적인 모습에 대해 파헤쳐봤다.


포스코의 조작된 동반성장


지난해 9월 3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포스코의 공정거래협약 이행 평가자료 허위제출 관련 조치’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포스코가 2012년에 제출한 ‘2011년 공정거래협약 이행실적 자료’ 일부가 허위자료임이 확인됐고, 포스코가 받았던 인센티브를 박탈한다고 밝혔다. 이어 11월 1일 동반성장위원회는 1일 '제25차 동반성장위원회'를 열고, 포스코의 2011년 동반성장지수 우수 등급 박탈과 2011년, 2012년 인센티브 취소를 의결했다.


이 같은 포스코의 허위 자료 조작은 포스코 계열사 직원이 공익신고(공익침해행위를 하는 기업이나 조직 내부에서 양심 있는 사람들이 하는 내부 고발 형태)를 통해 밝혀지게 되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당시 공익신고를 한 직원을 만나 당시 상황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 한국공익신고지원센터 정진극 사무국장(스페셜경제)


<본지>가 공익신고자를 만나기 위해 찾은 곳은 한국공익신고센터 사무실이었다. 이 공익신고자는 현재 한국공익신고센터에서 공익신고에 관한 상담 및 신고접수, 신고자 보호 등 공익신고자를 위해 일하고 있는 정진극 사무국장이다. 정 국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포스코의 동반성장 자료 조작과 포스메이트 비위행위와 관련, 증거 자료와 함께 가감 없이 설명했다.


동반성장 자료 조작 신고 <왜>


정 국장의 설명에 따르면 정 국장은 2012년 8월 17일 당시 포스코 회장이었던 정준양 회장에게 포스코와 계열사 동반성장 자료조작과 포스메이트 비위행위를 포함한 내용증명을 발송했다는 것이다. 이는 포스코와 정 국장이 근무했던 포스메이트가 동반성장에 대한 자료를 허위로 조작한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정 회장에게 알린 것이었다.


이어 2012년 9월 26일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에 ‘포스코 및 포스코 계열사 동반성장 허위자료 제출로 인한 부당한 인센티브 지급 건’이라는 제목으로 포스코의 비위행위에 대해 신고하였다.


정 국장의 설명과 <본지>에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포스코 동반성장사무국은 포스코 계열사 동반성장 담당자들에게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허위자료를 제출토록 지시하였다.


포스코 동반성장사무국 담당자는 좋은 실적을 위해 교육실적 등을 허위로 작성하라는 이메일을 2011년 11월 8일에 계열사 동반성장 담당자들에게 전송하여 동반성장 담당자들 중 일부는 교육실적을 허위로 작성해 공정위에 제출한 것이다.


또한 2012년 7월 19일~20일 전남 순천에서 개최된 ‘포스코 그룹사 동반성장 실무협의회’에서 포스코 동반성장사무국 담당자는 “포스코 계열사들의 3대 가이드라인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제시한 가이드라인과 달랐다”며 “(포스코는) 2011년도 6월에 하지 않은 내용인데 2012년 초에 했는데 실행날짜만 포스코ICT애 요청해서 2011년도에 올린 거 같이 그렇게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동반성장 공정거래협약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을 위한 바람직한 계약체결, 협력업체 선정․운용, 하도급거래 내부 심의위원회 설치․운용 등 3대 가이드라인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거나 협력사에 고지하고 하도급거래 내부 심의위원회를 통해 이를 평가받아야 한다.


그러나 3대 가이드라인 반영 시점을 포스코 전산 관련 계열사인 포스코ICT에 요청하여 공정위 가이드라인에 맞춰 조작했다는 것이다. 또한 포스코는 하도급 업체에 대한 대금지급일도 조작했다. 포스코는 대금지불일수 4.9일이라고 제출했는데 실제 확인해 보니 평균 10일 정도로 대금지불이 되었던 것. 이에 포스코는 문제가 되는 데이터를 빼고 평균 6일 내지는 7일로 대금지불일을 조작했다. 하도급업체에 대금을 늦게 지급한 사례들을 제외하고 평균 대금지급 날짜를 줄인 것이다.


정 국장은 이와 같은 내용을 권익위에 신고한 것에 이어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에게도 제보하였다. 김 의원은 당시 10월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정위에 해당 내용을 제기(서면질의) 하였다. 또한 정 국장은 언론사에 이 같은 사실을 제보하기도 하였다.


▲ 2012년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이 공정위에 질의한 답변서(스페셜경제)


언론사에서는 정 국장의 제보로 포스코에 대한 서류 조작 의혹에 대해 취재하자 당시 포스코는 “평균 대금지불 일수는 하도급업체 사정상 늦어진 몇 개의 이상 데이터만 뺀 것이고 내부심의회 관련 자료도 수정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서류 조작 안했어도 포스코는 우수등급?


이어 정 국장은 2013년 1월 3일과 14일 포스코 홈페이지 비윤리신고센터에 같은 내용을 신고했다. 이에 포스코 비윤리신고센터를 관리하는 정도경영실은 ‘귀하께서 제공해 주신 정보는 언론을 통해 보도가 된 사항으로 관련 기관에서 검토한 결과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였습니다’라는 답변을 정 국장에게 보내왔다.


