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맏형…‘방만 카드’ 버리고 ‘독한경영’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지난해 6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한국전력공사. 지난 2008년부터 연속 5년간 적자를 지속하던 한전은 지난 2012년 조환익 사장이 새로운 수장으로 부임하면서 독한 경영을 주문했다.


조 사장은 경영전반에 대해 혁신경영을 주문하면서 “끌려가는 혁신이 아니라 자발적이고 선제적인 혁신을 하라”고 강조했다.


결과는 경영실적 개선이라는 성과로 보답됐다. 한전은 경영합리화 및 재무구조 개선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 영업이익 1조519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전의 흑자전환이 공기업 정상화 노력보다는 두 번의 전기요금 인상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또한 올해 초 사외이사 선임에 전력산업과 관계없는 인사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면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전력 공기업 맏형으로서 국가 전력산업을 책임지는 한국전력공사의 빛과 그림자를 살펴봤다.


지난해 한국전력이 6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논란이 적지는 않았지만 두 차례의 전기요금 인상이 흑자전환에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6년 만에 흑자 전환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는 지난해 영업이익 1조5190억원을 기록했다.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1743억원으로 전년 3조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 큰 성과를 거뒀다. 매출은 54조378억원으로 9.3% 증가했다.


한국전력의 흑자전환에 가장 큰 공을 세운 것은 역시 전기요금 인상이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1월 전기요금을 4.0% 올린데 이어 11월 다시 평균 5.4% 인상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전기 판매 수익은 50조1700억원으로 9% 늘어나는 성과를 올렸다.


여기에 지난해 국제유가를 중심으로 원자재 가격이 약보합을 올리면서 연료단가도 상승 여력을 잃어 한전의 영업이익 흑자를 견인했다. 한전의 매출원가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연료비는 지난해 1.6% 상승에 그쳤다.


여기에 구입전력비와 수수료, 개발비용 등이 두 자릿수대의 증가율을 보였지만 기타영업비용이 전년대비 2.3% 줄어 수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부채 줄이기’ 총력전

현재 한전이 가장 먼저 선행해야할 과제는 부채해결이다. 한전은 이를 위해 올해 ‘부채 줄이기’에 사활을 걸었다.


한전은 이에 대해 오는 2017년까지 부채를 65조1924억원으로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2012년 54조9636억원보다는 늘었지만 중장기 계회인 70조3360억원보다는 5조 이상 줄었다.


여기에 발전 5사의 2017년 부채를 합치면 28조원이 넘는다. 전력 관련 6개 공공기관의 부채액은 2017년 93조원이 넘는다.


한전은 올해까지 부채비율의 변곡점을 달성하고 부채증가율을 33% 감소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한전은 경영전반에 대한 개혁과 혁신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할 경영혁신추진단을 구성하고 그 산하에 부채감축 비대위, 방만경영 비대위, 제도·문화혁신 비대위 등 3개 비상기구를 운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히 부채감축 비대위에서는 5개 분야 17개 프로젝트를 선정해 부채감축을 선제적으로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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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사업은 공급안정성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사업전반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사업시기·규모·방식 변경 등으로 투자비를 절감할 계획이다. 대신 ICT를 융합한 미래 신기술 필수투자는 지속해 일자리 창출과 함께 창조경제 기여에 주력한다.


해외사업 내실화 주력


해외사업부문은 비핵심자산에 대한 고강도 합리화를 통해 일부 자원사업을 매각한다. 특히 해외사업 매각과 관련한 국부유출과 헐값매각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국내투자자 매각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또한 매각전문회사를 통해 적정 가격을 확보한다.


