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시험대 올라‥크리에이티브 DNA 승자는?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좌) 정성이 이노션 고문.
[스페셜경제=조경희 기자]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3세 경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광고’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제일기획과 이노션의 행보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재계 1, 2위 기업을 모그룹으로 두고 있는 제일기획과 이노션은 광고 시장 역시 1, 2위로 분할하고 있다.


앞으로 3세 경영이 본격화됨에 따라 제일기획과 이노션의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일감 몰아주기 규제로 계열사 물량 대신 외주 물량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3세들의 경영 환경 역시 변화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제일기획, 현대차그룹의 이노션 대신 이서현 사장의 제일기획, 정성이 고문의 이노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재계 1, 2위를 지키고 있는 이건희 회장과 정몽구 회장이 3세 경영을 본격화하면서 광고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제일기획과 이노션의 행보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의 입원이 장기화되면서 이재용 체제로 전환되고 있는 가운데 제일기획의 경영권은 이서현 사장이 가져갈 것으로 유력시 되고 있다.


이서현 사장 지분 0%


문제는 이서현 사장의 제일기획의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삼성SDS가 상장된 뒤 지분을 매각해 이서현 사장이 제일기획의 지분을 매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SDS가 상장된 뒤 이서현 사장이 지분을 되팔 경우 약 5000억 원을 확보할 수 있다.


이서현 사장은 현재 삼성에버랜드 패션사업 부문과 제일기획 사장을 겸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 패션사업 부문은 이 사장이 애정을 가지고 12년 동안 근무했다. 미국 파슨스디자인대학교를 졸업한 뒤 12년간 이서현=패션 공식을 만들어냈다. 재계에서는 이서현 사장이 입는 옷에 대해서도 화제가 되는 데 이 사장이 미국 명문 파슨스디자인대학교 출신이라는 점 때문이기도 하다.


이 사장은 2009년부터 제일기획에서 근무했다. 제일기획은 국내 최고 광고회사로, 글로벌 광고시장 또한 진출했다. 하지만 이 사장은 제일기획 주식을 단 한주도 소유하지 않고 있다. 제일기획 경영권을 위해서는 지분 매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제일기획 최대주주는 삼성물산으로 12.6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사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지분은 없다.


3세 경영 본격화‥지분 매입이 ‘판도’ 갈라
일감 몰아주기 부담 늘면서 ‘외주’ 늘려야



이 사장이 제일기획의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5% 이상 사들여야 한다. 5%의 금액을 환산하면 약 1400억 원에 이른다.


이 사장은 삼성에버랜드 지분 8.37%와 삼성SDS 지분 3.9%를 가지고 있다. 두 회사 모두 비상장사이지만 상장 계획을 가지고 있다. 아니면 삼성SDS지분과 삼성물산 지분을 제일기획 지분과 맞교환 할 수도 있다.


이노션 정성이 고문 최대주주


이노션 정성이 고문은 4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지분 문제는 전혀 없는 것이다. 정 고문은 2005년 이노션 설립을 주도했고 출자도 했다. 설립 당시 정성이 고문이 40%, 정의선 부회장이 40%, 정몽구 회장이 20%를 가지고 있었다.


정 회장은 그 뒤 이노션 지분 전량을 정몽구 재단에 기탁했다. 최근 정의선 부회장 또한 자신이 보유한 이노션 지분 20% 전량 매각을 결정하면서 정성이 고문이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이노션 지분을 정리하면서 정성이 고문의 이노션 상속은 사실상 끝난 셈이다.


新 성장동력 찾기가 과제


지난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대해 여론이 들끓으면서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1200억 원 규모의 이노션 일감을 외부거래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그룹 이미지 광고와 기아차 광고 등을 독립광고 회사에 배정한 것이다.


이노션은 전체 매출 중 40%가 현대차그룹으로부터 나온다. 2005년 설립된 회사가 단숨에 2위 자리에 오르기 까지 현대차그룹의 도움이 컸던 것이다. 한국광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이노션의 국내 광고시장 전체 취급액은 3조719억 원으로 4% 감소했다. 반면 제일기획의 취급액은 5조1981억 원이었다. 이노션 입장에서 제일기획 따라잡기에 사실상 제동이 걸린 셈이다. 그룹 물량 대신 외주 물량을 확대해야 한다는 숙제가 남는 것이다.


제일기획 역시 이와 비슷하다. 특히 제일기획의 해외부문 매출은 삼성전자의 글로벌 마케팅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85%~9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기 다른 경영스타일


정성이 고문은 20여 년간의 전업주부 생활 경험을 가지고 있다. 2005년 이노션 설립 당시 정몽구 회장의 부름에 한 달음에 달려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고문은 이노션에서 ‘어머니’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데, 그만큼 직원들에게 사려가 깊은 것으로 풀이된다.


정 고문은 이노션에 사내식당과 카페를 만들어 직원들이 이용할 수 있게 했고 온돌방 형태의 회의실을 제안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고회사는 설비 투자 등이 없는 인재 산업이기 때문에 직원들이 더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가끔 신입사원 면접도 담당한다. 정 고문이 인재육성이 힘을 쏟는 이유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이서현 사장은 정성이 고문과는 다르게 M&A를 주도하는 등 다른 성향을 엿볼 수 있다. 이서현 사장은 2009년 제일기획 기획담당 임원으로 첫발을 뗏는 데, 이 당시부터 글로벌 광고회사로 변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사장은 2009년 미국 더바바리안그룹, 2012년 미국 맥키니와, 중국 브라보 등의 인수를 주도하면서 제일기획을 글로벌 광고회사로 성장시켰다. 이 사장은 또 글로벌인재 양성을 위해 매년 경상이익의 7%를 임직원 교육비에 지출하는 통 큰 투자를 결정해 냈다. 오너 일가의 판단 없이는 불가능한 일들을 해내면서 성공시킨 것이다. 3세 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광고시장에서의 진검승부가 예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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