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고 재산 증식(?)…오너家 도덕성 ‘휘청’

▲ 귀뚜라미그룹 최진민 명예회장(사진=뉴시스, 네이버지도)

[스페셜경제=김상범 기자]최근 중견그룹의 일감몰아주기 관행이 사회적인 비난 여론에 휩싸인 가운데 귀뚜라미그룹이 의혹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귀뚜라미그룹의 총 19개 계열사 중 오너일가의 지분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는 계열사는 귀뚜라미(61.78%), 나노켐(52.81%), 귀뚜라미홈시스(61.96%), 센추리(40.83%), 귀뚜라미랜드(52.00%) 등 총 다섯 곳.


이 가운데 귀뚜라미와 나노켐 두 곳이 ‘일감몰아주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진민 귀뚜라미그룹 명예회장은 지난 2011년 당시 무상급식 ‘거지 근성’ 발언과 연구원 특허권 독점 의혹 등으로 회장직을 내려놓았지만, 이번 논란으로 인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계열사 나노켐‧귀뚜라미…수년간 그룹에서 일감몰아주기 의혹
재벌부인 사칭녀, 최 회장 부인 골프회원권 보증금 가로채(?)


귀뚜라미그룹(명예회장 최진민)이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의혹에 휩싸였다. 계열사 나노켐의 경우 지난해까지 90% 내외, 귀뚜라미는 2011년까지 최대 80%에 달하는 내부거래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귀뚜라미그룹에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된 것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다만 최근 중견그룹의 일감몰아주기 실태가 상호출자 제한 대상인 대기업들보다 오히려 훨씬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나는 등,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논란이 재부상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사실상 오너일가의 회사인 나노켐의 경우 전자공시 분석결과 매년 90% 내외의 매출을 그룹 계열사들을 통해 기록하고 있었다. 계열사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안정적 매출을 올리면서 결과적으로 오너일가의 재산 증식에 기여했다는 논리에 무게가 실리는 부분이다.


오너일가 회사 ‘나노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10년 말 기준 나노켐의 대주주는 45.2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최진민 명예회장 외 3인이다. 이어 귀뚜라미(31.38%)와 귀뚜라미문화재단(23.35%)이 나노켐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 2011년 말 기준 귀뚜라미의 최대주주는 최 명예회장 외 5인(61.78%)라는 점에서 사실상 나노켐은 오너일가의 소유 회사다. 업계관계자들은 지분 보유자를 개별 명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최 명예회장 일가가 지분을 나눠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나노켐의 대표인 김미혜 씨가 최 명예회장의 부인이라는 점 역시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귀뚜라미와 나노켐의 경우 최근 수년 간 전자공시에 기업 지분 구조를 명시하고 있지 않다는 점 역시 불거진 내부거래 논란을 의식, 오너일가의 지분 노출을 꺼려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나노켐은 지난해 총 매출액 529억원 가운데 473억원(89%)을 그룹 계열사를 통해 기록했다. 대부분의 매출을 그룹 계열사들을 통해 기록했던 것. 이는 비단 지난해만의 일은 아니다.


전자공시 분석 결과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80% 후반 대에서 최대 95%(2008년)에 달하는 내부거래가 지속됐다. 업계관계자들은 나노켐이 최 명예회장 일가의 회사라는 점에서 ‘일감몰아주기’ 논란의 소지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나노켐에 일감을 맡겼던 회사는 귀뚜라미홈시스, 귀뚜라미범양냉방, 귀뚜라미, 귀뚜라미 랜드 등 그룹 계열사 상당수가 해당됐다.


내부거래로 급성장


귀뚜라미그룹에서 내부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던 회사는 나노켐 뿐만이 아니다. 그룹 내 주력사인 (주)귀뚜라미 역시 일감몰아주기 논란으로 수년간 지목 받아왔다.


특히 귀뚜라미가 관심을 끄는 것은 최근 10년 동안 자본총액이 620억원에서 7300억원으로, 자산총액이 1500억원대에서 8200억원대로 급성장했다는 점에서다. 곧 자본 총액 기준 10배에 달하는 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내부거래’가 중대한 역할을 했다는 분석과 맞닿아 있다.


귀뚜라미는 지난 1992년 설립됐으며 냉난방기구 판매와 제조, 임대업 등을 주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귀뚜라미는 최진민 명예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이 61.78%, 귀뚜라미홈시스와 귀뚜라미문화재단 등이 20% 내외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귀뚜라미 역시 오너일가 소유의 회사라는 의미다.


귀뚜라미는 지난해 총 매출액 3237억원 가운데 542억원 상당을 그룹 계열사를 통해 기록, 불과 16%의 내부거래율을 보였다. 하지만 불과 수년전 상황을 돌이켜보면 상황은 지금과 많이 다르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귀뚜라미는 지난 2007년 총 매출 2099억원 가운데 1203억원(57%)을 내부거래를 통해 기록한 이후 수년간 80% 안팎의 높은 내부거래율을 기록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일각에서는 내부거래 축소와 영업이익률 간의 상관관계에 집중하기도 한다. 내부거래가 축소되면서 영업이익률 역시 서서히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 귀뚜라미의 영업이익률은 2010년 8.6%에서 지난해 5.1%까지 해마다 1%내외의 감소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감몰아주기 문제가 사회적으로 부각되면서 귀뚜라미 역시 매출 다변화를 시도했으나, 내부거래를 통한 방법만큼 충분한 이익률을 확보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귀뚜라미그룹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일감몰아주기 논란에 대해 아직 정확한 내용 파악이 되지 않아 추후에 다시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골프장 회원권 구설수?


오너일가에 대한 구설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업계 일각에서는 재벌회장 부인을 사칭한 한 여성이 골프 회원권 보증금을 가로챈 사건이 있었는데, 그 피해자가 바로 최 명예회장의 부인인 김미혜 씨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김씨는 지난 2009년 구입했던 경기도의 한 골프장의 회원권이 더 이상 필요 없게 돼 지난해 보증금 환불을 요구했는데, 이미 2년 전인 2011년 김씨를 사칭한 여성이 해약 후 보증금까지 모두 찾아갔다는 것이다. 김씨가 구입했던 골프회원권의 가격은 1억8000만원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씨를 사칭한 여성은 김씨의 신분증과 인감 증명까지 위조했으며, 회원증 분실 신고까지 자신이 한 것처럼 위장해 골프장에서 보증금을 챙겨갔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김씨의 신분증과 인감 증명까지 손에 넣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김씨와 가까운 지인이 범인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귀뚜라미그룹 관계자는 "해당 소문에 대해서는 전혀 알고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잇단 악재 ‘어떡해’


한편, 지난 24일 경쟁사 경동나비엔이 ‘북미 콘덴싱보일러 시장 1위’ 석권을 대규모 선전하는 등 해외진출에 성공적인 모습을 보이는 반면 귀뚜라미 그룹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적표를 내밀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귀뚜라미그룹은 지난 2012년부터 경동나비엔이 TV광고 등에 사용한 ‘국가대표’ ‘국내 1등’ 등의 문구를 두고 공정위 등에 문제제기를 했지만 지난달 공정위가 ‘무혐의’ 판정을 내리면서 더욱 김이 빠지게 됐다.


또 중소기업 규원테크를 상대로 특허권침해·분식회계 등을 주장하며 벌인 소송 전에서 줄줄이 패소하며 잇달아 체면을 구기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중소기업 죽이기’란 꼬리표까지 따라붙었다.


결국, 업계관계자들은 귀뚜라미그룹이 소모적 논쟁보다는 매출 다변화와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최 명예회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의 위기 대응력을 두고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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