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승계를 위한 방정식‥쩐의 전쟁 부를까

▲ 왼쪽부터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사장(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기업 지배구조는 1960년대의 미국에서, 기업의 비윤리적, 비인도적인 행동을 억제한다는 의미의 문맥에서 사용되기 시작해 그 후 분식결산 등 투자자의 관점에서 본 기업 스캔들의 방지 등을 뜻하는 것으로도 사용됐다. 여기에 기업가치, 주주가치를 증대시키기 위해 어떻게 기업 조직을 구축할 것인가 하는 의미도 첨가됐다.


국내에서는 재벌들이 부를 어떻게 증식하고 이 부와 경영권이 어떻게 승계되는지를 분석하기 위해 활용되고 있다. 특히 주주권 보호장치, 이사회의 규율기능, 감사 등의 내부통제기능, 회계 및 공시제도에 의한 경영 투명성 확보를 통해 오너 일가의 부가 정당하게 세습되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서 쓰이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재계 지배구조 분석을 통해 우리나라 최대 기업인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어느 선까지 진행됐는지 여부와 일각에서 우려되고 경영 승계 방정식에 대해 짚어봤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의 삼성 재편과 이부진, 이서현 등이 어떻게 삼성그룹에서 자리를 매김 할 지 여부도 들춰봤다.


‘사업구조 재편’ VS ‘경영권 위한 지배구조 재편’
업종별 지주회사‥ 삼성그룹 계열사 수직계열화


삼성그룹의 사업구조 재편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9월 23일 제일모직 패션의류사업부문을 삼성에버랜드에 매각한다는 발표를 시작으로 지난 4월 2일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 합병 결의 까지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삼성측은 경쟁력 확보 차원의 사업구조 재편이라는 입장이지만 재계나 증권가등 일각에서는 3세 경영권 승계 구도 구축을 위한 계열사 지배구조 재편이라고 분석한다.


여전히 안갯속인 삼성그룹 3세 경영권 승계 구도에 대해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이 지원을 해주는 ‘형제경영’ 인지 아니면 따로 각각 계열사를 분리하는 독립경영 체제로 갈 것인지를 두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삼성그룹 사업구조 재편 일지(스페셜경제)
사업구조 재편‥경영권 승계 ‘포석’


업계에서는 삼성그룹이 사업구조 재편에 속도를 올리는 이유에 대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변화의 신호탄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진행된 사업구조 재편을 들여다보면 유사한 산업의 계열사끼리 흡수 합병을 통해 지분관계를 정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삼성SDI(제일모직)최대주주로 전자업종 지분관계를 정리한 모습이며 앞으로 금융업종계열사 중공업·건설업종계열사들 간의 구조 개편도 곧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생명을 정점으로 금융업종계열이, 삼성물산을 정점으로 중공업·건설업종계열이 흡수 합병을 통해 지분관계를 정리한다는 것.


지난해 12월 삼성생명은 비금융계열인 삼성전기, 삼성물산, 삼성중공업이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5.81%를 총 2,641억 원에 취득했다. 이에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은 28.60%에서 34.41%로 상승했다. 삼성생명이 비금융 계열사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을 매입한 것은 경영권 승계를 위한 금융계열 지배구조 재편 사전 정지작업으로 해석된다.


지난 3일 키움증권 분석 보고서에는 “앞으로 유사한 산업에 속한 기업끼리의 흡수합병과 지분관계 개편을 통해 크게 3개의 산업군별로 이합집산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전자의 전자계열에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가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의 금융계열에는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가 포함되며 삼성물산의 중공업·건설계열에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종합화학 등이 편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물산이 업종별 지주회사 체제가 되므로 다른 삼성그룹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구조가 된다. 업종별 지주회사가 계열사들을 지배할 수 있게 수직계열화 시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자, 금융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서비스, 건설, 화학을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이 패션, 광고를 맡는다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예측이다.


하지만 지난 2일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이 합병을 결정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최대주주 자리에 삼성물산이 오르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공단을 제외하면 삼성SDI이고 삼성SDI의 최대주주는 삼성전자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약간의 지분을(0.57%) 가지고 있고 이부진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지분이 없다.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을 장악하는 것이 더 수월해진다는 것. 이에 따라 초기 승계에서 거론됐던 건설·화학 부문을 이부진 사장이 맡는다는 예측이 빗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금융계열과 중공업·건설계열이 사업구조 재편 전이기 때문에 재편 이후에 확실한 경영권 승계 구도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 합병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건설 분야를 동생인 이부진 사장 쪽으로 다 밀어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즉, 형제간의 독립 경영 방식이 아니라 삼성물산도 이 부회장쪽이 조율 하겠다는 의미가 담긴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 삼성그룹 2014년 상반기 지배구조 예상(키움증권 분석리포트)
지배 구조의 핵심…에버랜드 변수


3개의 업종별 지주회사를 지배하는 핵심 정점에 서있는 회사는 삼성에버랜드다. 삼성 지배구조의 핵심인 삼성에버랜드를 최상위 지주회사로 해서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업종별 지주회사를 지배한다는 것이다.


