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문’은 비상장계열사로 通한다

▲(좌로부터) 이중근 부영 회장, 담철곤 오리온 회장, 김영민 서울 도시가스 회장.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최근 세월호 참사가 정국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사건을 일으킨 청해진해운의 실질적 지배자인 유병언 전 회장 검거에 검찰과 경찰은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모그룹의 유 전 회장은 계열사에 허위고문료와 컨설팅비 지급, 상표권 사주기, 주식고가 매입 등의 방식으로 사실상 유 씨 일가의 사금고 역할을 한 계열사에 대해 물심양면으로 밀어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재계에서도 이와 같이 오너들이 비상장계열사를 통해 자금 조달 창구 역할을 해오고 있는 기업이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오너들이 비상장계열사를 통해 물량을 밀어주고 성장시키면서 천문학적 배당을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오너들의 사금고로 변한 계열사를 추적해 봤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총수가 있는 40개 대기업집단의 계열사 1,418개중 상장사는 218개(15.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85%는 비상장 계열사.


이중에서 상장사 비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한솔기업으로 계열사 21곳 중 절반이 넘는 11개 기업을 상장시켰다. 반대로 계열사 14곳 모두 비상장으로 둔 그룹도 있다. 바로 임대주택사업을 주업으로 하고 있는 부영그룹.


한솔에 이어 한진중공업(33.3%), OCI(28.0%), 두산(27.3%), 영풍(27.3%), 신세계(25.9%), 동국제강(25.0%), 삼성(22.7%), KCC(22.2%), 아모레퍼시픽(20.0%) 순으로 상장사 비율이 높았다.


미래에셋(6.9%), 삼천리(7.1%), 교보생명보험(7.7%), 대성(7.8%), 이랜드(8.3%), 태광(8.8%), 태영(9.1%), 한라(9.1%) 등은 10% 이하의 상장 비율을 기록해 전체 평균치 보다 낮게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증시에 상장되면 사업보고서 공시 등을 통해 회사 내부 상황을 주주들에게 정확히 전달해야 하고, 상장 규정에 따른 관리감독을 받아야하지만 비상장사의 경우 이런 정보공개 의무와 규정 등에 대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때문에 일부 기업들이 일감몰아주기, 고액배당 등을 통해 오너일가의 편법승계를 위한 사금고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지나친 배당 성향


기업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돈 영업이익. 영업이익에 비용 등의 회계 처리가 이뤄지고 나면 일 년 농사의 실적이 판가름되는 당기순이익이 결정된다.


기업은 한 회계연도 기간에 벌어들인 순이익의 일부를 배당으로 주주들에게 환원한다. 또한 반대로 순이익 중 남은 돈은 투자 등을 위한 잉여금으로 쌓아 둔다.


하지만 일부 기업은 순이익 보다 과도한 현금배당을 실시해 논란을 빚기도 한다. 물론 잉여금을 쌓아 놓았다가 일정한 해 순이익 보다 높은 현금배당을 실시할 경우도 간혹 있다.


<시사저널>이 보도한 국내 배당 성형 50개 기업을 살펴보면 비상장 기업일수록 배당, 총수 일가 지분이 높을수록 배당 성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배당 성향 상위 기업일수록 대주주 일가의 개인적 필요에 의해 배당을 실시하고 있어 기업이 대주주의 사금고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1000% 넘는 배당…“오너 사금고”


지난해 배당성향이 높은 그룹을 살펴보면 단연 부영이 최고로 나타났다. 배당성향 1위의 광영토건, 5위의 부영대부파이낸스, 12위의 대화도시가스 등은 모두 부영그룹의 계열사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모두 이중근 회장의 개인 회사나 마찬가지인 비상장계열사라는 점이다. 배당성향이 가장 높은 광영토건의 경우 지난해 배당 성향이 1303%로 국내 기업 중 배당성향이 가장 높았다. 이는 지난해 100원을 벌어 1303원을 주주들의 몫으로 챙겨 준 셈이다.


경영권 승계위한 실탄 준비 작업…1000% 넘는 배당 ‘광영토건’ 누구(?)
‘오너-비상장-고배당’ 공식…배당상위기업 오리온·대성·롯데그룹 오너家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광영토건의 지난해 매출은 241억2200만원에 당기순이익은 7억6,728만원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광영토건은 주주들을 위해 100억원을 배당으로 풀었다. 배당성향은 무려 1303%로 경이로운 수준이다.


광영토건의 주주구성을 살펴보면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91.67%, 그의 아들 이성훈씨가 8.33%로 부자가 100%를 갖고 있다. 이들 부자에게 100억원이 들어간 셈이다.


이러한 천문학적인 고배당에는 또 하나의 의문이 제기된다. 2012년 광영토건의 매출은 549억7000여만원으로 2013년 매출은 전년에 비해 무려 절반 이상이 감소했다. 또한 지난해 당기순이익 7억6728만원은 전년 73억1000여만원에 비해 무려 1/10으로 감소했다.


