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고…'오너일가 비밀 곳간 쌓이고’

[스페셜경제=김상범 기자]최근 삼천당제약과 관계사를 중심으로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일고 있다. 성심의료재단의 실질적인 소유주로 알려진 윤대인 삼천당제약 회장이 관계사들을 지배하면서 지속적인 내부거래를 통해 오너일가의 부를 축적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윤 회장 오너일가 소유의 병원과 제약사 간 ‘이상한 공생’을 집중 추적해봤다.


윤 회장 형제 기업, 한강성심 등 병원 통해 고정 매출
소화, 지난해 매출 706억원 가운데 273억원 ‘내부거래’


삼천당제약(회장 윤대인)은 지난 1943년 12월 ‘조선삼천당’으로 설립됐다. 1986년 2월 현재의 상호인 삼천당제약으로 상호를 교체했으며, 2000년 10월 코스피 상장됐다.


이 업체는 현재 항생제, 안과용제, 해열제, 진통소염제, 소화기용제, 비타민 제제 등을 주 품목으로 생산·판매하고 있으며, 지난해 연결기준 총 매출 760억원, 영업이익 59억원을 기록한 제약회사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삼천당제약의 최대주주는 3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소화’이며, 윤대인 삼천당제약 회장이 8%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병원-제약사 ‘한 식구’


최근 윤 회장이 이끌고 있는 삼천당제약과 그 관계사들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이 회사들 간에 일감몰아주기로 의심을 살 만한 정황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해 감독당국이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단속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중견기업들의 내부거래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감독이 소홀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 회장 일가가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삼천당제약과 일송재단·성심의료재단 대형병원들의 유착관계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감독당국 역시 삼천당제약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천당제약은 해마다 수백억원대의 견조한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삼천당제약의 최대주주인 소화의 지분을 윤 회장이 72%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화는 사실상 윤 회장의 회사다. 소화는 윤 회장의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관계사들 중에서 실질적 ‘지주회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소화는 윤 회장 일가가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강남성심병원, 강동성심병원 등의 일송재단·성심의료재단 병원들과 꾸준히 거래를 이어오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이에 오너일가의 막강한 지배력이 닿고 있는 제약사와 병원들이 상호 거래를 통해 오랜 기간 수익을 창출, 결국 오너일가의 배만 불린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내부거래로 안정적 성장


업계에 따르면 윤 회장은 한림대학교와 춘천성심병원, 한림대학교성심병원, 강남성심병원, 강동성심병원 등의 한림대의료원을 세운 ‘일송학원’의 설립자 고 윤덕선 명예이사장의 둘째 아들이다.


윤 회장은 1986년 삼천당제약을 인수, 물려받은 병원들에 본인 회사의 의약품을 납품하면서 빠르게 몸집을 키워나갔다.


삼천당제약은 설립 이후 수십 년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윤 회장이 병원들을 적극 끌어들이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삼천당제약은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하면서 지난해 700억원대의 매출(연결기준)을 기록한 중견 제약회사로 거듭나게 됐다.


삼천당제약, 어떤 회사?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천당제약은 지난 9월 말 기준 파마펙스, DHP코리아 등 총 2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또 소화, 수인약품, 인산엠티에스 등 5개의 관계사가 있다.


삼천당제약이 80.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DHP코리아’는 의약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업체로 최근 ‘하이제1호스팩’과 합병을 결정,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또 파마펙스는 신약개발 등의 업무를 맡고 있는 회사로 삼천당제약이 34.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윤 회장은 의약품 도소매업이 주업인 소화의 지분 72%를 보유하고 있으며, 소화는 삼천당제약의 지분 3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소화는 성심의료산업, 수인교역, 수인약품 등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또 한 가지 주목할만한 점은 의료기기와 의약품 판매업을 담당하고 있는 인산엠티에스라는 회사의 존재다. 소화의 지분 27.78%를 보유하고 있는 이 회사는 윤희제라는 인물이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관계자들은 인산엠티에스가 삼천당제약을 비롯한 관계사들과 상당한 비중의 거래를 지속하고 있으며, 윤대인 회장과 같은 성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떤 특수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하지만 윤 씨의 존재는 아직까지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 2012년 인산엠티에스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상황-금감원 전자공시

일부 언론에 따르면 인산엠티에스 측 역시 윤 씨의 존재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자신의 회사 소유주 대한 정보가 전혀 없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윤대인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와의 어떤 관계가 알려지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윤 회장의 입김이 닿고 있는 회사들은 윤 회장 일가의 일송재단·성심의료재단이 보유한 병원을 통해 해마다 상당한 수준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이를 두고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윤 회장이 병원을 통해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 자신의 회사 지원에 나서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관계사들, 결국 윤 회장 회사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소화는 삼천당제약 외에 성심의료산업(100%), 수인약품(74%), 수인교역(60%) 등의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또 삼천당제약의 최대주주인 소화는 윤대인 회장이 지분의 72.22%를, 나머지 27.78%는 인산엠티에스가 갖고 있다.


