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주식 ‘경영권’ 승계 필수인데‥‘정리가 안 되네’


[스페셜경제=조경희 기자]삼성家 상속 소송이 오는 24일 변론기일을 거쳐 내년 1월 14일께 결심 공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늦어도 내년 2월 까지는 삼성 상속 재산을 둘러싼 소송이 지속되게 됐다. 대한민국 재벌가를 떠들썩하게 했던 재판이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지난해 2월부터 시작된 상속소송은 올해 2월 1일 이건희 회장이 승소하면서 마무리되는 듯 했으나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항소장을 제출하면서 항소심 공판이 진행 중이다. 이러한 법정공방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산승계율로 따지면 삼성은 경영권 승계가 거의 되지 않은 기업인 반면 CJ는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 체제로 경영권 승계가 상당히 진행된 단계다.



삼성전자‧삼성생명 ‘차명주식’ 경영권과 관련 無 주장
이맹희 전 회장 ‘낭인생활’ 지속해 존재 여부 ‘몰랐다’


삼성家 상속 소송과 관련 1심이 제척기간을 두고 벌인 소송이었다면 항소심은 상속재산을 물려받은 이건희 회장이 적법하게 상속했는지 또 차명주식이 상속재산에 포함된다는 것을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알고 있었는지의 유무를 두고 벌이는 법적 다툼이다.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차명주식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상속 재산 내 포함돼 있었는가가 쟁점이 되고 있는 것.

1심에서는 제척기간 ‘경과’로 이맹희 전 회장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나 재판부가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및 삼성생명 차명 주식승계 절차가 정당하다고 보지는 않았다.

지난해 2월 1일 재판부는 1989년 이건희 회장과 이맹희 전 회장 등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성립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재판부는 “상속재산만 분할 대상에 포함돼 있고, 상속재산 중 선대회장의 실명으로 된 재산 외에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차명주식 등이 분할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차명재산 모두를 이 회장에게 분할하는 내용으로 협의가 성립됐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맹희 전 회장 역시 이를 이유로 ‘항소’ 했는데 최근 법조계에 따르면 1심 공판이 이건희 회장 측에 유리할 것이라는 대부분의 예측대로 흘러갔으나 이번 항소심에서는 또 다른 기류가 느껴진다는 것이 법조계의 평가다.

특히 이는 경영권 승계에 차명주식의 포함 여부를 두고 이건희 회장측은 ‘관행’을, 이맹희 전 회장측은 삼성 지배구조 상 연관이 없음을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행 vs 지배구조상 불가능

상속 재산 중 차명주식의 포함 여부와 승계 과정의 ‘적법성’을 두고 적법과 위법이 나뉘는 가운데 이 회장측은 공동상속으로는 경영권 승계, 유지가 불가능했던 만큼 차명주식의 단독 승계는 필수적이었다고 주장한다.

이건희 회장 측 변호인은 “특히 그룹 지배구조의 중심에 있었던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지분을 확보해야 확고한 경영권 승계가 가능했다”며 “이에 따라 삼성그룹 경영권과 관련된 주식은 이 회장에게 승계하고 경영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형제들에게는 주식 이외의 재산을 분배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맹희 전 회장측은 “당시 삼성은 삼성물산, 신세계, 제일제당, 제일모직, 전주제지 등 상위지배회사와 문화재단이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 하위기업을 지배하는 형태였다”며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차명주식은 경영권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맞섰다.

현재 삼성의 지배구조는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로 이어지는 환금형 순환출자 구조이지만 상속 전에는 상위지배회사와 문화재단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지배하는 형태여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차명주식은 상속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이건희 회장이 이 차명주식을 단독으로 상속했고 이를 ‘승계’를 위한 절차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


차명주식 존재 알았다?


양측은 차명주식의 존재 자체에 대해 이를 알았나 몰랐나를 두고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회장측은 이맹희 전 회장의 아들인 이재현 CJ그룹 회장 역시 ‘경영권 확보 목적으로 차명주식을 보유하는 관행이 있었다’는 진술을 언급, “핵심 주력기업에 차명주식이 1주도 없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씨는 상속 당시 차명주식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었다고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맹희 전 회장측은 “삼성특검 당시 국세청 전문가들이 6개월간 조사를 해도 차명주식을 찾지 모했다. 이건희 회장도 취임 후 관련내용을 보고받았다고 알려져 있는 데 경영에서 철저히 배제된 채 낭인생활을 하던 이 전 회장이 이를 어떻게 알 수 있었느냐”며 반박했다.

재판부는 오는 24일, 1월 14일 결심공판 후 2월 선고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맹희 전 회장이 1심 공판에서 일부 승소 판결이 아닌 제적기간 경과나 기각된 사안임을 봤을 때 큰 반전은 없을 것이라는 내용이 대다수 법조계의 의견이었다.

하지만 소송이 지속되면서 결과적으로는 이건희 회장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상속 소송 부담감 덜어낼까


재계 1, 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은 자산 규모에 비해 경영권 승계의 진행 속도가 더딘 편이다. 삼성과 현대차그룹의 자산 승계율은 22.8% 34.1%다. 태영, 웅진, LS 롯데, 두산 등의 자산승계율은 이미 90%를 넘어서며 완성 단계에 있다.

재계 오너 경영인들이 점차 고령화되면서 2‧3‧4세로의 자산 승계가 가속도를 내는 것과 달리 삼성과 현대차그룹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삼성그룹은 제일모직 패션사업을 삼성 에버랜드에 양도하면서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삼성그룹 내 계열사가 그룹 밖에 있는 기업이나 사업을 인수하는 것은 지난 8월 제일모직이 노바엘이디를 인수했던 사례처럼 극히 드물다. 하지만 그룹 내에서 사업을 주고받은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지각변동이 예고됐었다.

이 과정에서 자산이 늘었다. 지난 8얼 29일 기업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과 홍라희 씨가 총 12조4262억원의 자산을 갖고 있는 반면,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현 에버랜드 사장)은 각각 2조5474억원, 6370억원, 4883억 원으로 총 3조6727억 원이었다.

특히 삼성그룹은 이번 사장단 인사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 에버랜드의 사장단에 두 자녀를 모두 경영에 참여시키면서 당분간 협업체제를 유지하면서 이 부회장을 보필하는 역할을 주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자산승계율이 더뎠던 만큼 본격적인 승계가 이뤄질 것으로 보여진다.

이 회장과 홍라희씨의 재산은 12조4262억 원으로 추정되는 데 삼성가 상속 소송이 차명주식이 거론된다는 점에서 부담감이 가중되고 있다.

또 부의 대물림 현상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 만큼 소송이 미치는 영향이 삼성가에 어떠한 형태로든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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