또 매각가능한 자산은 전부 매각해 부채감축 효과를 극대화 할 계획이다. 세부적으로는 전력관련 자회사인 한전기술과 한전KPS는 경영권 유지수준의 51% 초과분을 매각하고, 전력사업과 연관성이 낮은 한전산업개발, LG유플러스 보유지분 전량도 매각한다.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삼성동 한전 본사 부지. 한전은 본사부지에 대해 적법성, 경제성, 적기매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적매각을 수립하여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정부와 협의사항이지만 수익 극대화를 위해 가능하다면 개발 매각도 고려할 방침이다. 이밖에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보유 부동산은 매각가능성이 높은 도심부동산을 중심으로 최대한 발굴해 조기 매각할 계획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공기업 정상화 대책 발표 이후 한국전력은 2017년 별도 기준 부채 비율 143%를 달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며 “자산 매각과 구조조정 등을 통해 부채비율은 올해부터 점진적으로 하락해 재무건전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산된다”고 말했다.


허리띠 ‘꽉’ 졸라…‘비상’


한전은 지난달 25일 평사원부터 처장급 간부까지 총 9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문화·인사 혁신 토론회’를 열고 경영 효율을 높이기 위한 혁신 과제들을 마련했다. 한전은 이날 회의를 통해 부채규모와 부채비율 등 부채 현황을 내부 전산망에 공개해 전 직원이 공유하도록 하는 실시간 부채공개 시스템을 구축하고 도서산간 지역 등 직원들이 기피하는 지역에서 근무하거나 힘든 업무를 맡은 직원에게는 높은 마일리지를 부여하는 인사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조환익 한전 사장.


한전은 1인당 복리후생비도 축소한다. 지난해 440만원에서 올해는 217만원으로 50.6% 줄이면서 경영 혁신을 이끌겠다는 방침이다.


퇴직금중 순직조위금이 폐지되고 퇴직금 산정에서 경영평가성과급이 제외된다. 또한 교육비와 보육비는 공무원 수준으로 조정되며 장기근속격려금도 없애기로 했다. 또한 장학금 제도도 지원수준을 축소하게 된다.


사외이사 논란 ‘어쩌나’

한전은 지난 2월 최교일 전 서울지검장과 조전혁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 이강희 전 국회의원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하지만 3명 모두 전력산업과 무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낙하산 인사논란에 휩싸였다. 또한 새누리당과 관련 있는 인사들이다.


최 전 서울지검장은 법조인 출신으로 청주지검 검사와 속초지검장, 서울지부 부장검사 등을 거쳐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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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전혁 교수는 교학사의 한국사 책 홍보활동을 하면서 논란을 빚었던 인물이다. 18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조 교수는 2010년 전교조 가입 교사 명단을 공개하면서 전교조 탄합의 핵심 역할을 해왔다.


13,15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강희 전 의원은 2012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며 새누리당에 입당한 전력이 있다. 이 전의원은 한국노총 경인항운노조위원장 출신이다.


3명 모두 한국전력의 발전 산업과는 무관한 여당 정치인과 법조인 출신이어서 사외이사 선임 당시 큰 논란을 빚었다.
국회의원 출신 등이 상장 공기업인 한전의 사외이사를 맡으면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기업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물이 사외이사로 기업의 의사결정에 막대한 힘을 쏟으면서 정권의 거수기 역할을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또한 이들의 정치권의 힘을 받고 다른 공공기관의 수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코스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동반성장 앞장


한전은 미래 신성장동력 창출 기술 및 전력산업의 재도약과 관련업계 동반성장 추진에 앞장서고 있다. 한전은 지난달 27일 전력산업 신성장동력 포럼 칩 기술전을 개최하고 기술현안 공유를 통해 전력그룹사와 중소기업간 상생발전을 이뤄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사업화 중심의 연구문화를 조성하고 있다.


조환익 사장은 이 자리에서 “현재 전력산업의 여러 당면 과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는 혁신적인 기술개발”이며 “끊임없는 R&D 지원과 기술혁신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과 미래 먹 거리를 만드는데 적극적으로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공기업의 한 고위관계자는 “한국전력공사가 지난해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되고 올해 고강도 경영개혁을 이루면서 공기업의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전직원이 부채 감축에 사활을 걸고 있어 향후 거시적인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부채감축에 사활을 걸어 부채다이어트를 조속히 매듭짓겠다”며 “다른 공기업보다 부채 감축 시점을 1년 이상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자보상배율을 1 이상으로 올려 한전을 부채공화국의 오명 속에서 끌어올리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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