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스마트폰에는 날개가 없다”

[스페셜경제=조경희 기자]LG전자가 출시를 무려 3달이나 앞당기면서 G3에 대한 기대를 내비치고 있다. G3는 LG전자가 내놓은 스마트폰 중 가장 완성도가 높을 것이라는 기대도 전해지고 있다. 3분기 연속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만큼 LG전자가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당장 LG전자는 서울, 런던, 뉴욕 등 주요 6개 도시에서 G3 발표 행사를 연다. LG전자가 단일 스마트폰 공개 행사를 세계 유수의 도시에서 개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본준 부회장이 좌초된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을 직접 챙기면서 가장 큰 행보를 보인 셈이다. 구본준 부회장의 G3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세계 3위 업체서 5위까지 하락‥‘손실폭’ 커
소니에릭슨, 모토로라, 노키아 등 이미 사장


LG전자가 지난달 29일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하지만 여전히 ‘스마트폰’ 사업이 발목을 잡았다.

LG전자는 지난 1분기 휴대폰 사업에서 매출 3조4070억 원, 영업적자 88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797억 원, 4분기 434억 원에 이어 3분기 째 적자 행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분기 사상 최대인 500만대의 LTE 스마트폰을 판매하며 전 분기(적자 434억원)대비 적자폭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LG전자는 1분기 중 123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했다. 전 분기 보다는 소폭 줄었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19% 늘어난 수치다. 스마트폰 시장이 1분기가 비수기인 점을 감안하면 선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전체 휴대폰 판매량에서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도 역대 최고인 75%까지 높아졌다.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 중 LTE 스마트폰 비중은 41%로 지난해의 27%를 넘어섰다.

LG전자가 휴대폰 시장에서 비교적 선전했음에도 불구, 적자폭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스마트폰 시장의 평균 판매가격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삼성전자도 비슷하다.

프리미엄 시장은 프리미엄 시장대로 공략하되 중저가 시장도 무시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LG전자는 프리미엄·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동시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출시로 수익성을 개선하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성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겨냥해 ‘G 시리즈’ 내 ‘미니’ 등 라인업을 추가, 시장 공세를 강화한다. LTE 스마트폰 ‘F 시리즈’ 와 3G 스마트폰 ‘L 시리즈’로 중저가 시장에도 능동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G3 선보이면서 ‘화질’ 승부수


LG전자는 전략 스마트폰 ‘G3’를 27일 선보일 전망이다. 당초 예정보다 무려 출시를 석 달 앞당겼다.

LG전자가 가장 고심하는 부분은 바로 ‘화질’로 알려져 있다. G3의 해상도는 초고화질(QHD) 2560×1440으로 갤럭시S5의 해상도 풀HD(1920×1080)를 넘어선다.

LG전자는 G3를 출시하며 1분기 모바일 실적 호조를 이어가는 동시에 선두주자인 삼성, 애플과의 격차를 줄이고 중국 레노버의 추격을 물리친다는 전략이다.


시장 기대↑


LG전자가 출시를 석 달이나 앞당긴 만큼 시장의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출시 시점과 차별화된 사양을 감안할 때 G3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본다”며 “무엇보다도 아이폰6가 출시되기까지 3개월의 여유가 있고, 갤럭시S5 판매량이 정점을 지나고 있는 시점에 나오기 때문에 판매에 있어 유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동부증권은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에 기회와 우려가 동시에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동부증권 권성률 연구원은 “2분기 기회 요인은 G3 출시에 따른 물량 증대이고, 신제품 공략으로 인한 마케팅비 증가는 위험 요인이 될 것”이라며 “두 힘의 균형에 따라 흑자 전환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이 워낙 잘 나온 후 실적 피크 논란으로 최근 주가가 약세를 보였지만 주가 기대감을 꺾을 상황은 아니다”며 “G3 출시로 인한 분위기 환기에 보다 주목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2년 뒤 중국이 시장 장악?


G3를 출시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을 추격한다는 계획이지만 시장의 상황은 녹록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미 삼성과 애플이 시장에서 업계 1, 2위를 나눠가지면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이슈마저 선점하고 있다. 최근 갤럭시S5와 아이폰6 등 경쟁사의 주력 모델이 출시됐거나 출시를 앞두고 있어 LG전자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LG전자는 중저가 시장 공략에도 주력하고 있는 데, 특히 중국의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또 중국시장을 탈환해야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위치를 확고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빠르게 시장을 점유해나가고 있다. 특히 2년 뒤에는 중국이 우리나라를 제치고 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국이 될 것이라는 연구가 나와 위기감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15일 산업연구원은 ‘중국 스마트폰 산업의 글로벌 도약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같은 전망을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국가 기준)에서 한국(36%)에 이어 2위인 28%를 기록했다. 2011년 7%에 불과했던 점유율을 2년 만에 4배나 끌어올린 것이다.

