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실적에도 ‘GO(高) 배당’

▲ 고희석 일정실업 회장 (사진=네이버 지도)

[스페셜경제=김상범 기자]최근 자동차 및 가구용 시트 원단 전문업체인 일정실업의 배당 정책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일정실업은 고동현 사장을 비롯한 오너일가가 지분의 상당수를 보유하고 있는데다 실적과 무관하게 고배당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일정실업은 사실상 고 사장 일가의 회사인 현대내장이라는 관계사와 집중 거래를 한 의혹까지 불거진 상태. 이른바 오너일가의 ‘비밀 곳간’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최근 정부와 여론이 기업들에 대해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일정실업의 이 같은 ‘역주행’ 행보는 비판의 소지가 있다는 것.
이에 <스페셜경제>는 일정실업과 현대내장의 실적 및 배당을 중심으로 논란의 핵심을 짚어봤다.


오너일가 2006~2012년 기간 동안 챙겨간 금액 ‘54억원’
현대내장, 일감몰아주기 의혹…사실상 100% 매출 의존


일정실업(사장 고동현)은 창업주 고희석 회장이 지난 1973년 설립한 자동차 시트용 직물 업체다. 1986년 현대자동차 자동차 원단 납품업체로 선정되면서 급속히 성장하면서 1994년 주식시장에 상장됐다.


현재 이 회사는 현대차, 기아차 등의 완성차 업체와 한국철도공사, 나원산업, 대한솔루션, 다스, 두올상사 등에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959억원, 당기순이익 18억원을 기록했다.


고배당 논란 <왜>


최근 일정실업에 대해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정부가 재벌 그룹 및 금융사들의 일감몰아주기 관행과 고배당 정책에 대한 엄단 의지를 천명한 가운데, 일정산업의 배당 정책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


게다가 창업주 고동현 사장을 비롯한 오너일가의 지분이 과반을 훌쩍 넘긴 상황에서 실적과 관계없이 해마다 고배당 정책을 고수, 여론의 눈총을 받고 있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고동현 사장을 비롯한 오너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일정실업의 지분은 무려 62.99%(고 고희석 회장이 출현한 감산장학회 포함)에 달한다.


게다가 일정실업은 실적과 관계없이 ‘묻지마 배당’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일정실업은 설립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구가하다가 2000년 대 들어서면서 이른바 ‘롤러코스터’ 실적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실제 연결기준 순이익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2005년 36억원 ▲2006년 34억원 ▲2007년 -37억원 ▲2008년 -49억원 ▲2009년 -30억원 ▲2010년 5억원 ▲2011년 12억원 ▲2012년 47억원 ▲2013년 18억원 등 시장 상황을 감안해도 해마다 실적 편차가 상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정실업 주주들은 이 같은 ‘널뛰기’ 성적표에도 꾸준히 배당을 고수했다. 특히 순손실을 기록했던 해에도 고배당을 지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일정실업은 ▲2006년 15억원 ▲2007년 15억원 ▲2008년 9억원 ▲2009년 9억원 ▲2010년 12억원 ▲2011년 15억원 ▲2012년 15억원의 배당을 지급했다. 특히 순손실을 기록한 2007~2009년 동안에도 배당을 진행했다.


일정실업은 지난해 말 기준 고희석 회장의 장남 고동수 씨가 21.67%, 고동현 사장 17%, 고정민씨 6.33%, 특수 관계인 고태원씨와 민준홍 씨가 각각 3.33%, 1.6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고 회장이 출현해 설립한 감산장학회의 10%까지 감안하면 오너일가를 포함한 특수관계인이 62.99%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


지분율을 고려해 추산한 2006~2012년 기간 이들이 가져간 배당 금액은 총 54억원에 달한다. 결국 고배당 정책을 통해 불과 수년 사이 이들 오너일가는 앉아서 수십억원을 챙겨갈 수 있었다.


특히 일각에서는 이들이 2010년부터 순이익 보다 많은 액수를 배당으로 챙겨갔다는 점을 들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배당이 기업 고유의 권한이며 권리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에 앞서 손실을 본 해까지 고배당을 실시했다는 점은 경영진들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논리다.


숨겨진 곳간 더 있다?


더 놀라운 것은 고 사장을 비롯한 오너일가는 일정실업 외에 현대내장이란 회사를 통해서도 거의 해마다 수억원에 달하는 고정 수입을 올리고 있었다는 점이다.


현대내장은 지난 1988년 설립, 자동차용 섬유제품의 생산 및 판매를 주사업으로 하고 있으며 본사는 경북 경주시에 위치하고 있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현대내장은 고 사장 28%, 고 사장의 형인 고동수씨가 11%, 감산장학회가 1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결국 54%에 달하는 지분이 고 사장 일가의 소유. 즉, 사실상 오너일가의 소유 회사라는 의미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내장은 ▲2006년 6억원 ▲2007년 6억원 ▲2008년 3억원 ▲2009년 3억원 ▲2010년 5억5000만원 ▲2011년 8억원 ▲2012년 8억5000만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특히 2012년의 경우 배당률은 무려 85%, 이 회사 역시 순손실을 봤던 해에도 수억원의 배당을 실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또 있다. 현대내장과 일정실업의 거래 내역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특히 전자공시를 통해 확인 가능한 2006년부터의 현대내장의 매출에서 대부분의 매출을 일정실업이 책임지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총수 지분이 포함된 계열사의 일감몰아주기 금지에만 집중하고 있는 사이 일정실업과 같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견 기업들이 우회적 일감몰아주기에 나서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내장의 매출액은 ▲2006년 254억원 ▲2007년 224억원 ▲2008년 188억원 ▲2009년 118억원 ▲2010년 160억원 ▲2011년 231억원 ▲2012년 257억원 ▲2013년 205억원을 기록했다,


전자공시 분석결과 현대내장은 지난 2013년을 제외한 2006~2012년의 기간 동안 거의 100%의 매출 실적을 인정실업을 통해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즉, 사실상 고 사장 일가 소유의 회사인 현대내장에 일정실업이 일감을 몰아주고 이를 통한 안정적 매출을 통해 지속적인 배당을 받아왔다는 의미다.


특히 일각에서는 실적과 상관없이 배당 정책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현대내장이 설립 이후 오너일가의 ‘곳간’ 역할을 해왔던 것 아니냐고 꼬집는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일정실업은 1000억원 내외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중견업체이지만, 당국이 대기업에 집중하고 있는 동안 그 사각 지대에서 고배당과 일감몰아주기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결국 ‘대기업 따라 하기’ 식의 경영형태는 기업의 성장 저해는 물론 오너일가의 도덕성, 나아가 기업 이미지에도 타격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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