凡현대家 일원‥상장폐지 ‘위기’에 그룹 ‘흔들흔들’

[스페셜경제=조경희 기자]현대시멘트 정몽선 회장이 최대 위기에 내몰렸다.

故 정주영 회장의 동생인 故 정순영 회장이 일군 성우그룹의 모태가 바로 현대시멘트다. 성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셈이다.

하지만 현대시멘트가 상장폐지 기업 대상에 오르면서 위기설이 대두되고 있다. 현대시멘트는 사업보고서 마감인 이달 31일까지 자본금 잠식 해소 입증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를 받게 되는 것.

현대시멘트는 성우종합건설에 2007년부터 약 4000억 원에 이르는 지급보증을 했고 건설 경기가 악화됨에 따라 결국 전액 자본잠식이라는 ‘악재’를 빚게 됐다.

또한 지난 2월 현대시멘트 노조에서는 정 회장이 이사회 의결 없이 성우종합건설의 CP를 매입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가 취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이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하게 돼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07년부터 4000억 규모 보증‥결국 자본 ‘감자’
부실 계열사에 1850억 불법 CP 지원 의혹 제기


시멘트 업계 6위 현대시멘트가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상장폐지 대상에 오른 것 자체가 불명예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상장폐지 대상은 자본금 전액 잠식이라는 요건이 따라붙기 때문에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것을 반증한다.


2013회계연도 결산 결과 자본금 전액 잠식이나 감사보고서 상 감사의견 거절 등 부적정 감사의견이 나온 상장사는 퇴출 대상이 된다.

이에 상장폐지 우려가 있는 기업들이 보고서 제출을 앞두고 미공개 정보 등을 이용해 주가를 조작하는 일
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현대시멘트는 계열사 관련 지급 보증에 따른 충당부채로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에 따라 현대시멘트는 지난해 말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2768억 원으로 집계돼 전액 자본잠식 상태가 됐다.


상장폐지 대상 <왜>

한국거래소 규정상 자본잠식이 발생하면 3월말까지 이를 해소해야 한다. 현재 유가증권시장본부는 현대시멘트 자본금 전액 잠식을 이유로 매매거래를 정지한 상태다.

그렇다고 현대시멘트가 지난해 매출액이 낮은 것은 아니다. 시멘트 업계 업황 불황을 감안해도 매출액은 오히려 늘었다. 지난해 매출액은 3264억 원으로 9.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57억 원으로 전년 대비 57.1% 증가했다. 하지만 당기순이익 3457억 원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손실폭 또한 794.5%로 커졌다. 영업이익이 57.1% 증가했음에도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것은 현대시멘트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성우종합건설에 대한 지급보증 때문이다.

현대시멘트는 계열사 성우종합건설 관련 지급보증 충당부채 설정으로 인한 기타비용 증가 때문이라고 공시했다. 충당부채는 지출시기 또는 금액이 불확실한 부채를 뜻한다. 현대시멘트는2007년 이후 현재까지 약 4000억 원 가량의 지급보증을 서고 있다.

사실상 성우종합건설에 대한 지급보증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 부실로 털어낼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다.


건설 지급보증 후폭풍


현대시멘트는 100% 자회사인 성우종합건설에 대해 지급보증을 해 왔다. 성우종합건설은 서울 양재동 복합물류센터 파이시티 시공사로 참여해 프로젝트파이낸싱에 대해 지급 보증을 했다.

성우종합건설은 파이시티 지분도 18.76%를 보유하고 있는 데, 이 파이시티 사업이 각종 민형사상 소송으로 얼룩지고 채권단과 갈등까지 겹치면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현대시멘트가 성우종합건설에 지급보증을 했지만 자금난이 여의치 않으면서 지난 2010년에는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과 워크아웃에 돌입한 바 있다.

파이시티 사업 참여가 현대시멘트와 성우종합건설의 ‘악재’가 된 것이다. 파이시티 사업은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부지 9만6017㎡에 물류시설과 오피스빌딩 쇼핑몰 등을 짓는 대규모 사업이었다.

준공 후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마트, CGV 등이 들어설 예정이었지만 MB 정부 시절 인허가 과정에서 특혜 시비가 불거지면서 사업이 중단됐다. 파이시티 프로젝트에 이미 약 8700억 원의 대출이 이뤄진 상황이었다.

지난해 11월 기준 현대시멘트는 성우종합건설 관련 차입금을 연대보증하거나 지급보증 해왔다. PF 관련 시행사의 차입금 또한 마찬가지다. 대주주 신용공여 등을 통해 건설사의 빚을 떠안아 온 셈이다.