인산엠티에스는 윤희제 씨가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회사는 병원 급식 및 식자재공급을 주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는 ‘한농캐스템(한농푸드시스템)’이라는 업체의 지분 76%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이 회사의 대표로 있는 고화숙씨에 대해 전 대표 고창원 대표와 특수한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고창원 전 한농캐스템 대표는 고 고원증 전 법무부장관의 아들로 알려져 있으며, 고원증 전 법무부장관은 윤대인 삼천당제약 회장의 빙부이다.


즉, 삼천당제약과 소화, 나아가 인산엠티에스와 한농캐스템에 걸친 여러 개의 관계 회사들은 혈연 등의 특수한 관계로 엮어져 서로 일감을 밀어주면서 성장해 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또 일각에서는 삼천당제약을 비롯한 관계 회사들은 결국 모두 윤 회장일가의 소유이며, 약품제조와 공급, 의료기기, 병원 급식 사업까지 의료서비스의 전 분야를 관계사들끼리 나눠 먹기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 2012년 소화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사항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오너일가 배불리기?


제약업계에 따르면 현재 삼천당제약 관계사들은 윤 회장과 형 윤대원 이사장의 일송재단이 보유한 대형 병원들을 통해 막대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즉 이들이 보유 중인 성심병원, 한강성심병원, 강동성심병원, 춘천성심병원, 한림대성심병원 등을 통해 해마다 높은 수준의 내부거래를 진행하고 있었다는 의미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들 병원을 포함한 관계사(성심의료산업, 삼천당제약, 수인약품)들을 통해 지난해 소화는 약 273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해 총 매출 700억원의 39%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 ▲2011년 총 매출액 1600억원 가운데 805억원(50%)을 ▲2010년 1419억원 중 624억원(44%) ▲2009년 1397억원 중 661억원(47%)을 내부거래를 통해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윤희제 씨가 소유하고 있는 인산엠티에스는 문제가 더욱 심각했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인산엠티에스의 총 매출액 1110억원 가운데 70%에 해당하는 777억원이 특수관계사에서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2011년 781억원 중 309억원(40%) ▲2010년 711억원 중 711억원(100%) ▲2009년 605억원 중 605억원(100%)가 내부거래를 통해 나왔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지난해 6월 시행된 약사법 개정안에 따르면 의약품 도매상은 특수한 관계에 있는 의료기관이나 약국에 직접 또는 다른 의약품 도매상을 통해 의약품을 판매하면 안 된다”며 “보유하고 있는 재단을 통해 교묘하게 우회 지원에 나선 것이며 결국 여기서 발생한 이익은 윤 회장 일가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또 그는 “해당 병원을 사용하는 환자들이 결국 윤 회장 일가의 배를 불리게 되는 것”이라며 “의료업과 제약업 관계자들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막중한 사명감이 전제돼야하는데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은 심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종편투자 논란까지


지난 7월 일부 언론에 따르면 윤 회장은 종편채널 TV조선 투자에 개인주주로 참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미디어오늘>은 “윤 회장은 작고한 고원증 전 법무부 장관의 사위로, 삼천당제약과 소화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성심의료법인의 실소유주다”면서 “삼천당제약과 소화는 각 15억원, 성심의료재단은 10억 원의 자본금 출자를 신청했다. 윤씨의 신청액은 10억 원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 전 장관은 고 김지태씨에게 부일장학회(현 정수장학회) 등의 ‘강탈’ 서류에 서명 날인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고 덧붙였다.


해당 보도는 “종편투자자 명단을 살펴본 결과 건강하고 다양한 방송을 만들겠다는 취지에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이며, 경제·정치적 이해관계와 인맥이 종편 출범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김승수 전북대 교수의 멘트를 인용했다.


삼천당제약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종편 투자에 대해 "TV조선 투자는 단순한 수익 차원의 투자이며 다른 의도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또 내부거래 논란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감몰아주기 의혹에 종편투자 논란까지 겹치면서 윤 회장의 고심은 깊어질 전망이다. 병원과 제약사, 의료기기를 아우르는 윤 회장 일가의 ‘비밀 곳간’이 유지되는 한 감독당국의 ‘철퇴’가 떨어질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윤 회장 일가의 향후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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