삼성에버랜드의 최대주주는 이재용 부회장이다. 2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은 똑같이 8.37%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을 놓고 보면 3:1:1 규모다.
지난해 말 정기인사를 통해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으로 승진, 이동했다. 일각에서는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에버랜드의 최대주주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을 포진시키면서 서로간의 협력과 견제의 구도로 업종별 지주회사를 안정적으로 지배하게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후 단계별로 천천히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사장 등이 계열분리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는 에버랜드가 사업구조를 대대적으로 개편한 것과 무관치 않다.
하이투자 증권 이상헌 연구원은 지난 3일 보고서를 통해 “에버랜드는 제일모직 패션부문을 양수를 시작으로 건물관리 사업을 4,800억원에 에스원으로 이관 하였으며 급식, 식자재 사업 분야를 물적 분할해 향후 지배구조 변환과정에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에버랜드의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성장성 및 자금을 확보하여 향후 기업가치가 상승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으므로 지배구조 변환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사업구조 개편이 일어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에버랜드의 사업성 확대 및 자금을 확보하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변환에 초석을 다져놓겠다는 얘기다. 에버랜드의 기업가치를 높이고 자금을 확보하여 그 자금으로 지분을 확대해 계열분리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보험업법 개정안, 삼성 사업구조 재편 발목잡나?
추측이 난무한 후계구도 그러나 여전히 안갯속


보험업법 개정 발의… 삼성그룹 ‘당혹’


삼성그룹이 사업구조 재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금융계열업종 지주회사로 예상되는 삼성생명과 관련된 보험업법 개정안 발의가 되면서 삼성그룹 사업구조 재편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 7일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의원은 보험회사의 대주주 등이 발행한 주식 및 채권에 대한 투자한도 기준을 시장가격으로 명시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앞서 보험업법 개정안 발의 전 개정안이 삼성그룹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에 삼성측에서 법안을 준비한 이종걸 의원실과 개정안 발의에 동의 서명한 의원실까지 접촉한 로비 정황이 포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7일 보도된 <노컷뉴스>에 따르면 “정치권과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이 이 개정안의 발의를 막기 위해 로비를 펼치고 있다는 의혹이 나왔다”며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관계자 말을 빌어 “삼성 측에서 법안이 발의된다는 소식을 듣고 여의도에 직원들을 투입해서 법안에 서명을 한 의원실을 찾아다니며 재고를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의혹에 대해 이종걸 의원실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특별하게 (삼성측에)로비를 받았다거나 하는 건 전혀 없었다. (로비정황에 대해)확인해 드릴 방법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삼성측에서 개정안 발의에 대해 재고요청을 해온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없었다. 전혀 없었다”라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개정안 발의에 대한 로비나 어떠한 재고 요청도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7일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기준 무엇 이길래?


발의된 개정안은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이나 채권을 보유할 때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총자산의 3%까지만 보유하고, 현재 한도를 초과해 보유한 회사는 5년 안에 이를 매각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현행법에서는 계열사 주식·채권 금액을 시장가격이 아닌 처음 살 때의 가격 즉, 취득원가로 계산하고 있어 계열사 주식·채권의 과다보유와 또한 보험 계약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현재 은행, 증권 등 다른 금융업은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규제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종걸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 14조 4000억 원 어치를 5년 안에 매각해야 한다. 지난해 기준 삼성생명의 총자산은 193조원으로 대주주 등이 발행한 주식의 보유 한도는 자산의 3%인 5.79조원이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20개 계열사의 주식은 취득원가로는 2.2조원이지만 시장가격으로는 20.65조원에 이른다. 계열사 주식을 개정안대로 평가할 경우 삼성생명은 15조원 가까운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


삼성생명은 국민연금공단에 이어 삼성전자 주식의 7.56%를 보유한 2대주주이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15조원에 가까운 주식을 처분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15조에 가까운 지분을 삼성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에서 매입하거나 혹은 삼성가에서 매입할 가능성이 있다. 아직은 ‘예상’에 불과하지만, 이 법안 자체에 의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자체가 흔들릴 뿐만 아니라 사업구조 재편에 의한 경영권 승계 작업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 이건희 회장(사진제공=뉴시스)
여전히 안갯속인 후계구도


삼성그룹은 지난해 9월부터 빠른 속도로 사업구조 개편을 하며 경영권 승계 작업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속도를 내서 사업구조 개편을 하는 이유에 대해 지난해 연말 이건희 회장의 건강 이상설이 꾸준히 제기됐다는 점을 꼽는다. 이건희 회장은 올해 만 71세의 고령이다. 그리고 지난해 8월 폐렴 증상을 보이면서 입원해 삼성그룹과 여론의 우려를 자아냈다.


이와 관련해 핵심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사업구조 재편과 경영권 승계에 대한 지배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앞으로 금융계열과 건설·중공업계열의 사업구조 재편도 진행해야할 숙제로 남아있다. 보험업법 개정 발의가 국회에서 통과되면 금융계열 사업구조 재편에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이며 이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현 시점에서 경영권 승계가 과연 3세들의 계열분리로 갈지 아니면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이부진-이서현 사장들이 뒷받침해 형제경영으로 갈지는 추측과 예측만이 난무 할뿐 여전히 안개 속에 휩싸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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