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전과 그의 시대


[스페셜경제=김민정 기자]KBS 1TV의 새 대하드라마 ‘정도전’이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역사학자 이덕일의 ‘정도전과 그의 시대’가 출간됐다. 정도전은 고려 말부터 조선 초까지 혼란스러운 시기를 헤쳐 나갔던 사상가이자 정치가이다.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개혁의 아이콘’인 정도전을 향한 대중의 관심은 가볍게 넘어갈만한 문화현상으로 치부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과전법 시행의 이유


‘당쟁으로 보는 조선역사’를 시작으로 한국사의 쟁점을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내며 역사서의 대중화를 이끌어온 역사학자 이덕일의 첫 번째 강연집 ‘정도전과 그의 시대’. 이 책은 대하드라마 ‘정도전’ 팀의 자문요청으로 저자가 진행한 세미나 형태의 강연 내용을 담고 있다.


정도전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는 고려 말 위기를 극복하고 조선을 설계했지만 미처 큰 뜻을 펼쳐보기도 전에 이방원의 칼날에 최후를 맞이했던 비운의 혁명가였다. 그러나 저자는 정도전을 조선의 설계자라는 이전의 관점만으론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즉 고려 말과 조선 초의 시대적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 다시 말해 정도전을 세상으로 이끌어낸 원동력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가 이성계를 만나 조선이라는 새로운 국가를 세우려 한 이유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비운의 혁명가 정도전, 그가 지금 주목받는 이유는




당시 정도전은 고려 말의 혼란을 불러온 가장 큰 원인이 토지제도에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그 폐해를 없애는 것을 새 왕조의 개창 명분으로 삼았던 것이다. 쉽게 말해 고려 말, 토지제도가 무너지면서 힘 있고 강한 자는 남의 토지를 빼앗아 더 부농이 되고, 가난한 자는 송곳 하나 꽂을 땅도 없게 된 현실을 타개하려 한 것이다. 그래서 특권층의 땅을 몰수해 백성에게 나눠주는 과전법의 시행은 조선 왕조 개창의 정당성을 설파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정책이었 그리고 과전법에 이론적 배경을 제시한 것이 성리학이었다.


단 한명의 전략에 무너진 고려


저자는 위민의 관점에서 인물을 바라보고 평가했다. 또한, 정도전의 일생뿐만 아니라 성리학과 토지 문제까지 다룸으로써 조선이 위화도 회군 세력의 무력에 의지해 개창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이념과 경제체제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개국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아울러, 역사를 성찰의 도구로 삼아 한 명의 사상가가 세운 전략으로 무너진 고려를 통해 내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할 경우 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역사적 방증으로 현재의 우리를 비추는 거울로 삼아야 한다며 역설하고 있다.


그런 이유에서라도 정도전의 불꽃같은 삶은 현재의 우리를 되돌아보게 하는 거울로 부족함이 없다는 것이다. 단 한 명의 사상가의 전략으로 고려라는 국가가 전복됐다는 것은 그만큼 체제 내에 문제가 많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런 문제가 해소되지 못하고 비등점을 향해 달려갈 때 체제 교체의 기운이 싹트는 것이다.


결국 정도전의 인생이 말해주는 교훈은 권력과 부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소통하는 사회,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고, 이를 위해 사회 내부에서 갈등을 순리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파국을 향해 치닫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저자는 얘기하고 있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