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일가 배불린 2조원 공룡?

▲ 사진=네이버 지도

[스페셜경제=김상범 기자]지난해 말 대한유화그룹이 이순규 회장 일가를 중심으로 완벽한 지주사체제를 확립했다. 보다 강력한 경영권 확보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다만 주력사 대한유화공업과 지주사 KPIC코포레이션이 각각 내부거래와 통행세 논란에 휩싸였다는 점은 당분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매출 2조원에 달하는 대한유화그룹을 두고 정부와 여론의 날카로운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KPIC코포레이션 자회사 ATMAN, 나프타 구매 대행 ‘구설’
대한유화공업, 매년 40%대 계열사거래 일감몰아주기 의혹


박근혜 정부의 야심작 경제민주화법이 지난 2월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핵심 내용인 ‘일감몰아주기’의 규제대상에서 벗어난 자산총액 5조원 이하 49개 그룹의 규제 계열사 비중이 삼성, 현대차 등 상위 43개 재벌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 형평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상당수의 중견그룹들이 손쉽게 부의 대물림을 보장 받게 됐다는 질타가 쏟아지고 있는 것.


이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 등 석유 합성 수지 전문업체인 대한유화공업을 주력사로 삼고 있는 대한유화그룹(회장 이순규)이다.


지난 2월 <CEO스코어>는 대한유화가 보유하고 있는 전체 계열사 중 오너일가의 지분이 30%(상장사)‧20%(비상장사)를 넘는 계열사 비중이 가장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게다가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력사 대한유화공업은 전형적인 내부거래를 통해 기업 규모를 키워온 기업으로 꼽힌다. 오너일가 소유의 계열사를 거치는 ‘통행세’를 거둬들이고 있다는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통행세 논란 <왜>


최근 중견그룹 오너일가의 내부거래와 고배당 정책이 여론의 집중 감시를 받고 있는 가운데 대한유화그룹 이순규 회장이 이른바 ‘통행세’ 논란에 휩싸였다.


사실상 이 회장의 개인회사인 KPIC코포레이션을 통해 대한유화공업의 거래에 상당 부분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유화공업은 KPIC코포레이션에 제품을 판매하면서 5475억원 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반면 KPIC코포레이션의 싱가포르 자회사 ATMAN이 맡았던 나프타 구입업무 및 KPIC코포레이션을 통한 운송비용 등으로 320억원 상당을 지급했다.


지난해뿐만 아니라 ▲2012년 355억원 ▲2011년 310억원 ▲2010년 333억원의 운송비용을 대한유화공업이 지급한 것으로 공시됐다.


문제는 무역업과 복합 운송 등을 영위하는 종합상사 KPIC코포레이션이 이순규 대한유화그룹 회장과 부인 김미현 씨의 소유라는 점이다. 물론 ATMAN 역시 KPIC코포레이션의 완전 자회사라는 점에서 사실상 이 회장 부부의 소유다.


지난해 말 기준 이 회장과 김미현 씨는 각각 93.4%, 6.6% 씩 총 100%의 KPIC코포레이션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업계관계자들은 이 회장 일가의 회사인 KPIC코포레이션과 그 자회사가 대한유화공업의 원재료 매입 및 제품 운송 과정 등을 대행, 일정 부분의 마진을 가져가고 있다는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유화업체들은 일반적으로 원재료를 내부 부서에서 직접 구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 회장 일가 소유 업체에 ‘통행세’를 거둬들이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기에 이른다.


특히 KPIC코포레이션은 지난해 말 기준 대한유화공업 지분 30.22%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자 그룹 지주사다. 기존에 지주사 역할을 해왔던 유니펩을 지난해 말 합병하면서 대한유화그룹의 지주사로 등극하게 된 것.


결국 KPIC코포레이션과 그 자회사는 지금까지 주력사 대한유화공업의 일부 원재료 구매 및 운송 등의 역할을 맡으면서 ‘재무적’으로, 지주사 역할을 통해 ‘경영권’ 측면으로 이 회장 일가의 영향력을 확대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KPIC코포레이션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올 초부터 나프타 구매 대행 업무를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지속되는 내부거래


대한유화그룹의 논란은 비단 KPIC코포레이션에서 끝나지 않는다. 주력사 대한유화공업의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재점화 기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중견그룹의 일감몰아주기 문제가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는 지적과 함께 대한유화공업이 거론되고 있는 것.


대한유화공업은 지난해 매출(연결기준) 1조9600억원 가운데 8900억원(45%)을 계열사를 통해 기록했다.
또 ▲2012년 2조820억원 중 9400억원(45%) ▲2011년 2조240억원 중 8900억원(44%)의 매출이 그룹 계열사에서 나왔다.


특징적인 것은 지난 2000년대 말부터 내부거래 비중이 대폭 증가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대한유화공업의 내부거래 비중은 불과 한 자릿수 남짓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8년 20%대에 진입한 이후 2009년 45%, 2010년 39% 수준까지 급증했다.


매출 역시 2000년대 초반 600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2조원에 육박하는 등 단기간 동안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내부거래액도 이에 비례하는 모습이다.


2001년 19억원 안팎이던 내부거래액은 지난해 8900억원을 기록하는 등 급속히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계열사 간 내부거래가 대한유화공업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 수준임을 의미한다.


더 큰 문제는 대한유화공업 역시 오너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이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이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들의 비중은 총 46.2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기업 이익분이 오너일가에 상당 부분 귀속될 가능성에서 내부거래 비중이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것.


배당금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대한유화공업은 61억원(배당성향 27%)의 배당을 실시했다. 또 ▲2011년에는 92억원(33%) ▲2010년 123억원(16%) ▲2009년 157억원(13%) 등 2000년대 들어 거의 해마다 수십억에서 수백억대의 배당을 지급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오너일가가 상당한 규모의 배당금을 지급받았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지난해 대한유화공업의 최대주주는 KPIC코포레이션(30.22%)이고, 또 KPIC코포레이션은 이 회장 부부가 100% 소유하는 구조가 완성되면서 결국 오너일가는 그룹 경영권을 포함한 완벽한 일원화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최근 여론이 중견그룹 오너들의 도덕성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가운데, 대한유화그룹 역시 당분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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