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주년 기념식서 영향력 과시‥‘도 사장은 바지사장?’

[스페셜경제=조경희 기자]지난 2013년 2월 20일 홈플러스 이승한 회장이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나고 회장직과 사회공헌재단인 e파란재단의 이사장직만 유지하는 등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사령탑을 맡은 지 무려 14년 만이다. 이승한 회장의 뒤는 홈플러스 최초 점장 출신 CEO인 도성환 사장이 맡게 됐다.


홈플러스는 당시 이승한 회장이 재임 기간 업계 12위에 머물렀던 홈플러스를 2위 까지 성장시킨 CEO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업계의 평가는 달랐다. 이 회장이 당시 대형마트 영업규제 이후 악화된 실적으로 인해 ‘경질’ 됐다는 것. 이에 신임 사장이 홈플러스에 새 바람을 몰고 올지 주목하기도 했다.


문제는 취임 1주년이 지난 현재에도 이승한 회장의 영향력이 크다는 평가다. 도 회장 취임 전에도 논란이 됐던 기습개점이 여전하며 이승한 회장이 그룹 전략수립 활동을 지속한다는 점에서 ‘상왕’ 이승한 회장의 영향력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도성환 사장 ‘1주년’ 취임 연설 고작 ‘3분’
신규출점 논란 지속‥매출하락 발등의 ‘불’



지난 15일 있었던 홈플러스 창립 15주년 기념식. 이 자리에는 홈플러스 수장으로 14년간 몸담았던 이승한 회장과 취임 1주년을 갓 넘긴 도성환 사장 및 230여명 이상의 간부들이 모여 홈플러스 창립 기념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도성환 사장은 3분 남짓한 인사말을 남긴 반면 이승한 회장은 40여 분간 강의 아닌 강의를 했다.


이 회장은 과거 홈플러스가 삼성물산에서 테스코로 넘어가면서 시작된 홈플러스 초기부터 업계 2위 까지 오르게 된 과정을 생생히 전달하며 임직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나아가 현직 CEO가 주도해야 할 미래의 홈플러스에 대한 생존전략에 대해서도 자료를 근거로 조목조목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취임 1주년을 맞은 도성환 사장이 임직원과 소통을 하기보다 상왕 역할을 하고 있는 이승한 회장의 저력이 여전히 여기저기서 과시된 셈이다. 전 회장이 자리에 있는 데 사장이 나서서 행동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라는 것.


이 회장이 여전히 도 사장을 넘어 홈플러스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라는 것 또한 여실히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이승한 회장은 회장직과 사회공헌재단인 e파란재단의 이사장직을 유지하면서 테스코 홈플러스 아카데미 회장 겸 석좌교수, 테스코 그룹의 전략경영을 위한 경영자문역은 새로 맡고 있어 사실상의 의사결정권자라는 것이다.


상반된 평가의 이승한 회장


이승한 회장은 실제로 홈플러스를 업계 12위에서 2위까지 성장시키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당시 홈플러스는 “이 회장이 세계 어디에도 없는 새로운 유통점포의 개념을 창조해냈다"며 "1999년 창고형 일색이던 세계 할인점 시장에 원스톱 쇼핑과 원스톱 생활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가치점’을 탄생시켰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또 2003년 아시아 최대 규모의 목천물류서비스센터를 만들었고, 국내 최초로 농수산물 산지 직거래를 실시해 연간 3천500억 원 이상의 물품을 농민으로부터 직접 구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회장은 1997년 홈플러스 전신인 삼성물산 유통부문 대표이사에 취임한 후 1999년 테스코와 삼성이 합작회사를 창립한 이후 홈플러스를 이끌어왔다.


하지만 홈플러스와 대척점에 있는 중소상인들에게는 반대의 평가를 받았다.


홈플러스는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실시되면서 새벽개점 등의 기습개점을 강행해 논란을 빚었다. 또 각 자치구 마다 대형마트 영업규제 조례에 대해 법정 소송을 불사하는 등 상생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타 대형마트가 말뿐이라도 상생을 외치는 모습과는 정반대였다.


정부정책에 대해서도 ‘색깔공세’를 펼쳤다. 체인스토어협회 회장 당시 이승한 회장은 “한국 경제가 겉으로 시장경제를 유지하면서도 안은 빨갛다”며 대형마트 영업규제에 대해 “공산주의도 하지 않은 정책이며, 서민들이 싼 제품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반 서민 정책인 동시에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는 비판도 서슴치 않았다.


이승한 회장은 대형마트 의무휴일제 등의 영업규제로 인한 실적 악화에 테스코가 한국 사업을 정리한다는 소문까지 떠도는 와중에 사임을 밝혀 업계의 큰 파장을 낳기도 했다.


신임 도성환 사장 지위는


이에 신임 도성환 사장의 취임은 14년 만의 사령탑 교체라는 점에서 변화가 예고되기도 했다.


도 사장은 홈플러스 최초 점장 출신 CEO다. 1981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1995년 유통부문을 거쳐 홈플러스 1호 점포인 대구점 점장을 지냈다.


도 사장은 2008년 인수한 홈플러스테스코 초대 대표를 역임하면서 당시 2000억 원 이상의 적자 회사를 인수 1년 만에 흑자전환에 이르게 하는 등 경영능력을 익히 인정받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도 사장은 지난해 창립기념일 행사에서 “앞으로도 끊임없는 경영혁신을 통해 국내 유통산업 발전과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한편 고객과 임직원, 협력사와 지역사회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행복한 성장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신규 매장출점을 통해 지역 전통상인협회와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013년 3월 합정점을 시작으로 오산점, 경산점, 인천청라점, 남현점, 상봉점을 연속해서 출점했다.


2009년 이후 홈플러스는 SSM사업조정신청건수가 464건에 달하는 등 여전히 논란이 크다는 지적이다.


리니언시 악용?


이외 홈플러스는 지난 3월 대형마트의 선물세트 가격담합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담합실태를 조사하자 제일먼저 리니언시를 신청하기도 했다.


리니언시는 담합사실을 처음 신고한 기업에게 과징금 100%를, 두 번째 신고 기업에게 50%를 면제해주는 제도다. 이 제도는 담합행위에 대한 적발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관련 기업에 상대기업을 신고하기 위한 카드로 자주 쓰이는 데 일명 ‘죄수의 딜레마’라고 불린다.


지난 3월 홈플러스는 공정위가 대형마트 명절 선물세트 가격 담합 정황 수집에 나서자 가장 먼저 가담 사실을 실토하는 등 홈플러스가 의도하든 의도치 안든 ‘죄수의 딜레마’를 이용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홈플러스 DNA 못 바꾸나


일각에서는 도성환 사장이 변화 보다는 안정을 추구한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홈플러스를 떠올릴 때 도성환 사장 보다는 이승한 회장을 먼저 떠올리는 것에 대해 업력 14년이 뒷받침될 수 있지만 현재 최고의 의사결정권자가 도 사장이라는 점에서 ‘상왕’의 그림자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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