한편 이와 같은 내용을 2012년 9월에 신고 받은 권익위는 2013년 7월 공정위로 이첩하였으며 공정위는 권익위로부터 해당 사항을 이첩 받아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결과 공정위는 포스코가 제출한 동방성장협약 이행 평가자료가 일부 허위로 조작된 자료임을 확인하고 인센티브로 부여된 하도급 거래에 대한 서면 실태조사 및 직권조사 2년간 면제 지위를 박탈했다.


또한 동반성장위원회는 공정위에 조치에 따라 포스코의 동반성장지수 우수등급을 박탈했다. 당시 동반위 관계자는 “앞으로 엄정하고 면밀한 세부기준을 담은 ‘동반성장지수 운영규정(지침)’을 마련해 향후 유사사례 재발을 방지하고 동반성장지수 평가의 공정성을 제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공정위의 조사에 따르면 포스코가 2011년 4월부터 3대 가이드라인의 홈페이지 등록 및 공개를 했다고 제출했으나 공정위가 포스코의 전산 기록을 확인한 결과 실제 등록일자는 9개월 뒤인 2012년 1월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포스코는 내부심의위원회 회의록도 일부 조작했다는 것이다. 2011년 4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매달 내부 심의위원회를 열었다며 회의록 사본을 제출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2011년 6월 및 12월 회의록 사본은 2012년 1월 초 사후 가공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공정위 발표는 그동안 정 국장이 정준양 회장과 권익위, 김기식 의원, 언론사, 포스코 정도경영실 등에 신고한 내용이 사실로 밝혀지게 된 것이다. 반면 포스코가 언론사에 했던 당시 주장과 포스코 정도경영실이 정 국장에게 답변한 내용은 사실이 아니었음이 확인된 것.


정진극씨측 “서류 조작 의혹” VS 포스코 “서류 조작 없었다”
공정위 조사 결과, ‘서류 조작 사실로’…동반성장 우수 등급 박탈


이와 관련, 포스코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포스코가) 조작했던 내용이라 하면 날짜를 변경해서 회의록을 올려다는 것이다. 이것은 100점 만점 중에 1.7점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 점수가 없었어도 우수등급을 받는 것이었고 이 부분은 공정위도 인정한 사실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1.7점 때문에 평가등급에 변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작은 신뢰 훼손 행위도 없어야 하기 때문에 공정위도 그렇게 한다(포스코의 인센티브 박탈)라고 취지를 밝혔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계속해서 “담당 실무자들이 잘됐으면 하는 과욕에서 빚어진 일이었다. 앞으로 철저한 교육을 통해서 재발방지를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즉, 2012년 서류 조작 의혹 당시 언론사에는 조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일부 서류가 조작임이 밝혀지자 굳이 조작을 하지 않았더라도 우수등급을 받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포스코는 윤리경영과 동반성장을 모토로 정도경영을 표방해왔다. 글로벌 기업으로서 기본에 철저하고 원칙을 지키는 경영활동을 통해 법과 윤리를 준수함으로써 윤리적 기업문화를 정착한다는 취지였다.


이를 제보한 정 국장은 처음 포스코의 인턴사원으로 들어갔을 때를 회상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인턴사원 면접을 볼 때 자신의 상사나 회사 내부의 잘못된 비위나 행위가 있을 때 당신은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대부분은 사람들은 묵인한다는 식으로 답변 했다는 것이다.


자신은 ‘그것이 잘못된다면 신고하겠다’고 답변했는데 그런 식의 답을 한 사람들만 나중에 인턴사원에 합격했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9개월 정도 포스코에서 인턴 근무했을 때만해도 정말로 정도를 걷고 윤리적인 경영을 하고 있어서 이 정도 회사라면 내 인생을 걸어도 되겠다는 다짐을 했다며 당시를 기억했다.


그러나 포스메이트에 입사해서 보니 현실은 너무나 달랐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익 신고를 할 수 밖에 없었고 잘못된 관행은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신고로 인해 직장을 잃어야 했고 동료들에게는 배신자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으며, 연이은 소송 까지 삶의 희망이 하루 아침에 사라졌다는 것이다.


▲ 한국공익신소지원센터 정진극 사무국장(스페셜경제)


물론 정 국장의 주장은 한 개인의 문제일수도 있고 기업에서 벌어지는 관행일 수도 있다. 문제는 포스코가 대표적으로 내세운 윤리․정도 경영과는 무색하게 한 개인을 상대로 너무나 많은 일들을 자행하고 약자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외적으로는 윤리경영과 동반성장을 앞세워 깨끗한 이미지를 구축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서류를 조작하거나 거짓된 주장으로 대응하며 전혀 윤리경영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연출 했다는 것이다. ‘세상의 베이스’라고 외치며 한국 경제를 이끌어 온 포스코의 어두운 단면을 다시금 보게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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