업체별로 봐도 중국 기업은 상위 10위권에 화웨이(4.8%) 레노버(4,5%) ZTE(3.9%) 위롱(3.3%) 등 4개나 포함됐는데, 이들의 점유율 합계(16.2%)는 2위인 미국의 애플(15.6%)을 뛰어넘었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31.0%다.

스마트폰 후발주자인 중국기업들이 이처럼 무서운 성장속도를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세계 최고의 내수시장에 기인한다. 2010년 8%였던 중국산 로컬 브랜드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65%로 상승했다.

1~10위 기업들 중에서도 삼성전자(17.8%, 1위)와 애플(7.7%, 5위)을 제외한 8개는 모두 중국 업체다. 이들의 점유율을 모두 합하면 51.4%에 달한다.


G3 운명은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의 운명이 바뀐 것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애플이 세계 피처폰 시장을 스마트폰 시장으로 바꿔놓았을 때 LG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의 가능성을 낮게 봤다. 프라다폰 등 피처폰 시장의 고급화를 이끌었다. 피처폰 시장의 효과를 톡톡히 봤기 때문이다.

2010년 이전인 2005년에도 현재의 판도를 바꿔놓을 만한 기회는 있었다.

LG전자는 2005년 세계 4위 휴대폰 업체이지만 2006년 5위로 하락했다. 소니에릭슨이 8,7%의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5위에 올랐다. 하지만 2007년 샤인폰이 대박을 터트렸고 프라다폰, 뷰티폰 등을 선보이며 프리미엄 피처폰 시대를 열었다.

이 같은 프리미엄 피처폰 성장에 힘입어 2008년 휴대폰 시장에서 세계 3위였던 모토로라와 소니에릭슨을 제쳤다. 2009년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10%의 점유율을 올렸다.

피처폰의 프리미엄화를 이끌면서 스마트폰의 성장성을 낮게 본 것이다. 같은 시기 2007년 애플이 처음으로 아이폰을 선보였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애플 아이폰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구글 같은 기업들도 포탈 시장에서 네이버를 잡지 못하는 등 국내 제품 인기에 힘입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도 많았다.

하지만 2009년 11월 KT를 통해 아이폰 3GS가 국내에 출시되면서 국내 휴대전화시장도 스마트폰의 직접적 영향권에 들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고, 아이폰의 인기에 힙입어 KT가 거대 통신사로 변모하게 된다.

반면 LG전자는 늦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도 삼성=휴대폰, LG=가전 공식이 통하기 때문이다. 사업 파트너 선정도 실패했다는 평가다.

LG전자는 2010년 당시 MS 윈도 모바일이 탑재된 LG스마트폰을 계획했는데 MS OS는 사실상 실패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2008년 6월 출시했던 옴니아 실패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후 LG전자는 프리미엄 피처폰에 더욱 매달렸다. 2009년 프라다폰2를 출시하고, 맥스폰을 내놨지만 시장은 이미 아이폰이 장악한 상태였던 것.

LG전자는 결국 남용 부회장이 실적을 이유로 사임한 이후 구본준 부회장에게 바통을 넘기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늦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키아, 모토로라, 소니에릭슨, 블랙베리 등 피처폰 시대의 글로벌 기업들이 거의 대부분 사라지거나 인수됐다. 마지막 주자인 LG전자 등이 남은 상태다.


구본준 부회장의 선택은?


2010년 10월 LG그룹은 구본준 부회장이 전격 취임하면서 스마트폰 사업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세탁기, TV, 냉장고 등의 가전 등은 이미 LG전자 브랜드가 성공을 거두고 있는 만큼 스마트폰 시장의 명성을 구 부회장이 직접 챙기겠다는 뜻이다. 구 부회장은 스마트폰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2012년 G폰을 출시하면서 스마트폰 경쟁에 나서고 있다. G폰이 ‘회장님 폰’, ‘구본무 폰’으로 불린 것도 이런 이유다.

오는 27일 세상에 공개되는 G3에 LG전자의 ‘명운’이 갈릴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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