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지 대책 만든다더니‥‘흑자경영’ 무리수 뒀나

[스페셜경제=조경희 기자]쌍용양회 이윤호 대표가 지난 1월 신년사를 통해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공장 고장증가에 따른 보수비용 증가, 연이은 안전사고와 관련 면밀한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겠다고 공언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3일 오후 동해시 삼화동 쌍용양회 동해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자가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한 것.

특히 이 근로자의 경우 쌍용양회에서 30년간 근무하다 정년퇴직했고 이후 하청업체에서 근무하다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하지만 30년간 근무하다 퇴직한 직원에 대해 쌍용양회에서는 ‘안전판’ 미착용 같은 개인 및 하청업체의 안전시설 위반으로 몰고 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멘트업계가 ‘경영 효율성’에만 방점을 찍고 안전관리 전반은 미흡해 이 같은 사고가 잦은 것이 아니냐는 일침을 가한다.


사고, 화재 겹치면서 보수비용 ‘증가’, 해외수급 ‘차질’
재발방지책, 자기반성 강조 vs 사고 후 ‘모르쇠’ 일관


지난 3월 3일 오후 7시 12분경 강원 동해시 삼화동 쌍용양회 동해공장 야적장에서 근로자 김모(64)씨가 매몰돼 숨졌다. 야적장은 시멘트 원료인 석회암을 발파하고 잘게 부수는 과정에서 발생한 토사와 자갈을 쌓아두는 곳이다.

김씨는 토사에 매몰되는 사고를 당하기 전 야적장 위쪽에 위치한 컨베이어 벨트에서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아울러 김씨는 긴급 출동한 119구조대와 공장 관계자들에 의해 매몰 4시간 만에 구조됐지만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씨의 동료 근로자는 “근무 교대를 하려고 야적장에 나와보니 김씨가 없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진술 엇갈려


김씨가 사고를 당한 현장은 쌍용자원개발이 진행하던 공사현장이다. 김씨는 이 현장에서 오전 8시에서 오후 4시까지 근무를 섰던 것으로 확인된다. 문제는 교대자가 왔을 당시에 김씨는 현장에 없었고 근로자가 없다고 통보를 할 때 까지 기계가 가동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또 토사와 자갈을 쌓아두는 야적장 위쪽 컨베이어 벨트에서 작업을 하던 김씨가 사라진 이후 119나 경찰에 신고보다는 ‘수색’에만 더 신경을 썼다는 지적이다.

사고 당일에는 기계에 이상이 생겨 공회전 상태에서 작업을 했고 무전 또한 2시 30분경 끊겨 단순 사고가 아닌 ‘인재(人災)’라는 것.

김씨 유가족은 <스페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전기 차단을 요청하고 현장에 안전테크 설치, 판넬 전원 차단 과정이 대략 30~40분 소요되기 때문에 생산성이 하락할 수 있다. 생산성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정확한 확인 없이 기계를 재가동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특히 공회전 상태의 기계에 대해 이미 무전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중앙통제실에서 작업완료, 재가동 등의 무전을 보내지 않았다는 것. 특히 2시 30분 이후 무전이 끊긴 상황에서 이를 사전에 체크만 했다고 하더라도 4시간 가량 매몰되는 일은 피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김씨와 함께 30년 이상 근무한 직장 동료들 또한 “규정상 기계에 이상이 생기면 작업 전 중앙통제실에서 전기과로 통보해 해당 라인에 대한 전기를 차단하게 된다. 이후 근로자는 전원 차단장치를 잠근 상태에서 작업을 하게 돼 있는 이 같은 절차 없이, 근로자(작업자)의 이상 유무에 대한 확인 없이 컨베이어 벨트에 원석을 실어 보내 석회석 더미에 파묻히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안전관리를 위해 2인 1조로 근무하는 것과 달리 하청업체들은 1인 근무를 서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모씨는 쌍용양회 하청업체인 ‘서흥’에서 위탁운영해온 생산 라인에서 근무 해왔는 데 쌍용양회가 직접 운영하는 라인의 경우 2인1조로 운영되며 하청라인은 인원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1인이 혼자 근무해왔다는 것.

이와 관련 쌍용양회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추락사한 김모씨의 경우 기계설비 주변을 청소하는 근무이기 때문에 2인1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또 기계 청소를 위해 기계를 세워달라는 무전 이후 라인 가동을 멈췄고, 작업 완료라는 무전이 오지 않아 재가동 하지는 않은 상태라고 항변했다.


늑장 신고 <왜>


김씨가 추락한 이후 김씨의 유가족에게 연락이 온 시간은 5시 30분~40분 가량이다. 교대 시간이 1시간 30분~40분 가까이 지난 후 ‘퇴근여부’를 물은 것. 이후에도 ‘수색’ 작업은 지속됐고 그간 경찰서에 신고하거나 119에 구조 요청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와 관련 쌍용양회 관계자는 “연락이 닿지 않아 근로자 수색에 나섰고 다만 시간이 지연된 것은 지역이 너무 넓어 수색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쌍용양회는 지난해 이미 크고 작은 사고들이 발생한 바 있다. 이에 연 초부터 발생한 사고에 대해 ‘하청업체’에서 발생한 사고일 뿐이며 또 해당 근로자 역시 ‘안전바’를 착용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라며 선을 긋고 있다.

추락, 매몰로 목숨을 잃은 김모씨의 경우 쌍용양회에서 30년 이상 근무하다 퇴직했으며 2007년 정년퇴직했다. 이후 ‘과자값’ 이라도 벌겠다며 하청업체로 복귀했다가 25m 아래로 추락사해 후두파열, 갈비뼈골절, 팔개방골절, 질식으로 인해 사망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잦은 사고 구설수


쌍용양회는 지난해 11월 쌍용양회 북평공장 컨베이어 벨트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불이 난 곳은 야적해 놓은 시멘트 가루를 배로 운반하던 시설로 주변에 사람이 없어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9일에는 동해항 내 항정동 쌍용양회 하청업체에서 작업중이던 김모씨가 추락하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2년 전에도 강릉 옥계면 라파즈 한라시멘트 석회암 광산에서 근로자 2명이 석회암 덩어리에 매몰돼 1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된 사건이 발생한 바 있어 시멘트 광산에 대한 안전규정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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