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계열사 대표이사 재신임…‘살생부설’ 집중추적

[스페셜경제=조경희 기자]포스코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시작됐다. 포스코 영업이익은 2010년 5조470억 원에서 2012년 2조7895억 원으로 거의 반 토막 나면서 영업이익률도 5%대로 추락했다.

이에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혁신 포스코 1.0 추진반’은 이미 이번 주부터 계열사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고 있다. 사장단의 재신임 여부도 함께 거론된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형식적인 재신임을 넘어 ‘실적’을 통해 재신임 여부를 묻는다는 과정에서 사실상 ‘교체’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포스코는 이 과정에서 포스코 계열사의 실적과 역량을 살펴 계열사 사장단의 재신임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여진다. 이번 포스코 계열사 사장단 재신임은 많은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정준양 회장이 임명한 사람들이 대부분으로 권 내정자 역시 부실한 계열사 정리를 최우선의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한파’가 몰아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그간 일감 몰아주기 외 포뉴텍(전 삼창기업), 성진지오텍 특혜 인수 등 논란이 되고 있는 계열사가 유독 많다는 이유에서다.


정 회장이 임명한 46개 계열사 대상‥흔적(?) 지우기
재신임 넘어 교체 수순 무게‥실적, 역량 따라 갈린다



포스코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혁신 포스코 1.0 추진반’이 계열사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는 가운데 권오준 포스코 회장 내정자가 오는 24일 핵심계열사의 대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지난해 기준 대우인터내셔널, 포스코건설, 포스코에너지, 포스코플랜텍 등 46개의 계열사를 가지고 있다. 이들 계열사의 대표는 모두 정준양 회장이 임명했다.

일각에서는 ‘빅 배스(Big Bath)’ 차원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수장이 교체되면서 부실이나 이익규모를 그대로 드러낸다는 것이다.

그간 포스코는 정준양 회장 출범 이후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외형 성장에 힘써왔다. 하지만 이 같은 비(非)철강 사업 도전, 해외 투자의 성적은 초라했다. 신용등급 하락, 부채비율 상승 등 과도한 비(非)철강 사업 도전이 포스코를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

더욱이 현대제철 등 국내 경쟁자의 출현과 더불어 값싼 중국산 철강이 포스코를 추격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포스코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어닝 ‘쇼크’ 충격

정준양 회장이 사임을 밝히면서 정권의 외압설이 제기된 바 있다. 정부 지분 없이 민영화됐지만 매번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임기가 남아있는 회장들이 대부분 물러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적’ 공개 이후 외압설은 사라졌다. 대신 CEO 리스크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정준양 회장이 글로벌 종합 소재기업으로의 변화를 꾀했을 당시 비 철강 분야로의 사업 확대는 포스코에게 있어 중요한 전략일 수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전략이 됐다. 매해 국정감사에서는 재계 6위에 해당하는 글로벌 기업 포스코의 실적에 대해 거론해왔다.

계열사가 한 때 70여개가 확장된 것이 ‘대기업 흉내내기’라는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부실 회사였던 성진지오텍(현 포스코플랜텍)을 비싸게 샀다는 의혹에도 내몰렸다.

구조조정을 통해 계열사를 합병했지만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계열사들도 증가해 총체적인 난국에 돌입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성진지오텍 인수 배후설 나돌아

포스코플랜텍은 포스코가 지난 2010년 인수한 성진지오텍을 100% 자회사인 포스코플랜텍과 합병한 회사다. 당시 포스코는 성진지오텍 최대주주인 진정도 회장과 미래에셋사모펀드 등으로 지분 33%를 1590억 원에 인수했다.

인수 당시에는 온갖 추측과 의혹이 난무하기도 했다.

지난 2012년 국정감사 당시 새누리당 이현재 의원은 “포스코 70개 계열사 중 29개가 적자”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 의원은 부실 계열사 실적으로 인해 포스코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되면서 포스코가 이를 감당하기 위해 철강 가격을 올리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런 부실 계열사로 포스코플랜텍(전 성진지오텍)을 겨냥하기도 했다. 인수 전 590억 원의 적자가 나 주당 8200원 이던 가격을 포스코가 1만1000~1만6000원 사이에 사들였다는 것.

또 “인수전에도 적자인 회사를 비싸게 사는 데 정치적 의혹이 있다. 배후가 있느냐”라고 묻기도 했다.

성진지오텍의 전 대주주가 정권 실세와 친분이 있었고 정준양 회장이 정권의 요청 내지 압력에 성진지오텍을 인수했다는 항간의 의혹을 되짚은 것.

질문은 정준양 회장이 선임되는 과정에서 정권 실세였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역할이 있었다는 의혹을 내포하고 있었다.

