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현금인출기’(?)…도덕성 ‘직격탄’

▲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 (사진=뉴시스, 네이버 지도)

[스페셜경제=김상범 기자]최근 ‘교촌치킨’으로 잘 알려진 교촌에프앤비의 권원강 회장이 ‘고배당’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와 여론이 기업 오너들의 고배당 정책에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권 회장이 지난해를 포함해 최근 5년간 145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챙겨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교촌에프앤비의 일부 계열사들에서 심각한 경영난으로 인한 자본 잠식 사태가 벌어지는 등, 기업 존폐 위기까지 거론되는 시점에서 권 회장의 고배당은 부적절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교촌에프앤비를 두고 ‘대기업 따라 하기’ ‘오너 곳간’ 등의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권 회장, 최근 5년간 받은 배당 145억…2009년 ‘70억’
일부 계열사 및 투자회사 ‘자본잠식’…기업 존폐 ‘위기’


‘교촌치킨’을 생산·판매하고 있는 교촌에프앤비에서 고배당 논란이 불거졌다. 논란의 중심에는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이 자리하고 있다.


교촌에프앤비는 비상장 회사로 현재 권 회장이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과 순이익은 각각 1741억, 6억6000만원이다.


논란의 발단은 권 회장이 지난해 15억원의 배당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교촌에프앤비가 작년 한 해 동안 거둬들인 순이익은 6억원 남짓에 불과했다. 순이익의 두 배 이상을 배당으로 지급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권 회장이 최근 5년 동안 145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배당으로 가져갔다는 점이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같은 기간 동안 교촌에프앤비가 기록한 순이익은 48억원에 불과했다. 교촌에프앤비가 권 회장의 ‘현금 곳간’ 노릇을 자처했다는 것.


지난해에는 15억원에 그쳤지만(?) 지난 2009년 당시 교촌에프앤비는 70억원에 달하는 초고배당을 실시했다.


당시 교촌에프앤비가 기록한 순이익은 16억원 안팎으로, 배당성향(배당금/순이익)이 무려 438%에 달한다.


배당에 ‘후한’ 상장사의 경우에도 20% 내외의 배당을 실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란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물론 교촌에프앤비가 상장사는 아니지만 400%를 넘는 배당정책은 기업 운영에 있어 ‘일반적’이지는 않다는 것이 업계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배당 끝판왕?


교촌에프앤비와 권 회장 사이의 배당을 두고 구설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정도다.


순이익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액수라는 점, 배당액이 권 회장이 100% 지분 확보 이후 급격하게 늘었다는 점, 그리고 계열사들이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있음에도 실적과 무관하게 지속됐다는 점에서다.


이 가운데 교촌에프앤비가 지난 2009년 70억원에 달하는 배당을 실시한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당시 본격적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하기 전 세금 관련 오류로 인해 거액의 추징세를 납부해야 할 상황이 발생했다”면서 “이로 인해 (추징금 납부를 위해) 본의 아니게 배당 금액이 크게 책정된 것이며, 배당금 상당수는 세금으로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을 통해서는 “70억 가운데 세금을 제외한 실제 배당 수령액은 50억원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추징액을 마련하기 위해 고배당을 실시했으며, 세금으로 상당 부분 사용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발상 그 자체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배당금과 이익 잉여금은 상관관계를 맺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교촌에프앤비의 이익잉여금은 결국 미래 투자를 위한 재원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특히 교촌에프앤비의 지분 100%가 권 회장의 몫이라는 점, 그리고 최근 정부와 여론이 기업 오너들의 고배당에 대해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고 있는 것이다.


교촌에프앤비는 2010년에도 30억원에 달하는 배당을 실시했다. 이 해에는 교촌에프앤비가 24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기록했음에도 수십억원의 배당은 그대로 이뤄졌다.


지난해 15억원, 2012년에는 30억원의 배당이 돌아갔다.


지난 2006년과 2007년 자산관리공사가 2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당시 각각 7000만원, 3500만원의 배당을 실시했던 모습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외부 간섭이 사라지자 즉각 고배당 정책으로 돌아서 ‘오너 배불리기’를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2009년 권 회장은 자산관리공사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 전체를 인수했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교촌에프앤비의 지난해 당기말 이익잉여금은 103억원을 기록했다. 순익을 넘어선 규모의 배당이 이뤄지면서 2008년 245억원에 달했던 이익잉여금은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투자여력이 그만큼 줄었단 의미이기도 하다.


추락하는 계열사 실적


교촌에프앤비가 배당에 열을 올리고 있는 사이 계열사들은 심각한 경영난에 빠지게 됐다. 특히 전자공시 분석 결과 교촌에프앤비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KYOCHON USA INC’를 비롯, 계림물산 등은 적자 행진을 지속했다.


지난 2012년 기준 피투자회사 전체에서 총 74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했으며, 지난해 역시 51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KYOCHON USA INC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결손 누적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최초 투자액 229억원은 현재 전혀 남아있지 않다. 또 교촌에프앤비가 50%의 지분을 보유중인 수현에프앤비 역시 결손누적으로 투자계정 잔액이 전혀 남아있지 않다.


수년간 적자가 누적, 결국 회사 재정이 바닥나면서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받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것. 권 회장이 계열사 경영보다 배당 챙기기에만 급급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 재계관계자는 “현재 비상장사 오너들의 고배당 문제를 두고 정부와 여론이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는 만큼 교촌에프앤비 역시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롭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계열사들이 실적부진으로 고통 받고 있는 가운데 향후에도 이 같은 고배당 정책을 지속한다면 권 회장 개인은 물론 다수의 소비자들을 상대로 한 교촌에프앤비의 기업 이미지도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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