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 틈새 공략?’‥국내 업체 고사 직전인데 ‘내가 제일 잘나가’

[스페셜경제=조경희 기자]“1997년 스타벅스를 들여왔는데 외환위기가 터져 커피가 외화낭비의 주범으로 몰려 1999년에야 1호점을 열 수 있을 정도로 어려움이 컸다. 이제는 경영성과가 놀라운 수준이다”


지난 2007년 국내진출 8년 만에 200호점 시대를 연 스타벅스커피코리아에 대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평가다.

그는 “아침 마다 그란데 사이즈의 아메리카노를 마신다”며 스타벅스에 대한 애정을 아끼지 않았다.

출범 초기 2년이 지나도록 1개의 매장도 열지 못했던 스타벅스코리아는 이후 비약적인 성장을 거두게 된다.

2014년 4월말 기준 694개로 올해 들어서만 매장이 50개가 늘었다. 특히 스타벅스는 전 세계 60개국에 진출해있지만 스타벅스 본사가 있는 시애틀 보다 한국에 더 많은 매장을 가지고 있다.

스타벅스는 서울에만 291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으며 뉴욕(277개), 상하이(256개), 런던(202개) 보다 많다.

스타벅스코리아, 한국 기업 vs 외국기업?
앞으로는 공정무역, 뒤로는 무차별 경영


선견지명 빛난 스타벅스


스타벅스코리아는 2000년 12월 신세계와 스타벅스커피인터내셔널의 공동투자로 설립된 합작법인이다. 신세계와 스타벅스 미국 본사가 50%씩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정 부회장은 미국 브라운대학에서 유학생활을 하다 스타벅스를 접하면서 성공 가능성을 엿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방 커피가 아닌 고급스런 커피 ‘문화’를 파는 스타벅스의 성공 가능성을 알아본 것이다.

이전에는 없던 공간 이자 이전에는 없던 ‘문화’를 팔기 시작한 것이다. 오로지 직영점으로만 운영되는 스타벅스는 ‘바리스타’라는 전문가가 원하는 형태의 커피를 즉석에서 만들어준다. 매장은 넓고, 커피 또한 공정무역의 ‘산물’이라는 데서 느끼는 만족감 또한 높다.

스타벅스 이전에는 없던 소비문화와 그 소비문화를 위해서 기꺼이 지갑을 열 수 있는 분위기 또한 조성된 셈이다.

스타벅스 이전에는 테이크아웃이 사실상 없었다. 하지만 헐리우드의 내로라 하는 스타들이 스타벅스 커피를 테이크아웃 하는 모습이 파파라치 사진으로 도배되면서 스타벅스 커피는 패션 아이템이 되는 등 국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됐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선견지명’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매출액 또한 눈부시게 증가하고 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지난해 20%대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3분기 매출 3442억 원, 당기순이익 153억 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도 동기 대비 각각 23.5%, 30.4%씩 증가한 수치다. 지난 2012년에는 매출 3910억 원, 영업이익 248억 원, 당기순이익 189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슈 많은 대신 논란도 커


스타벅스코리아는 전 세계 1위 커피 전문점답게 수많은 이슈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스타벅스가 이스라엘 무기 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꽤 알려진 사실이다. 또 한 때는 일부만 공정무역 원두를 사용함에도 스타벅스에서 사용되는 모든 원두 공정무역인 것처럼 과대광고를 해 사회적인 지탄을 받기도 했다.

스타벅스코리아측은 ‘사실무근’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최근 스타벅스는 미국에 100여개 이상의 매장에서 술과 안주류 판매를 확대키로 해 논란이 이는 등 양면성을 보이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스타벅스가 고객 117만명의 개인정보를 수집해온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이학영 의원에 따르면 스타벅스커피코리아 홈페이지 회원가입 시 요구되는 개인정보 항목이 과다해 관련 약관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스타벅스는 약관을 통해 충전형 선불카드의 잔액을 환급받기 위해서는 홈페이지에 반드시 가입을 해야 했다. 하지만 가입 당시 불필요한 정보가 너무 많은 것이 문제가 됐다. 스타벅스 홈페이지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가입자 성명, 생년월일, 성별, 로그인ID, 비밀번호, 휴대전화번호 신상정보 등을 가입해야 했던 것.

더욱 큰 문제는 스타벅스가 이 회원가입 당사자가 회원을 가입하면 가입자의 서비스이용기록, 접속로그, 쿠키파일, 접속IP 등을 추가로 수집했다는 점이다.

특히 쿠키파일은 이용자가 열어본 사이트 내용, 상품구매 명세, 신용카드번호, 비밀번호, IP 주소 같은 정보가 함께 저장돼 개인정보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

당시 스타벅스는 이렇게 수집한 개인정보의 보유 및 이용기간을 '사용의 목적이 달성되었을 경우'라고 불분명하게 적시해 놓고 있다. 스타벅스가 개인정보를 임의로 보유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의원은 “스타벅스가 지적된 개인정보 문제에 대해 자진 시정하겠다는 내용을 전달해왔다”며 “공정거래위원회는 불공정 약관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실태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공정무역 원두 ‘전시용’


