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주 압박도 모자라 탈세까지 했다

[스페셜경제=박단비 기자]지난해 갑을논란으로 유통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남양유업이 2014년에도 논란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는 갑을논란이 아니다. 홍원식 회장이 73억원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검찰을 드나들었다.
‘악질 갑’ 이미지에서 조금씩 벗어나 이미지를 조금씩 회복 중인 남양유업으로서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지난 해 대국민 사과 때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홍 회장은 이번 탈세혐의까지 받으며 ‘부도덕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게 됐다.


지난 해 5월 초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는 사건이 발생했다. ‘남양유업 직원 욕설’ 파문이다. 아버지뻘의 점주에게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밀어내기를 강요하는 사원.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지만, 유통업계의 반응은 냉랭했다.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공론화 된 적은 없었지만, 남양유업은 업계에서도 ‘악질’로 통하고 있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일반인의 상식에서도 이해가 불가능할 만큼의 물류를 넣어 대리점주들을 압박했다.


사건 터져도 회장은 ‘나 몰라라’


언론을 통해 밝혀진 통화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남양유업 직원인 A씨는 아버지뻘인 점주 B씨에게 “죽기 싫으면 (제품) 받아요. 죽기 싫으면 받으라고. 시끄러워. 끊어. 물건 못 들어간다는 그런 소리 하지 말고”라며 협박했다. 이어 A씨는 “(제품을) 버리던가, 그럼 버려. 버리라구요. 망해, 그럼 망해. 이 XX아”라며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부었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떠들썩해졌고, 남양유업은 대국민의 질타를 받아야 했다. 결국 남양유업은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며 동정표를 구했다.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이상했다. 회사의 대표 격인 홍원식 회장은 기자 회견에 참석하지 않았다. 남양 측은 “대주주이기에 이사로 올렸을 뿐 현재 회사에 나오지 않는 상태”라고 했다.

김웅 대표이사 역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홍원식 회장은 사과할 뜻이 없느냐”는 질문에 “회장이라는 호칭은 공식적인 호칭이 아니다”라며 “대주주로서 저희들이 부르는 호칭”이라고 했다.

하지만, 2013년 당시 공시자료에 분명히 남양유업의 등기임원, 상근직 회장으로 입력되어 있었다. 기업경영의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법적 책임을 지는 등기이사이기도 했다. 하지만 남양 측은 “상관없는 일”이라며 발뺌에 나섰다.

하지만 홍 회장은 뒤에 숨어 자신의 이익은 모두 챙겼다. 2013년 5월 7일 당시 남양유업은 공시를 통해 홍 회장이 2402주를 장내 처분했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결제일 기준으로 지난달 30일 1383주를, 지난 2일과 3일에는 각각 367주, 652주를 매각해 현금화했다. 27억1540만원어치였다.

당시 남양유업은 100만원이 넘는 ‘황금주’였지만, 갑을논란이 터진 이후 주가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홍 회장은 계속 해 ‘도덕성 책임론’에 휘말려야 했다.


세금까지 탈루했다?


사건이 조용해 진 지 얼마 되지도 않아 홍원식 회장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월 검찰이 73억7800만여원의 세금을 탈루한 남양유업 홍원식(64) 회장을 재판에 넘겼기 때문이다.

홍 회장은 2007년 11월 남양유업 창업주인 고(故) 홍두영 명예회장으로부터 자기앞수표 52억원을 증여받았지만 관할세무서에 신고하지 않아 증여세 26억원을 포탈한 혐의를 받았다.

홍 회장은 부친이 거래업체 사장 유모씨 명의로 개설한 차명계좌에서 인출한 자금 52억원을 넘겨받아 서미갤러리에서 25억원 상당의 앤디워홀의 작품 ‘재키’를 구입하면서 매수자를 거래업체 사장 명의로 회계처리 하도록 지시해 재산을 은닉한 것으로 드러났다.

홍 회장은 마찬가지로 에드루샤의 ‘산’을 15억원에 구입하면서 매수자를 거래업체 사장 명의로 허위로 기재하며 재산 은닉에 나섰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남양유업 직원 명의로 보유하던 차명주식 1만4500주에 대한 상속세 41억2347만
여원을 포탈한 혐의까지 있었다.

검찰에 따르면 홍 회장은 2007년 하반기 무렵 부친이 남양유업 직원 명의로 자사 주식을 차명으로 보유한 사실을 인지했지만, 부친이 사망하자 형제들에게 관련 사실을 알리지 않고 부친 대신 차명으로 보유한 주식의 배당금을 현금으로 수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홍 회장은 2008년 7월부터 2012년 8월까지 직원 명의로 개설한 증권위탁계좌로 남양유업 주식 6813주를 매도해 총 32억8035만여원의 양도 차익이 발생했지만 관할세무서에 신고하지 않고 양도소득세 6억5457만여원을 탈루한 혐의도 받고 있다.

홍 회장은 차명 주식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신고나 보고 의무를 지키지 않은 혐의(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위반)도 적발됐다.

하지만 홍 회장은 오히려 당당하게 이를 모두 부인했다. 홍 회장 측은 “선대회장이 구입한 그림을 사후에 홍 회장이 상속받은 것”이라며 “상속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별론 이지만 증여세를 포탈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답했다.

이어 홍 회장은 “소득세를 내지 않은 것은 인정하지만 적극적인 행위가 아니었다”며 같은 취지로 무죄를 주장했다.

제대로 된 사과보다는 자신의 죄를 낮추기 위해 급급한 모습이었다.

한편, 남양유업은 지난 20일 경기도 관내 소속 우유배달원 1500여 명은 배달 우유 및 우편물이 누적되어 있거나, 우유 대금이 장기 체납되어 있는 등 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을 가능성이 큰 가정을 발견할 시 관련 기관(경기도청 무한돌봄센터 : 031-120)으로 제보하고 추적 관리하는 역할을 통해 복지사각지대 해소에 나서게 된다고 발표했다.

좋은 취지의 일이지만, 회사의 ‘얼굴’격이라 할 수 있는 홍 회장이 제대로 된 행보를 보이지 않는다면, 이러한 직원들의 노력 역시 묻힐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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