워크아웃 연장


성우종합건설은 2010년 05월 29일자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했으며 2010년 06월 07일 워크아웃을 개시했다.

09월 30일 경영정상화계획 이행을 위한 약정을 체결하면서 2012년 12월 31일 워크아웃 종료를 계획했으나 경영정상화를 위해 연장됐다. 성우종합건설의 워크아웃 연장종료일은 올해 12월 31일이다.

성우종합건설은 남양주 사업장 매각, 일산타운하우스 100% 분양, 한강신도시 성우오스타아파트 81% 분양, 임원감축, 경비절감 등 사업장 정리와 채무재조정을 동시에 진행해 왔지만 모기업을 파탄에 이르게 한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것으로 보여진다.


계속기업에 대한 불확실성


지난해 4월 1일 대주회계법인이 작성한 성우종합건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계속기업에 대한 불확실성을 찾아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회계법인은 “당기 및 전기 중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이 발생하였으며, 당기말 현재 부채가 자본을 초과해 자본이 전액 잠식됐고, 양재동 복합유통센터 개발사업이 포함된 워크아웃 절차가 중단되거나 회사의 자구계획의 차질로 회사가 계속기업으로서 존속하기 어려운 경우 회사의 자산과 부채를 정상적인 영업활동과정을 통하여 장부가액으로 회수하거나 상환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성우종합건설은 지난 2011년 34,4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2012년에는 578억 원을 기록했다.

2011년 1613억 원의 매출을 거뒀는데 매출원가가 1547억 원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012년 들어오면서 매출액은 1220억 원을 거뒀고 매출원가가 1247억 원으로 매출액을 뛰어넘는 현상이 벌였다. 275억 원의 매출손실을 입은 것이다.

성우종합건설은 지난 2011년 부채비율이 661.80%를 넘어섰고 지난 2012년부터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부채비율은 더욱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결손 보전 위해 ‘감자’ 선택


현대시멘트는 지난 3일 액면가 5000원의 보통주 5주를 동일액면 금액 1주로 병합하는 감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감자가 완료되면 자본금은 367억2000만 원에서 50억6500만 원으로 줄어든다. 발행주식수 역시 734만4000주에서 101만3004주로 감소한다. 감자는 4월 24일 기준이다.

현대시멘트의 감자 결정은 결손보전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이뤄진다. 회사 측은 빠른 시일 내 증자를 통해 상장 폐지 요건을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불법 CP 매입 혐의 있다?


이 가운데 정몽선 회장이 이사회 의결 없이 성우종합건설에 대한 CP를 매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저널>에 따르면 검찰이 정 회장을 상대로 조사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지난 2008년 성우종합건설이 발행한 1850억 원 상당의 CP를 현대시멘트 이사회 의결 없이 매입하도록 지시한 혐의, 즉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밝힌 것.

또 정 회장을 검찰에 고발한 곳이 다름 아닌 현대시멘트 노동조합이라고도 지적했다. 현대시멘트 노조는 고발장에서 “성우종합건설이 CP를 발행할 당시 회생 가능성이 크지 않았다”며 “정 회장은 현대시멘트를 통해 CP를 매입하도록 지시해 부실 규모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시사저널>에 따르면 이미 검찰은 고발장 내용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으며 성우종합건설 CP의 부당 매입과 관련된 자료를 상당부분 넘겨받은 것으로 보도했다. 만약 검찰 조사에서 CP 매입이 불법으로 이뤄졌다면 파장 역시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한라시멘트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凡 현대家 성우그룹


성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현대시멘트는 지난 1969년 현대건설에서 독립해 설립됐다.

故 정주영 회장의 동생인 故 정순영 선대회장이 이끈 현대시멘트는 그룹의 모태이자 핵심기업이다. 1970년대부터 본격적인 성장을 이뤄냈으며 현대종합금속, 성우종합건설, 성우전자 등을 거느린 기업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1995년부터는 성우그룹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1997년 정순영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물러나면서 맏아들인 정몽선 회장이 현대시멘트 회장을 이어받게 됐다. 17년 동안 정 회장이 성우그룹을 맡아오다 올해 상장폐지 위기까지 내몰리는 상황이 됐다.

정 회장은 둘째 아들인 정몽석 회장에게 현대종합건설을, 셋째인 정몽훈 회장에게는 성우전자를 물려줬다. 넷째인 정몽용 회장은 자동차부품업체인 성우오토모티브를 물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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