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부르며 나를 찾는 회고록


[스페셜경제=김민정 기자]도회적이고 감성적인 언어와 기발한 아이디어로 독자의 상상력을 기분 좋게 자극하는 것은 바로 우연. 운명보단 가볍고 필연 보단 감각적인 이 단어는 사람들을 설레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 이런 설렘을 간직한 ‘우연의 미학’이란 독창적인 문학 세계를 구축한 이야기꾼 폴 오스터가 돌아왔다. 전 세계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 폴 오스터의 신작 에세이 ‘겨울 일기’가 출간된 것.


육체에 대한 감각‥결국 인생 얘기


‘겨울 일기’는 예순네 살의 작가 폴 오스터의 독특한 형식의 회고록이다. 이 작품은 생의 감각적 경험을 기술하는 데 집중한 점, 인과관계나 시간적 순서에 얽매이지 않는 비선형적 구성, 자신을 2인칭으로 묘사하는 관찰자 시점 등이 특징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당신이 살아 있음을 기억할 수 있는 첫날부터 지금까지 이 몸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기분이었는지 살펴보자. 감각적 자료들의 카탈로그랄까. 호흡의 현상학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되겠다”라고 말한다. 작가가 얘기한 ‘호흡의 현상학’은 숨 쉬는 육체의 감각에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영향을 미친 사건들을 나열하는 것이다,


운명보단 가볍고 필연보단 설레는 우연, ‘우연의 미학’ 창시자


오스터는 육체의 감각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는데, 한 가지는 성적 쾌감이나 식욕, 글을 쓰고자 하는 욕망, 가족에 대한 사랑 등을 포함한 쾌감이고, 다른 한 가지는 상처가 나는 고통, 이별의 슬픔, 패배감, 피하고 싶은 죽음 등을 포함한 고통이다. 동시다발적이거나 갑자기 등장시키기도 하면서 나열된 감각적 사건들은 우연하게도 연결돼 있다.


특히 노년의 오스터가 가장 강렬하게 느끼는 감각은 죽음에 대한 공포감이다. 어렸을 때 바로 옆에 있던 친구가 번개에 맞아 그대로 즉사한 일, 두 명의 계부가 갑작스럽게 죽은 일 등 자신의 주위에서 일어났던 죽음의 공포는 나 자신이 언젠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우연적이고도 필연적인 죽음에 대한 공포로 연결된다.


또한 작가는 육체의 감각에 영향을 미친 환경도 빼놓지 않는다. 살아온 환경 중 가장 오랜 시간 동안 머무는 곳인 집과 자신의 주변을 둘러싼 가족에 초점을 맞춰 환경에 따른 변화와 그들이 살면서 겪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미국 또는 프랑스에서, 짧게는 몇 달부터 길게는 몇 십 년까지 여기저기를 오간 행적과,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친 가족 구성원의 변천사를 심도 깊게 조명한다.


독특한 관찰자 시점


오스터는 책 속에서 자신을 ‘당신’이라고 부르며 관찰자 시점을 유지하고 있다. 육체의 감각에 영향을 미친 사건을 한 발 물러난 위치에서 이야기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사건들을 시간적 순서에 얽매이지 않고 마치 퍼즐 조각처럼 이어 붙이다 보면 결국 나 자신, 작가가 말하는 ‘당신’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특징들 때문에 ‘겨울 일기’는 ‘에세이’라는 분야에 국한시키기는 아까운 소설적 미학을 담고 있다. 여러 가지 문학적 기법을 활용하여 자신의 삶을 심도 있게 통찰하여 특유의 빼어난 문체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호흡으로 쭉 읽어 내려가다 보면 인간의 삶을 바라보는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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