영국 스타벅스는 지난 2008년, 에스프레소 음료를 제조하는 기본 음료용 원두에 공정무역 원두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공정무역을 원칙으로 하는 만큼 윤리적 소비에 나서겠다는 원칙을 밝힌 것이다. 공정무역 제품은 1년치 계약의 60%의 비용을 미리 지불하는 제도로 운영되는 데 이런 선급금 제도로 인해 원

두 커피의 가격이 일반 커피에 비해 비싸다. 다만 이런 선급금 제도로 운영되는 커피농장의 경우 최저임금 보장 등 윤리적 원칙에 따라 거래된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유통업체가 커피농장 등이 흉년을 입어 커피 생산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피해를 떠안게 된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런 공정무역 커피는 5월과 10월 각 일주일씩만 오늘의 커피 메뉴에 공정무역 원두를 사용한다. 전체 원두구매의 93%가 공정무역을 포함한 제3자 인증제도를 거쳐 구매되지만 스타벅스코리아는 예외다.

정부 방침 ‘준수?’


지난 3월 18일 스타벅스코리아는 싱글 오리진 프리미엄 커피인 ‘스타벅스 리저브’를 선보이면서 “스타벅스 본사는 진출국 정부의 방침을 준수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는 커피업종에 대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신청 움직임 때문이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11일 한국휴게음식업중앙회는 이사회를 통해 커피를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 신청키로 결의한 바 있다.

스타벅스는 역세권이나 대형상권, 대항로 등 큰 상권에 진출하고 있다. 동반성장을 위해서는 진출국의 법과 정부 방침을 준수해야 하는 서로간의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국내 커피 전문점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012년 11월 마련한 ‘커피 프랜차이즈 모범거래기준’에 따라 가맹점 간 거리제한 규제를 받고 있다. 또 가맹점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본사가 매장을 늘리고 싶어도 상황이 쉽지 않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외국계 지분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이러한 커피 프랜차이즈 모범거래 기준의 제약에서 자유롭다.

하지만 중기적합업종에 지정될 경우 이야기가 달라진다.

스타벅스는 1999년 이후 해마다 70~80개의 매장이 생겼고 지난해 122개의 매장이 생겼다. 스타벅스코리아에 따르면 2013년말 599개의 매장은 2014년 4월말 기준 649개로 늘었다.

매출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규제 이전 ‘롯데’의 자금력을 통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던 엔제리너스 커피와 카페베네를 제치고 지난해 4800억 원의 매출을 거두면서 업계 1위 기염을 토했다. 엔제리너스는 3000억 원, 카페베네는 2000억 원 수준에 불과했다. 3위 업체와의 격차는 2배 이상이다.


국내 업체들 ‘상실감’ 커

스타벅스코리아가 한국에서 가장 많은 매장을 보유하면서 빠르게 성장하는 데에는 스타벅스만의 문화와 인지도 때문이 크다. 다만 공정무역 커피 등의 소비문화를 팔면서 국내 기업들은 규제의 늪에 빠져있지만 외국계 지분이 절반이기 때문에 국내법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같은 업계에서는 상실감이 크다.

미국 경제전문지 ‘쿼츠’가 28일 보도한 ‘스타벅스의 국가, 도시별 매장 수와 분포도’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서울에 뉴욕 보다 많은 매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에서 영업중인 스타벅스 매장은 284개로 스타벅스 고향인 시애틀(142개) 보다 2배 이상 많다. 뉴욕(277개), 상하이(256개), 런던(202개), 로스앤젤레스(105개) 보다 많다. 국내 업체들이 ‘규제’에 묶여있는 동안 스타벅스는 승승장구 한 것이다.

신세계와 스타벅스 본사가 50%씩 지분을 갖고 있는 스타벅스코리아. 국내에서 영업을 하지만 외국계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국내에서 사업하지만 국내법 적용은 받지 않는 흔히 주식 시장에서 말하는 ‘검은머리 외국인’이라는 속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가맹점 간 거리제한 규제로 인해 사실상 국내에서 매장을 늘리는 일은 어렵게 됐다. 반면 스타벅스의 경우 올해에만 140여개의 매장을 추가로 낼 것으로 알려져 있는 데 이중적인 법망을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스타벅스가 승승장구 하는 동안 국내 커피전문점들은 매장 확장을 손에 꼽을 정도다. 카페베네 10개(907개→917개), 엔제리너스 30개(845개→875개), 할리스커피 5개(450개→455개), 투썸플레이스 10개(370개→380개)에 그쳤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규제 완화 정책이 이슈가 되면서 사실상 외국계 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지는 미지수다. 스타벅스가 자신들의 주장처럼 공정무역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진출국 정부의 방침에 적극 협조하는 것이라면 이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용진 부회장의 선택은


스타벅스코리아는 신세계그룹 계열사 중 하나다. 실제로 스타벅스를 국내에 들여온 이도 바로 정용진 부회장이다. 국내 유통업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책임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부회장은 인문학 마케팅을 주도하면서 “고객을 단순히 친절하게 편안하게 모시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의 핵심이 사람이라는 것”이라며 인문학 경영을 주도하고 있다. 인본주의를 기본으로 예술가를 후원하면서 르네상스를 이끌어가던 메디치家와 같은 역할을 하겠다는 것.

하지만 스타벅스코리아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만큼 비즈니스의 핵심을 매장 확대가 아닌 국내에서 거리제한을 만들면서 까지 보호해야 할 대상 그 ‘사람’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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