다시 말해 회사 상황은 최악으로 돌아섰는데 배당은 천문학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광영토건은 지난 10여년간 단 한 번도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천문학 배당 받고 먹튀(?)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과연 이 회장이 이러한 배당을 받을 자격이 있느냐는 것이 의문으로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02년 이중근 회장은 광영토건의 지분 3.5%를 취득했다. 당시 아들 이성훈씨가 8.33%, 동생 이신근 동광종합토건 회장 11.49%, 동서 이영권씨가 24.58%가 최대주주였다. 하지만 이 회장이 2004년 징역 3년의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고 경영에서 잠시 물러나 있다가 2011년부터 본격적인 경영에 참여했다. 이 회장은 2011년 7월 광영토건의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그리고 지난해 이 회장은 동생과 동서의 지분을 확보하면서(91.67%) 아들과의 회사로 탈바꿈 시킨 후 올해 천문학적인 배당을 실시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신고한 서류에 따르면 지분 구조가 바뀐 것은 명의신탁 해지 때문이었다. 이 회장이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돼 있던 광영토건의 주식을 자신의 명의로 변경한 것이다.


광영토건이 이러한 초고배당을 실시한 후 이 회장은 지난 1월 자신의 지분 중 절반을 매각해 지분율을 42.28% 낮췄다. 전형적인 먹튀 논란의 직격탄을 받은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부영의 지배구조 재정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의 소지가 있는 기업들의 지분을 정리하고 가족 소유의 회사는 부영의 주력 계열사가 인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많은 세금이 발생해 이를 메우기 위한 수단으로 천문학적인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광영토건에 이어 고배당 논란을 빚었던 부영대부파이낸스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2억5000만원에 불과했지만 두 배가 넘는 6억원을 배당했다. 배당성향만 239%.


일각에서는 부영 그룹이 지난해 배당 잔치는 통해 벌어들인 수익이 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비상장 계열사가 총수 일가의 사금고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아이팩, 151억원 배당


광영토건에 이어 배당률 2위를 차지한 오리온 계열의 아이팩은 비상장 계열사를 통해 오너일가의 사금고를 채운 것으로 드러났다.  


아이팩은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개인회사로 과자포장재 등을 오리온 그룹에 독점적으로 팔아 매출 80%를 올렸다. 담 회장은 명의신탁에 통해 차명 보유하다 지난 2010년 검찰수사가 시작되자 2011년 5월까지 실명으로 전환하고 담 회장에게 초고액 배당과 유상감자를 실시했다. 아이팩은 지난해 151억원을 배당으로 지급했다. 배당 성향만 607%.


아이팩은 홍콩 소재 페이퍼컴퍼니. 프라임링크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이하 PLI)의 지분 100%를 갖고 있는데, PLI도 아이팩 지분 46.67%를 갖고 있다. 나머지 53.33%는 담철곤 회장이 보유하고 있다.


아이팩은 지난 2011년 당기순이익 9억4600만원이었지만 그해 200억원을 배당하면서 전무후무한 2121%의 배당성향을 기록했다.


김영민 회장의 사금고


부영과 오리온에 이어 또 다른 배당왕국에 이름을 올린 그룹은 다름 아닌 대성그룹. 고배당3위에 오른 기업은 범대성그룹의 서울에너지자원이다.


서울에너지자원은 김영민 회장과 서울도시개발이 각각 50%씩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서울에너지자원이 고배당을 실시한 것은 김영민 회장의 경영권 방어와 관련이 깊다. 서울에너지자원은 지난해 2억3000여만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지만 배당으로 10억원을 지급했다. 배당성향은 439.66%. 서울도시개발은 김영민 회장의 지분이 97.78%인 회사여서 모든 배당은 사실상 김영민 회장의 주머니로 배당이 흘러갔다. 뿐만 아니라 서울도시개발의 매출 대부분은 서울도시가스 등 김영민 회장의 계열사를 통해 거둬들였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김영민 회장의 고배당으로 거둬들인 자금은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계열사 방어를 위해 쓰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회사인 동국알앤에스는 405%의 배당성향을 보여 4위를 기록했으며 롯데그룹의 롯데역사가 210.84%, 태영그룹의 SBS미디어홀딩스가 208.53%, 그 뒤를 현대산업의 아이서비스, 아주그룹의 아주아스콘, 오리온의 오리온 이 각각 206%, 165%, 144%의 초고배당을 실시했다.


그룹 오너들이 지분을 독점하고 있는 비상장계열사를 통해 상상을 초월하는 고배당을 받으면서 오너들의 사금고로 변질돼 우리 경제의 암(癌)적 존재가 되고 있다.


결국 이러한 피해는 대기업을 믿고 물건을 구입하거나 경제활동을 펼친 고객과 소비자의 피해로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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