이러한 논란 끝에 합병된 포스코플랜텍의 실적은 추락하고 있다. 2010년 한 때 2만원에 육박하던 주가는 현재 5000원대로 하락했다. 지난 2013년 포스코플랜텍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전년 대비 14.8% 감소한 6034억 원, 영업이익은 적자전환 해 630억 원의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성진지오텍 부문의 매출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포스코플랜텍은 잠정 실적 공시이기는 하지만 4분기 가결산 결과 분기손순실 338억 원 등의 영향으로 부채비율이 3분기 대비 113.5%p 증가할 것으로 보여진다. 유동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도 각각 106.4%, 60.7%로 악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삼창기업 특혜 인수 논란도 불거져


지난해 8월 포스코ICT의 자회사인 포뉴텍(전 삼창기업) 또한 원전 핵심 장비의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것이 드러나면서 포스코ICT의 삼창기업 인수 특혜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삼창기업(현 포뉴텍)은 지난 2011년 포스코ICT가 인수한 기업으로, 2010년까지 원전 계측제어 분야를 독점해 왔다. 하지만 포스코ICT가 원자력 발전사업 부문을 인수하면서 가격 적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포스코ICT는 2011년 삼창기업과 최종적으로 1020억 원을 지급하고 삼창기업의 원자력 사업부문을 인수받은 후 포뉴텍으로 새롭게 출범시켰다. 이 과정에서 포스코ICT가 투입한 자금이 110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창기업의 기업 가치가 200~300억 수준으로 예상했는데 인수가격이 1000억 원 이상으로 뛰어오르자 정권 실세의 ‘개입’을 꼬집고 있다.

포스코는 앞서 석유화학 플랜트업체인 성진지오텍을 시세의 두 배에 가까운 가격에 사들이며 논란을 빚은 바 있어 포스코ICT가 삼창기업을 특혜 인수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더욱이 용역 사업이 핵심인 삼창기업에 대한 인수가격이 1000억 원을 넘는다는 점에서 MB정부 시절 실세 개입 의혹이 일었다.

지난 2011년 매일경제는 “포스코의 원전 진출 의지가 강하더라도 용역이 핵심인 사업 인수에 1400억원을 들인 것은 과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한 바 있다.

포스코ICT와 삼창기업 현 포뉴텍은 원전 비리와 관련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삼창기업(현 포뉴텍)이 납품한 부품의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시험성적서 검증업체인 새한티이피가 성적서를 위조한 것이 아니냐는 것.

당시 검찰은 “연루 의혹에 대해서는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언급했으나 이두철 전 울산상공회의소 소장이 삼창기업을 운영하면서 100억 원에 달하는 회삿돈을 빼돌린 단서는 포착했기 때문에 ‘고리’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위해 검찰은 지난 12월 삼창기업을 인수한 포스코ICT와 관계사 2곳을 압수수색해 회계장부와 컴퓨터 파일 등을 확보, 정밀 분석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포스코ICT가 삼창기업을 시세보다 훨씬 비싼 가격으로 인수했는지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에도 삼창기업(현 포뉴텍)에 대한 논란은 진행 중이다. 지난해 12월 3일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매일경제>가 ‘포스코, 삼창기업 특혜인수 의혹’이라는 기사를 올렸으나 삭제됐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가판에도 실렸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다음날 아침 배달판에는 실리지 않았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한 이후 실린 기사였지만 삭제됐다는 것.

<미디어오늘>은 포스코의 요구에 매일경제 기사가 삭제됐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1년부터 꾸준히 포스코ICT의 삼창기업 인수 가격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한 매일경제가 검찰의 포스코ICT 압수수색 이후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싣자 삭제를 요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포뉴텍(前 삼창기업)‧성진지오텍 특혜 인수 논란 지속
자본잠식 상태 기업 M&A‥시세 보다 비싸게 사 공방


포스코엠텍, ‘적자’에도 현금배당


포스코엠텍은 적자 경영에 시달리고 있지만 주주들에게는 현금 배당을 결정해 눈총을 받고 있다. 다만 대주주인 포스코는 배당에서 제외된다.

포스코엠텍의 매출액은 잠정 실적 집계 결과 9064억 원, 영업손실 51억 원, 순손실 152억 원을 기록하고 있다. 매출은 전년 대비 5% 감소했으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이 같은 부진에는 ‘M&A’가 숨어있다. 2013년 1월 흡수 합병한 나인디지트, 리코금속 등 도시광산 사업부의 대손충당금 증가 등 우발적 요인에 의해 손실이 확대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는 포스코엠텍 뿐만이 아니다. 포스코켐텍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4.7% 하락한 200억6700만원이라고 3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5.8% 증가한 3394억5500만원, 당기순이익은 17.5% 감소한 153억100만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부실 계열사 정리 언제쯤?
그간 포스코는 부실 계열사를 지속적으로 정리해 왔다. 2007년 23개에서 시작한 계열사는 2012년 71개에서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한 때 포스코는 국내 대기업들 중 계열사를 가장 많이 늘린 기업으로도 꼽혔다. 하지만 ‘철강’으로 끌어 모은 현금을 M&A에 쏟아 부었다는 평가를 면하지 못했다.

무디스의 경우 포스코의 높은 부채 수준, 철강업계에서 포스코가 직면한 기업 기초여건(펀더멘털)상의 어려움 등을 반영해서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포스코의 대외신인도가 하락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다.

차기 권오준 회장 내정자는 계열사 사장단에 대한 ‘재신임’ 여부를 물을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권 회장이 정준양 회장이 직접 임명한 사장단을 대상으로 묻는 ‘재신임’ 여부에 따라 포스코 계열사 사장단의 ‘명암(明暗)’이 갈릴 것으로 보여진다.

정준양 회장의 만들어놓은 포스코의 추락한 실적과 늘어난 계열사, 특혜 인수 논란에 대해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